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낭랑한 여성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고, 교실에서 교사를 돕고, 공공장소에서 안내를 할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이다.

사람들이 손을 대면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과 테이블, 회사 회의실에 설치할 수 있는 3D 스크린, RFID 기술이 접목된 책장, 종이에 인쇄된 닷코드를 '읽어'주는 펜 모양 리더기, 스마트폰을 보청기로 탈바꿈시키는 애플리케이션….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글로벌 IT 전시회 '월드IT쇼'에 선보인 최신 기술들이다. 'Get IT Smart'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월드IT쇼에는 5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해 스마트 시대를 펼쳐 보였다.

더욱 편리하고 똑똑하게, 스마트 기술

올해 IT 분야 핫 이슈 중 하나는 사용자가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공용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KT와 SK텔레콤, LG CNS 등이 자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정부가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 및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월드IT쇼에서도 개인과 기업의 다양한 수요에 맞춘 서비스들이 선보였다.

다양한 제품으로 거듭난 3D 기술도 인기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제품은 3D TV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한층 가벼워진 3D 안경. 단순하고 충전이 필요 없는 3D 안경들은 많은 관객을 TV 앞에 불러 모았다. LG전자는 깜박거림이 개선된 편광(FPR) 방식을 시네마3D TV의 강점으로 강조했고,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 스마트폰 옵티머스3D를 공개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애플리케이션과 액세서리의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 상상커뮤니케이션은 얼굴 인식을 통해 사용자 인증을 하는 보안 솔루션 애플리케이션, 마이크를 통해 입력된 소리를 증폭시키는 보청기 애플리케이션 등을 선보였다.

그린파워전자의 아이폰4 충전기는 태양광을 이용한다. 야외에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아이폰의 배터리량이 아쉬웠던 사용자들에게 편리할 것 같다.

공공장소에 설치할 수 있는 디스트릭트홀딩스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과 큐브, 테이블도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다. 사용자가 손을 대면 반응하는 이 플랫폼들을 통해서 영상을 상영하는 것은 물론, 사진을 촬영하고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RFID 기술을 장착한 세연테크놀로지의 '스마트 쉘프'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활용하는 동시에 보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장과 자료에 RFID 태그를 부착해 컴퓨터로 꽂혀 있는 자료를 확인할 수 있고, 인증 없이 자료를 빼내면 경보가 울린다.

스마트 시대의 이슈와 전망

IT 기술의 발전은 방송·통신 환경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11일, 12일 양일간 'Smart Big Bang: New Opportunity'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방송통신컨퍼런스는 스마트 혁명이 방송·통신의 지형과 내용에 미칠 영향을 다루었다.

11일 진행된 '스마트 TV와 일상의 혁명' 섹션에서는 가정의 중심 기기로서의 TV가 스마트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논의됐다. 스마트 TV는 인터넷과 결합되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지만, 인터넷과는 다른 사용 방식으로 소구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이광기 연구 수석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인터넷 서핑, 멀티 태스킹에 익숙한 X, Y세대를 스마트 TV의 타깃으로 분석했다. 이동성이 높고 새로운 것을 좇는 이들에 맞춰 스마트 TV를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색과 추천 기능을 강화하고 다른 모바일 기기와 연동시킬 뿐 아니라 TV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생산·유통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LG전자의 박성옥 스마트TV 그룹장은 TV 본연의 미덕인 쉽고 간편한 접근을 강조했다. 오랫동안 가정의 중심을 차지한 기기인 만큼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향점은 단순한 형태의 리모트 콘트롤러와 인터페이스에서 잘 드러난다.

리모트 콘트롤러에는 앞으로 음성, 동작, 얼굴 인식 기능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LG전자의 스마트 TV가 내세우는 또 다른 강점은 3D 콘텐츠를 볼 때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FPR 방식과, 1만 원 이하의 저렴한 안경이다.

지상파 방송 역시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KBS 이동준 수석연구원은 인터넷 기능과 연관된 콘텐츠 서비스인 OHTV(Open Hybrid TV)에 대해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6월 이후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 시대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은 어떻게 공적 생활에 파고들었을까. 12일 열린 '스마트 비즈니스, 스마트 라이프' 섹션은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소셜 커머스에 이르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현황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경제전문지 포츈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간부들이 모두 회원인 전문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가 있다. 바로 링크드인이다. 2003년 시작된 이 서비스는 전세계 200여국의 1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의 직함과 경력 등을 올리고 관련 전문 인력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는 다르게,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인맥과 정보를 찾는 장이다.

한국에서는 '반값 공동구매'로 이해되고 있는 소셜커머스의 가능성도 논의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최초의 소셜커머스 그루폰코리아의 황희승 대표는 소셜커머스가 "온라인의 형식을 입은 오프라인 사업"이라고 정의하며 구매를 넘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소셜커머스를 통해 운동화를 사면 특정한 날, 특정 장소에 모여 운동화를 찾은 후 자선 마라톤에 참가하도록 하는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리미티드 에디션 티셔츠를 판매하고, 그 수익을 기부하는 등의 이벤트는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의미를 풍성하게 만들려는 시도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마트 시티는 정책적으로 친환경과 네트워킹, 지속가능성이라는 스마트 시대의 화두를 구현한 사례로 유명하다. 건물 옥상마다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고, 관청공간을 줄이며, 교통 체증에 시달리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줄여 에너지 소비량을 낮추고 일의 효율을 높였다.

스마트 워크에 대한 정부와 기업, 시민의 이해와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암스테르담 도시개발국장 프랑 안톤 버마스트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고도 지속 가능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에너지 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미터, 태양광을 활용한 와이파이 벤치인 존스팟 등의 장치로 시민들을 '교육'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컨퍼런스에서는 이외에도 글로벌 방송통신 정책과 시장의 변화, 차세대 미디어의 동향, 스마트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이 논의됐다. 강연자 중 한 명인 세계미래학회 티모시 맥 회장은 신중했다.

"스마트 기술은 다방면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경제·사회 변화, 나아가 사회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의 임무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알고 그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을 고르는 것이다." 쇼는 끝났어도 스마트 시대는 갈 길이 멀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