패션, 메이크업 등 '사이키델릭'하면서 '비비드'하게

비틀즈
비비드(vivid) 컬러, 애시드(acid) 컬러, 캔디 컬러, 네온 컬러.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하다. 형형색색의 색감이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듯 환각을 일으킨다. 형광색이 패션을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으로 상륙했다. 패션 전문가들은 "1970년대 모드가 돌아왔다"고 말한다. 복고 스타일이 돌고 돌 듯 1990년대 유행했던 히피 룩이 다시 한번 거리를 활보하게 된 것이다.

"활기차고 즐거움이 넘치는 네온 컬러는 올 봄 가장 시선을 끄는 색상이다. 체리핑크, 완두콩빛 연두, 청명한 하늘색, 레몬옐로, 시럽의 오렌지 등 선명한 플라스틱 색상들이 그것." 1996년 경향신문은 그 원색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지만 그 시절 봄의 향취는 변하지 않았나 보다.

가 사랑한 '사이키델릭'

'마음에 환각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것.'

의 1967년 음반 재킷을 보면 마치 캔디를 보는 듯 알록달록하다. 오렌지와 블루, 옐로와 핫핑크가 조화를 이룬다. 의 멤버들은 눈이 부실 정도의 색감을 자랑하는 재킷과 팬츠로 젊음을 만끽했다.

가장 채도가 높아 선명한 비비드 컬러는 히피 룩을 대표하는 색상. 는 환상적인 룩과 함께 '사이키델릭'(psycho와 delicious의 합성어) 장르까지 담아 수록곡 (Sgt. Peppers`s Lonely Hearts Club Band)이나 (A Day In The Life) 등을 탄생시켰다. 특히 (A Day In The Life)는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하는데 당시의 마약문화를 대변하는 곡이라고도 할 수 있다.

는 당시 '사이키델릭'이라는 일종의 히피 스타일로 심적 환각 상태를 표출했다. '마음에 환각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뜻의 사이키델릭은 20대 젊은 세대들에게 유행했던 문화다.

사이키델릭 룩은 야광과 형광에 가까운 밝고 선명한 색의 대비가 특징.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까지 강렬한 퍼플이나 오렌지 빛의 옷을 몸에 걸치자 그 유행은 파도를 탔다. 특히 남성들에게까지 사이키델릭 패션이 퍼져나갔을 정도.

<패션문화>(예학사)에 따르면 사이키델릭 패션은 마약 사이키델릭 프린트 직물로 그 효과를 더했다. LSD의 효과로 얻을 수 있는 환상적이고 환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현란한 색채와 무늬를 사용한 직물 패턴을 디자인함으로써 LSD없이도 마약과 같은 몽환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지아
50~60년대 사회적 억압과 단조로움에서 해방되고자 헤비메탈과 록에서 찾던 젊은 문화는 패션에도 변화를 주어 트렌드를 선도했다.

마약이라는 뜻의 '애시드' 역시 음악과 관련된 단어다. 마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음악으로 재현하려는 시도였으나 지금은 패션 용어로도 쓰이고 있다. 봄이 되면 화사하고 따뜻하며, 발랄하고 화려한 '애시드 컬러'가 많아지는 것도 그 이유다.

히피문화의 상징이었던 이 컬러들은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현 젊은이들에게 딱 맞는 아이템이다. 올 봄을 겨냥해 나온 컬러들이 오렌지를 필두로 핫핑크, 코발트블루, 옐로 등이니 1970년대가 부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원색이 불편하다고? 컬러 믹스 매치와 포인트로 해봐!"

네파
2월 15일 열린 '2011 뉴욕패션위크'에는 비비드하고 애시드한 컬러들이 런웨이를 장악했다. 가 선보였던 강렬했던 색상이 고스란히 살아나 남성복에도 색을 입혔다. 먼 곳에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법한 이 색감들은 강렬한 빛을 선사했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비비드 컬러감을 그대로 살린 촌스러운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타일리스트 한세화 씨는 "70년대 레트로풍이 돌아오면서 변한 게 있다면 원색과 원색의 배합"이라며 "비비드 컬러의 같은 톤을 매치하는 게 아니라 상의나 하의, 외투나 액세서리 등으로 원 포인트를 주는 게 현 패션계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7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이 컬러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현 감각과 맞지 않는 컬러감이라면 무시해도 좋다는 조언이다. 당시의 사이키델릭 룩은 정말 마약에 취한 듯한 몽롱한 분위기를 내는 데 최대한의 목적이 있었다. 마치 그렇게 해야 젊음을 만끽하는 것만 같은 시절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눈이 아플 정도의 형광색은 사절이다. 블랙에 핑크나 오렌지 계열을, 그린이나 블루 톤도 상관없다. 원색과 원색의 단조로운 조합이 아니라면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형광과 야광색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60년대 말 사이키델릭이 유행하면서 '에콜로지'(ecology) 패션을 낳았듯 자연주의적 꽃무늬 프린트의 셔츠나 스커트도 여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트렌드는 메이크업에서도 나타난다. 컬러감이 돋보이는 비비드 컬러를 눈과 입술에 포인트를 줘 산뜻하면서도 귀여운 인상을 주는 것이다. 내추럴한 메이크업에 애시드 컬러를 조합해 몽환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애시드 컬러를 두고 "소녀적인 감수성이 저절로 배어나오는" 색상이라고 메이크업아티스트 서연 씨는 말한다.

앤클라인뉴욕
봄이 되면 귀엽고 온화한 느낌을 찾으려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 따뜻한 기운과 함께 비비드 톤으로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단 과하면 과할수록 그 효과는 떨어진다.

포인트를 위한 감각은 아웃도어 룩이나 액세서리도 마찬가지.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는 블랙, 네이비, 바이올렛의 다소 시크한 색감에 옐로, 블루 등의 배색 포인트를 줘 경쾌함을 드러냈다. 10대부터 20대의 젊은 감각과 스타일이 빛을 발한 셈. 백 팩도 비비드 컬러로 포인트를 가미해 감각적인 멋을 낸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토털브랜드 헤지스는 "평소 무난한 패션 스타일을 고집했다면, 화려하고 강렬한 컬러의 백으로 애시드 룩을 연출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나만의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윌링 이동수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