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권고 불구 스트레스와 불안감 등 다양한 원인이 수면장애 불러
잠만 잘 자도 피부 결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지만 늘어난 수면시간만큼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위기감은 떨쳐낼 수 없다. 그래서 적게 자면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3시간 수면법>, <4시간 수면법>, <4시간 반 숙면법> 등의 책이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의도적으로 적게 자는 것도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결정해야 할 일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일상의 수많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숙면을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부족한 수면의 해악은 그동안 연구결과를 통해 잘 알려졌다. 술에 취한 사람처럼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하고, 비만의 확률을 높이는가 하면, 성장기 아동들에게는 성조숙증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뇌졸중과 심장질환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수면 부족이 지목되기도 한다. 이처럼 잠이 단순히 피로 회복의 가치를 넘어선다는 사실은 연구결과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저서를 통해 자신이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게 된 과정을 소상히 서술하고 있다. 그가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잠자리. 고급 호텔에서는 꿀맛 같던 잠이 왜 집에서는 그렇지 않은가를 추적한 결과, 그는 두 가지의 문제점을 발견한다.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조명과 이부자리다. 이유는 이랬다. 호텔에서는 백열등으로 간접 조명을 쓰는 반면 대부분의 한국 가정에서는 형광등을 쓴다는 사실이다.
본래 '각성'의 기능을 가진 형광등 아래서 사람이 편안한 휴식이 가능할 리 없다. 여기에 금방 빨아서 말려 '기분 좋은 까슬까슬함'을 가진 침대 시트는 숙면을 위한 쾌적한 환경이 된다.
잠과 관련한 질병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불면증은 '수면유지장애'라는 연구가 2001년과 2008년에 걸쳐 발표된 바 있다.
잠이 쉽게 들지 않는 입면 장애보다 자다가 여러 차례 깨어나는 경우가 더 흔하다는 것. 가톨릭 의대 성 빈센트 병원 수면 클리닉의 홍승철 교수(정신과)와 미국 스탠포드대학 오하이온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한국인의 불면증 실태 연구'에서, 15세 이상 한국인 3719명(2001년), 2537명(2008년)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입면 장애를 겪는 이들은 비율은 19%인 반면, 수면유지장애를 겪는 비율은 64%에 이르렀다.
수면유지장애는 입면 장애보다 낮에 졸린 증상이 2배 더 많이 나타난다. 자연히 부족한 잠으로 인한 피로감과 우울감,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을 호소한다.
연구를 진행한 홍승철 교수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입면 장애보다는 수면유지장애가 더 높게 나타난다. 원인은 무척 다양하다. 정신적이거나 환경적인 문제 외에도 코골이로 인한 수면 무호흡증이 있다거나, 전립선 비대증으로 화장실을 자주 간다든가, 다리를 움직이는 하지 불안 증후군이 있어도 잠에서 자주 깰 수 있다.
열이 나는 요인이 다양한 것처럼 숙면을 취할 수 없는 이유도 무척 다양하다. 따라서 불면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면제부터 처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수면 장애 무엇이 있나
수면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만큼 자신의 증상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 장애에는 잠자리에 누우면 잠이 달아나거나 자는 동안 자주 깨어나는 불면증이 가장 대표적이다.
성인의 10~50%가 이 증상을 호소하고 인구의 10%가 만성적인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흔하면서도 불편한 증상이다.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차성 불면증일 경우도 있지만 내과나 정신과적 질환에 의한 이차적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처방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우선한다.
흔히 '가위 눌림'이라고 불리는 '수면마비(sleep paralysis)'는 정신은 깨어 있지만 눈을 뜨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증상이다. 보통 무서운 꿈을 꾸면 겪게 되는 이 증상은 어른부터 아이까지, 20~40%가 평생에 한 번 이상 겪는다. 귀신과 연관짓거나 정신적인 문제로 다루기 쉽지만 이는 기면증의 하나로도 분류된다.
반듯이 누워 자거나 혹은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자는 경우, 불충분한 수면 주기, 만성적인 수면부족, 시차가 큰 여행과 우울증 등의 질환을 앓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일시적으로 나타난다면 문제가 없지만 낮에 심하게 졸리거나 웃고 우는 감정변화가 급격히 나타나는 경우, 몸의 일부 혹은 전신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증세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기면증일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기면증은 주간 졸림, 탄력발작, 가위눌림, 입면 시 환각, 수면 곤란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증상이 아니라 질환으로 분류되어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 40만 명 정도가 기면증 환자로 추정되지만 정작 치료를 받는 이들은 수만 명에 불과하다.
코를 곤다는 것은 곧 수면 중 호흡이 곤란하다는 의미다. 이들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하게 코를 골면 수면 중 산소량도 감소해 심장과 뇌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코를 골다가 호흡을 멈추는 수면 무호흡 증세가 반복되면 심할 경우 심장의 부정맥과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의학 보고에 따르면 단순 코골이도 수년이 지난 후에 수면 무호흡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호흡곤란으로 입을 벌리고 자면 얼굴 변형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10세 이전에 코골이 치료를 권장하기도 한다.
이밖에 치아가 부러질 듯 이를 가는 '이갈이'는 치아 마모와 턱관절 장애,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영구치가 나온 이후에도 이갈이를 하는 경우에는 치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자면서 말을 하는 '잠꼬대'와 잠을 자는 중에 꿈의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램수면 행동장애', 아이들이 자다가 깨어나서 울거나 돌아다니는 '야경증이나 몽유병'의 증상도 수면 장애의 유형이다. 성장 과정이나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종종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지만 정도가 심각하고 빈도가 잦다면 전문 병원을 찾을 것을 전문의들은 권고하고 있다.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은 숙면을 못 취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본다. 약 80% 이상의 사람들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사이에 꿈을 꾼다. 소위 '꿈꾸는 잠'이라고 알려진 램수면은 얕은 잠이다. 숙면을 취하는 사람들은 그 시간에 잠이 깨지 않아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잠에서 깨어나서도 꿈을 많이 기억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꿈이 많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얕은 잠을 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우울증일 경우에도 꿈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일본의 관방장관은 100시간 넘게 잠을 자지 못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람이 잠을 자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 미국에서 지원자를 받아 이 같은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젊은 청년이 11일 동안 잠을 자지 않은 연구결과가 남아 있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나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졸리면 '마이크로 수면(micro sleep)'이라고 해서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 수 있다. 너무 졸리면 버스에서 서서도 잘 수 있듯이, 누가 말린다고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쪽잠도 수면 부족을 다소 보충해줄 수 있다. 숙면을 위한 좋은 자세가 있을까. 편안한 자세는 사람의 체형이나 습관에 따라 다르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몸을 뒤척이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수면 자세를 찾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자는 동안에는 호흡이 취약해져 사람들은 그것이 가장 원활한 형태로 잠을 자게 된다. 하지만 좋지 않은 자세는 일시적으로 교정을 해주기도 한다. 가령 반듯하게 누워 자면 코골이가 심해지는데, 이때는 테니스공을 등에 붙여서 임시방편으로 옆으로 누워 호흡이 원활하게 도와준다. 또 두 팔을 머리 위를 향하게 하고 자는 것은 심장에 부담될 수 있다. 숙면을 위한 생활 태도에는 무엇이 있나.
· 취침시간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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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