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자외선, 전자파 차단 등 안티 폴루션 제품 인기

"먼지를 마셔서 목이 따갑고 기침 나오는 건 그래도 참겠는데 피부염은 너무 속상해요. 계속 밖에서 돌아다닌 것도 아니고 잠깐 나갔다 왔는데도 눈 밑부터 턱까지 오톨도톨한 게 올라오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가라앉지를 않네요."

올해 최악의 황사가 몰아 닥친 이번 달 초, 한반도는 온통 뿌연 먼지 속에 가라앉았다. 보통 황사가 정점을 이루는 3~4월 외에 5월에도 황사특보가 발효된 것은 3년 만이다. 봄철에만 황사 바람을 구경했던 것은 먼 과거의 일이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땡볕이 쏟아지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황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다.

여기에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방사능 공포와 사시사철 쏟아지는 자외선, 전자파까지. 인류가 지고가야 할 업보임은 인정하지만, 그러나 당장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와 꽉 막힌 모공, 우툴두툴 솟은 면포, 말라서 갈라진 입술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마스크만으로는 부족해!

황사가 발생하는 지역은 몽골과 중국 북부 지역이다. 초속 30m 이상의 강풍이 이 곳을 강타하면 약 100만 톤에 이르는 거대한 먼지 덩어리가 공기 중으로 두둥실 떠오르게 되고 이 중 절반은 중국, 나머지는 동쪽으로 밀려와 한국과 일본에 떨어진다.

디올스킨 크리스탈누드
황사가 매년 심해지는 이유는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황사 발원지가 사막화되어가기 때문. 고로 앞으로도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이달 중 한 번 더 짙은 황사가 한반도를 뒤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사로 인한 미세 먼지가 피부에 닿으면 접촉성 피부염 및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다. 공격적인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은 일단 피부에 보호막을 치는 것,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미처 막아내지 못한 오염 물질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것, 마지막으로 피부에 누적된 해로운 물질들을 배출하는 것이다.

황사는 아시아 지역에 한정된 현상이므로 서구에서는 그다지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때문에 코스메틱 브랜드에서는 아시아 여성들만을 위한 피부 보호 제품을 따로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디올은 외부 오염 물질이 피부에 흡착되는 것을 막아주는 프라이머 팩트를 내놨다. 디올스킨 크리스탈 누드는 고체 밤(balm) 형태의 프라이머로, 메이크업하기 전에 바르면 활성화된 미네랄 워터를 포함한 누드 포뮬러가 피부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해 오염 물질이 얼굴에 붙는 것을 막아준다.

컬러가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메이크업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내장돼 있는 퍼프의 스폰지 면으로 맨 얼굴에 두드리듯이 바른 다음 화장을 하면 된다. 메이크업 후에도 수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퍼프의 벨벳 면을 사용해 화장한 위에 발라주면 흐트러진 메이크업을 재정비하는 효과와 함께 방어막을 튼튼히 할 수 있다.

클라란스UV플러스 HP데이스크린 하이프로텍션
일반적인 자외선 차단제에도 오염 방지 기능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클라란스는 몇 년 전부터 도시 공해와 전자파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공해방지복합체 E3P 콤플렉스를 개발해 모든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중 전자파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마그네틱 디펜스 콤플렉스는 극한 환경에서 자체적인 방어 물질을 생산해내는 2가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2000m 심해에서 높은 압력과 극한의 온도를 견디는 써모스 써모필로스와 시베리아의 혹한 속에서 피는 로디올라 로시아 추출물은 전자파와 오염으로부터 피부를 효과적으로 보호한다.

클라란스의 'UV플러스 HP 데이스크린 하이프로텍션 SPF 40'에는 이 공해방지복합체 성분을 포함해 멜론에서 추출한 과산화물제거효소(SOD)가 들어 있다.

