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안동 가송리아름다운 소나무와 푸른 강물 어릴 적 시골 외갓집 떠올라
농촌진흥청 및 환경부가 농촌전통테마마을 및 생태우수마을로 지정한 마을이다.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가송(佳松)이요, 금상첨화로 푸른 강물도 어우러지니 경치야 말할 것도 없다.
찾아갈 고향이 없는 도시인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던져주는 곳으로 어릴 적 시골 외갓집을 떠올리게 하는 정경이 펼쳐진다. 퇴계 이황 선생도 이 강변을 즐겨 거닐며 시를 읊조리곤 했다.
안동 도산서원 입구와 봉화 청량산 입구를 잇는 35번 국도를 따르다가 가송리로 들어오는 샛길로 빠지면 쏘두들 마을을 만난다. 스무 자가 넘는 깊은 소(쏘)에 물고기들이 몰려 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마을, 특히 가송사랑방에서 굽어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양편으로 절벽이 솟아 있고 그 앞으로는 우람한 산봉우리가 딱 버티고 서 있다. 두 절벽 사이로 협곡을 이룬 이곳을 고산협 또는 가송협이라고 하는데 오른쪽 절벽보다는 왼쪽 절벽이 단연 돋보인다. 왼쪽 절벽은 크게 둘로 갈라져 있으며 외병대(외취병)와 학소대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곳곳에 퇴계 이황의 발자취가 아로새겨지고
도영담과 냉천을 지나 다리 쪽으로 내려가다가 강물 건너편 절벽 아래를 보면 운치 있는 정자 하나가 눈길을 끈다. 위쪽에서 고산협을 굽어보았을 때는 학소대 절벽 뒤에 숨어 보이지 않았던 정자다. 날골(지금의 가사리)에 살던 퇴계의 제자 금난수가 지었다는 고산정이다. 퇴계는 도산서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낙동강 물줄기를 30여리나 거슬러 이곳을 찾아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청량산 축융봉 서남쪽 기슭에 앉아 있는 가사리 마을에는 홍건적 난 때 이곳으로 피난 왔던 공민왕의 딸을 모시는 부인당(공주당)이 있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 전날 밤과 단오 전날 밤이면 이곳에서 열리는 동제가 수백 년이나 이어져 내려온다고 한다.
가사리 입구를 지나면서 낙동강은 오른편으로 크게 돌아간다. 월명담 등의 웅덩이들과 벽력암 등의 암벽들을 비롯해 여러 경승들이 이어진다. 가송리를 비롯해 단천리, 원천리, 분천리, 토계리 등, 퇴계가 거닐었던 낙동강변 옛길 주변의 경승지 이름들은 거의 대부분이 퇴계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어디 이름만 지었는가. 이름을 붙일 때마다 시를 지으며 자연을 칭송하지 않았던가.
고즈넉한 강변 분위기가 일품인 농암종택에서 하룻밤을
농암 이현보 선생(1467~1555)은 연산군 4년(1498년) 문과에 급제했으나 바른말을 하다가 안동으로 귀양 갔다. 중종반정 이후 복직된 농암은 밀양부사, 안동부사, 충주목사, 성주목사, 병조참지, 동부승지, 부제학 등을 역임하면서 많은 인재를 양성하다가 형조참판에 이르러 은퇴하려고 했으나 윤허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농암은 건강을 상해 휴양해야 한다는 핑계로 귀향하여 제자들을 가르치고 시를 읊으며 여생을 보냈다. 효빈가, 농암가, 어부사, 춘면곡 등의 작품을 남겼다.
농암종택에서 가장 멋스러운 건물은 긍구당이다. 고려말 별당으로 지은 긍구당은 옛 선비들의 우아한 풍류와 소박한 성품을 더불어 느낄 수 있는 아담한 건물로 난간과 마루가 특히 아름답다.
농암종택은 건물들도 아름답지만 낙동강 상류의 수려한 풍경과 어우러져 한결 정취가 돋보인다. 외딴 강변에 위치한 만큼 고즈넉한 분위기를 음미하기에도 그만이다. 더욱이 일반인들도 농암종택(054-843-1202)의 사랑채, 대문채, 별채, 긍구당, 농가주택에서 호젓하게 고택 민박 체험을 할 수 있다. 강물 소리를 벗 삼아 드는 잠은 더없이 달디 달다.
서안동 나들목에서 중앙(55번)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34번 국도-안동-봉화 방면 35번 국도-도산서원 입구를 거친다. 봉화군과의 경계 직전에서 분강촌, 농암종택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 2.7km 가량 달리면 가송리 쏘두들을 지나 농암종택에 닿는다. 대중교통은 중앙선 열차나 고속버스 등을 타고 안동으로 온 다음 가송리 입구행 시내버스 로 갈아탄다.
안동댐 아래의 민속경관지에 있는 까치구멍집(054-821-1056)에 들르면 안동의 향토음식 가운데 하나인 헛제삿밥을 맛볼 수 있다. 제사가 없는 날에 제사 음식처럼 차려 주로 밤참으로 먹던 것을 헛제삿밥이라고 하는데, 이 옛 풍습을 재현해 별미로 내는 것이다. 고춧가루와 마늘 같은 자극적인 양념을 피하고 참기름, 깨소금, 재래식 간장 등으로 맛을 내므로 담백하고 고소하다. 이외에 쇠고기산적, 메밀묵, 식혜, 감주 등도 낸다. |
글·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