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 백화점 속속 입점고급 백화점들, 파격적 혜택 제공

지난해 2월. 서울 명동의 눈스퀘어점에 4층 규모로 오픈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 1호점에 이어 9월에는 명동 중앙길에 2호점을 열어 명실공히 명동의 대표 의류 브랜드로 떠올랐다.

"한국 내에서 장소나 조건만 맞으면 매장을 계속 낼 것"이라고 밝혔던 한스 안데르손 한국 지사장은 결국 일을 냈다. 3월 31일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 그 세 번째 둥지를 틀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지난 2년간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그 중심엔 H&M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가 신세계백화점이야, H&M이야?"

인천 관교동에 축제 아닌 축제가 벌어졌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2년여간의 공사 끝에 오픈행사를 가진 것. 그런데 그 광경이 좀 희한하다. 정면에 있을 법한 신세계백화점의 로고 대신 붉은 글씨체의 'H&M'이 푸른빛 벽면을 내밀고 서있다.

오픈식을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백화점이야, H&M 매장이야?"라는 말이 들려온다. 그도 그럴 것이 H&M은 백화점 외부에 매장 단독 정문이 만들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백화점 전체가 H&M인 것처럼 보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H&M은 신세계백화점에 3호점을 개장하며 그 오픈식에서도 주인공을 담당했다.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스타일리스트, 파워블로거 등 600여 명이 참석해 오픈 파티도 개최했다.

1~3층으로 연결된 매장은 총 2300평방미터 규모로 여성과 남성 및 아동까지 의류를 구비했다. H&M으로서는 국내에선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도 첫 번째 백화점 진출이다.

신세계백화점은 H&M을 입점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입점 수수료를 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H&M의 신세계백화점 입점 수수로는 매출액 대비 8% 내외. 보통 국내 브랜드의 백화점 수수료는 30% 이상이며, 또 다른 패스트 패션 브랜드도 15% 이상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특별대우는 파격이라는 말로 밖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 특히 현대백화점과는 매출 수수료 문제로 입점 자체가 불발됐다는 점에서 신세계가 H&M을 '특별대우'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왜 신세계는 H&M를 선택했을까. 어쩌면 이유는 간단하다. H&M은 지난 1947년 런칭된 브랜드로 현재 전 세계 35개 국에 2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 규모만 약 1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지 1년여 만에 500억 원을 넘는 매출을 올렸으니, 그 안정적인 매출 구조에 혀를 내두를 참이다.

또한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면서 젊은 층의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H&M과 함께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같은 건물, 같은 층에 배치했다. 고가의 명품과 저가 패션의류와의 만남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 신세계백화점은 "고객 중심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말한다.

즉 고가의 명품 구매층인 중장년층과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겨냥한 연령별 공략을 내세웠다. 루이비통은 백화점마다 꾸준한 매출을 보이는 명품 브랜드로 고객들의 구매력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다.

H&M도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ZARA)나 유니클로(UNIQLO) 등보다는 늦게 국내에 진출했지만 브랜드 파워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H&M은 패스트 패션으로서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선점하지만,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스텔라 매카트니, 로베르토 카발리, 랑방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저가 브랜드라는 오명도 탈피했다. 이 때문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향하는 신세계가 손을 잡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패스트 패션의 장점은 패션업체가 생산부터 판매까지 총괄하며 젊은 고객들의 트렌드에 맞출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유로 백화점들은 젊은 고객층의 유입을 위해 앞 다투어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입점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자라를 입점해 이 같은 구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신세계 인천점은 가족 단위 고객을 타깃으로 했다는 게 H&M의 지향점과 뜻을 같이 한다. H&M은 여성과 남성, 아동 등의 의류와 액세서리로 구성돼 가족과 함께 쇼핑을 하는 기회를 준다.

H&M은 빠르면 5월 말 신세계백화점 천안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며, 8월 말에는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 올해 말에는 서울 여의도의 국제금융센터 쇼핑몰(IFC) 입점 계약을 맺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