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삼척 갈남리해안 절벽 사이로 갈남, 신남 아름다운 갯마을 풍경

한적하고 아름다운 포구인 갈남 마을
삼척에서 원덕 쪽으로 내려가노라면 맹방, 궁촌, 용화, 장호 등의 해변이 숨바꼭질하듯 나타난다. 산자락을 자른 듯한 낭떠러지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해안도로 언덕 위에서 굽어보는 해안선 풍경이 그림 같다.

그러다가 장호리를 지나면 아담한 어촌인 갈남리가 손짓한다. 삼척시 원덕읍에 속해 있는 갈남리는 해안 절벽을 사이에 두고 1리인 갈남 마을과 2리인 신남 마을로 나뉜다.

갈남 마을은 천태만상의 갯바위가 운치를 돋우는 아름다운 포구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스치듯 이곳을 지나친다. 언뜻 보면 평범한 어촌일 뿐이지만, 비밀스러운 속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다소곳이 숨어 있는 보배임을 미처 몰랐나 보다.

갈남 마을로 내려가면 방파제 북쪽 바다 위에 촘촘히 박혀 파도와 씨름하는 수백 개의 갯바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른 아침이면 이슬을 머금어 거무스름한 빛을 띠고 황혼녘에는 저녁 햇살을 받아 불그스레한 빛을 반사해 한결 신비스럽다. 온갖 바다 동물들이 한데 모여 시위하는 것만 같은 다채로운 조형미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갯바위 지대 동쪽 끄트머리에는 그들의 우두머리인 양 월미도가 떠 있다. 곰솔과 향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둘레 500여 미터의 이 작은 무인도는 갈매기들이 알을 낳아 새끼들을 번식시키는 생태계의 보고로도 소중하다. 월미도 앞에는 파도가 삼켜버릴 듯한 나지막한 새끼 바위섬이 누워 있다.

신남 마을의 아담한 포구
벚꽃 피는 봄이면 한결 정취가 돋보여

갈남 마을은 본디 삼척 굴지의 어촌이었다. 1960년대만 해도 동력선이 드물고 제대로 된 방파제도 없었던 까닭에 월미도가 파도를 막아주는 이곳이야말로 천혜의 포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화의 물결에 따라 동력선이 늘어나고 인근 장호항이 대규모로 정비되면서 갈남 마을은 조용한 어촌으로 변모했다. 어쩌면 그 덕분에 갈남 마을은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갈남 마을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포구의 운치를 호젓하게 음미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특히 벚꽃 피는 봄이면 한결 정취가 남다르다. 인근 맹방 해변이 유채꽃과 벚꽃을 보러 온 상춘객들로 무척 붐비는 반면 갈남 마을에서는 오붓하고 한적하게 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신남 마을도 갈남처럼 조용한 갯마을이었으나 최근 들어 해신당공원의 남근 목각이 널리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애바위의 전설'이다.

사오백 년 전, 갈남 마을 처녀는 미역을 따려고 연인인 신남 총각의 배를 타고 앞 바다의 바위섬으로 갔다. 총각은 데리러 오겠노라 약속하고 육지로 돌아왔지만 거센 파도로 배를 띄울 수가 없었다. 총각을 애타게 기다리던 처녀는 풍랑에 휩쓸려 숨을 거두고 말았다.

신남 마을 북쪽 언덕배기에 올라앉은 해신당
이후부터 신남 앞 바다에서는 풍랑이 거세게 일고 고기도 잡히지 않았다. 어민들은 처녀의 원혼 때문이라고 여겨 신목(神木)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지만 효험이 없었다.

이에 어느 주민이 홧김에 신목에 방뇨했더니 갑자기 파도가 잔잔해졌다. 처녀 귀신이 바라는 것은 남자의 정기라고 믿은 주민들은 해신당을 짓고 향나무로 깎은 남근들을 모셨다. 그 후로는 거짓말처럼 풍랑이 잦아들고 고기도 잘 잡혔다는 전설이다.

해신당공원으로 유명해진 신남 마을

지금도 신남 마을 북쪽 언덕배기의 해신당 안에는 비운의 처녀 초상화와 함께 굴비 두름처럼 엮인 남근 목각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 남근을 가져 갈까봐 문을 걸어놓아 확인할 수는 없다.

해신당 안의 남근 목각을 볼 수 없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해신당 주변에는 근래에 새로 세운 남근 목각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자태로 서 있고 꽃밭까지 조성되어 쉬엄쉬엄 산책하며 사진 찍기에 그만이다. 최근에는 어촌민속전시관도 문을 열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이를 통틀어 해신당공원이라고 일컫는다.

신남 앞바다 작은 바위섬에 처녀 동상이 있다
해신당공원 앞 바다에도 갯바위들이 즐비하다. 온갖 기암괴석들이 제멋대로 늘어선 듯하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저 멀리 작은 바위섬에 서 있는 동상이 눈길을 끈다. 다름 아닌, 비애의 주인공 처녀 동상이다.

해신당공원 덕분에 신남 마을에는 관광객들이 제법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해변에는 생선을 굽는 간이음식점들이 몇몇 있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고소한 생선 냄새에 절로 발길이 끌린다. 바닷가에서 맛보는 생선구이와 곡차(?) 맛은 역시 남다르다.

맛있는 집

오가는 길에 삼척의 향토음식 곰치국을 놓치지 말자. 뱀장어목에 속하는 곰치는 뱀처럼 징그럽고 흉측하게 생겨 예전에는 잡히자마자 그냥 버렸지만 이제는 삼척의 별미로 자리 잡았다.

많은 집 가운데 삼척우체국 4거리 근처에 있는 금성식당(033-574-4112, 5971)과 바다마을(033-572-5559) 등 삼척해수욕장 및 삼척항 일원의 식당들에서 맛볼 수 있다. 곰치는 못생긴 물고기지만 담백하고 비리지 않아 맛이 좋다. 곰치에 묵은 김치 등을 넣어 끓인 곰치국은 살이 흐물흐물해 숟가락으로 떠먹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고 속이 확 풀려 해장에도 그만이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시-7번 국도-삼척을 거쳐 원덕, 울진 쪽으로 내려오면 장호항 입구를 지나 갈남과 신남 마을이 이어진다. 남쪽 지방에서는 울진-원덕을 거쳐 삼척 방면 7번 국도로 올라온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고속버스나 직행버스를 타고 삼척까지 온 뒤에 갈남을 거쳐 신남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글ㆍ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