외부로부터의 방어 외에도 피부 내부에서 일어나는 손상을 막아주는 물질로,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자라는 캔털루프 멜론의 과육에서 추출한 SOD는 피부의 지질과 단백질, DNA 분자를 산화시키는 물질을 제거해 노화를 방지하고 저항력을 키운다.

크리니크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자외선 차단제 '더마 화이트 시티블록 안티폴루션'은 특허 받은 항산화 성분과 화이트닝 성분의 조합으로 공해와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준다. 오일과 향료가 첨가돼 있지 않으며 연한 베이지 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메이크업 베이스 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

샤넬UV에쌍시엘 멀티프로텍션
샤넬의 'UV 에쌍시엘 멀티 프로텍션' 역시 비타민 E 유도체와 항오염 복합체를 함유하고 있어 도시 오염으로부터 방어막을 쳐준다. 뿐만 아니라 미네랄 선 필터와 감초 뿌리 추출물은 과색소 침착을 막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SPF 50에 PA+++로, 프로텍션 지수가 높은 편이지만 피부 위에 매끄럽게 펴 발리는 파우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깨끗이 닦아 내고, 후련하게 배출하기

온갖 제품으로 무장하고 마스크도 쓰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 먼지까지 다 막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 깨끗하게 씻어내고 누적된 독소를 빼내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키엘이 환경 스트레스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 찾아낸 물질은 아사이 베리.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열매인 아사이 베리는 블루베리에 비해 항산화 효과가 21배 가량 높으며 눈 건강에 좋은 안토시아닌을 현존하는 식품 중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슈퍼 푸드로 떠올랐다.

더마화이트 시티블록 안티폴루션
원주민들의 질병 치료나 스태미너 증진에 주로 이용되면서 '아마존의 비아그라'라고도 불린 이 식물은 피부에 발랐을 때도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키엘은 클렌저와 토너, 모이스처라이저 등으로 구성된 '아사이 수퍼 베리 콜렉션'을 출시했다. 아사이 베리를 포함해 로즈마리 에센셜 오일, 알로에 베라 주스 등 천연물질로부터 얻은 성분들은 오염이 야기한 산화 물질이 피부 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을 막아준다.

콜렉션 중 거품 타입의 클렌저는 피부에 남아 있는 불순물을 말끔하게 제거하고 모공을 세척해 피부가 자연 균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토닝 미스트는 일반 토너처럼 클렌징 이후 화장솜에 묻혀서 닦아내는 용도로 사용하면 피부에 남아 있는 잔여 물질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으며, 메이크업 후에도 시시때때로 뿌려주면 낮 동안에 피부의 산화방지막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염 물질이 제때 제거되지 않고 피부에 쌓이면 트러블이 일어나고 안색이 어두워지며 노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에 누적된 독소를 배출한다는 콘셉트의 디톡스 제품이 환경 오염이 심해짐에 따라 점점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유난히 빡빡 닦고 쏙쏙 뽑아내는 걸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어 국내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키엘 아사이 베리 클렌저
발효 화장품 숨37에서는 '화이트 어워드 디톡스 마스크'를 선보였다. 바르고 씻어내는 타입의 마스크로, 바르면 미세한 기포가 발생하면서 모공 깊숙한 곳의 노폐물을 끌어올려 배출시키는 기능이 있다. 세안 후 도톰하게 바른 다음 5~7분 후 미온수로 씻어내면 된다.

오휘가 야심만만하게 내놓은 고가의 3D 블랙 마스크는 일본 키슈 지방에서만 생산되는 빙쵸탄을 레이온 재질의 마스크에 적용한 제품이다. 빙쵸탄은 백탄(참숯) 중 최상급으로 치는 숯으로, 그 안에 있는 작은 공극이 피부의 독성 물질 흡착성을 높이고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음이온을 발생시켜 피부 보습과 미백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3D 입체 설계로 가운데 부분이 얼굴 형태에 맞게 입체적 모양을 띠고 있어 리프팅 효과와 밀착 효과가 뛰어나다.


오휘 화이트익스트림 3D마스트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