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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하도급 고질병’ 어떻게 고치나

‘관리만 하는’ 허울뿐인 시공사…‘직접시공제’ 확대로 책임 강화해야
  •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 발표한 뒤 첫 주말인 8월 6일 세종시에서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진행됐다.(사진=연합)
임병용 GS건설 대표, 박상신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 등이 하도급법 위반 관련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들 가운데 박상신 대표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에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해 증인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임병용 GS건설 대표는 25일 종합감사에만 출석하기로 했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부각된 건설사들의 하도급 문제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와 함께 짚어본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하도급 거래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수리·건설 또는 용역을 위탁하거나, 원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조·수리·건설 또는 용역을 위탁받은 것을 수급사업자에게 다시 위탁한 경우, 그 위탁을 받은 수급사업자가 위탁받은 것을 제조·수리·시공하거나 용역 수행하여 원사업자에게 납품·인도 또는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를 말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유의동 위원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분쟁 조정 신청 건수에 따르면 하도급 분야 분쟁 다발 건설업체는 현대건설 45건, 선진엔지니어링 40건, 대우조선해양, 롯데건설 32건, 대림산업 29건, 포스코건설 26건, 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25건,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비츠로씨앤씨, GS건설 21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하는 갑질 문화가 여전한 현실이다.

이 기업들 가운데 대림산업의 박상신 대표가 지난 10월 15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설사 CEO 가운데 첫 출석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상신 대표는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저희 경영진의 책임이 큰 것 같다"며 "더 노력해서 이런 자리에 서지 않도록 하겠다"고 건설사 대표로서 하도급 갑질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

하도급 분쟁이 가장 많았던 현대건설의 박동욱 대표는 10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위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대 건설사에서 지급된 산재보험 급여는 2015년 1745억 원, 2016년 1862억 원, 2017년 2076억 원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 분쟁 가장 많은 건설사는 현대건설

특히 현대건설은 하도급 분야 분쟁이 가장 많았을 뿐만 아니라 산재보험금 순위에서도 471억 원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대우건설이 439억원으로 2위, GS건설(359억 원), 삼성물산(295억 원), SK건설(230억 원), 롯데건설(225억 원), 대림산업(207억 원), 현대산업개발(186억 원), 두산건설(174억 원), 포스코건설(169억 원)이 뒤를 이었다. 산재보험급여가 많이 지급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건설노동자들이 업무상의 이유로 사망 또는 부상이나 질병 등의 재해를 입어 각종 보험금 지출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해묵은 건설사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시공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직접시공제란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공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 22일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이 주간한국과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이 말한다. "특수 공정이 필요할 때가 있기에 100% 직접 시공은 어렵겠지만 일정 부분 하도급을 주더라도 전체 공사의 50%는 원도급 건설사가 직접 인력을 고용해서 시공해야 한다. 지금은 현대건설이든 대우건설이든 삼성물산이든 직접 고용한 노동자와 장비가 없다. 모든 대형 건설사들이 하도급을 주고 하청업체 관리만 하는 상황이다. 엄밀히 말해 이들 건설사는 시공사가 아니다. 공사를 따와서 하청을 준 다음 관리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 원도급 업체들은 중개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원도급 업체들의 실질적인 역할은 없고 현장에서 들어가는 금액은 공사 발주자(자신의 자산 또는 위임받은 자산으로 공사를 시행하는 자)도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경실련은 2015년부터 직접시공제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당시 최승섭 부장은 100억 원 이상 규모의 공사에 대해 직접시공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 주장과 더불어 2016년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정동영 의원은 직접시공제를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100억 원 이상의 공사로 확대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8일 제9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의 직접시공은 현행 10% 이하에서 오는 2022년까지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또한 소액 공사의 일괄 하도급 방지를 위해 2005년 도입한 직접시공 의무제 대상 공사의 상한을 현행 50억 원 미만에서 올해는 70억 원, 2020년까지는 100억 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건설 노동자 보호하는 법률 부재도 문제

최승섭 부장은 "하도급업체를 보호해주는 하도급법이 있으나 건설 노동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법이 없기에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며 건설 노동자에 대한 처우도 언급했다. 여기서 말한 하도급법은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줄인 말로 기술유용 행위뿐 아니라 하도급 대금의 부당 단가 인하, 부당 발주 취소, 부당 반품 행위 등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최승섭 부장이 말한다. "건설사들이 직접 건설 노동자들을 채용하면 대우가 많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도급 순위 50위 안에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채용하는 것과 지금처럼 하도급 업체가 인력사무소를 통해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은 처우가 다를 수밖에 없다. IMF 외환위기 시대를 기점으로 대형 건설사들은 타워크레인 기사나 덤프트럭 기사를 직접 고용하고 있지 않다. 시공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모든 시공을 하도급으로 하다 보면 노동자 임금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것도 건설사 하도급 관행에서 비롯되는 문제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어떤 공사에 문제가 생겨 건설 노동자의 임금 체불이 일어나게 되면 원도급업체는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하도급업체는 돈이 없다며 부도를 내고 도망간다거나 원도급업체에 항의해서 겨우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최승섭 부장은 "원도급업체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섭 부장이 말한다. "민간 공사까지 관여할 수는 없겠지만 공공기관 공사들은 직접 건설 인력들을 채용했으면 한다. 공공기관은 100억 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직접시공제를 하고 있다. 100억 원 미만에 한해서만 직접시공제를 하다 보니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 '100억 원 미만'이라고 범위를 정한 법을 '100억 원 이상'으로 바꿔야 한다. 위반 사례를 확인하는 기관은 국토교통부인데 적발 건수가 1년에 100건 미만이다. 실제 공사는 수십만 건에 이르는데 위반 적발 건수가 100건 미만이라는 것은 지키지 않아도 누구도 뭐라고 안 하는 제도가 된 셈이다."

공정위도 하도급 위반 행위에 ‘솜방망이’ 대응

최승섭 경실련 부장은 ‘적정공사비’ 문제도 거론했다. 적정공사비는 부실시공과 불법 하도급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한 다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강조한 사안이다. 최 부장은 특히 "정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시가 적정공사비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최승섭 부장의 말이다. "불공정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하도급법이 좋아지고 있는 반면,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 이번 국정감사만 보더라도 노동자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더라. 대한전문건설협회는 국정감사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에게 하도급 업체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를 준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협회처럼 자신의 얘기를 주장할 수 없기에 국정감사에서 문제 제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 노조에서 파업하고 시위할 뿐, 국정감사에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최승섭 부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유명무실하다. 건설사 담합에 대해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건설사 하도급 문제가 심한 데는 공정위의 책임도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999년 하도급법 위반 행위 억제를 위해 '하도급 벌점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영업정지를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 34개 업체가 벌점 기준을 넘겼음에도 이 가운데 3개 업체에 관해서만 입찰 참여 제한을 의결해 하도급 갑질을 막기는커녕 불공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2015년 6월∼2018년 6월 하도급법 위반 벌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발 3점, 과징금 2.5점, 시정명령 2점, 경고 0.25점으로 벌점이 부여된다. 이 자료에서 한일중공업이 19.25점으로 가장 많은 벌점을 받았으며, 한화 S&C 9.75점, SPP조선 9.5점, 화산건설 9.25점, 대우조선해양 8.75점 등이 뒤를 이었다.

[박스] LH와 SH, 아파트 공사비 내역 ‘비공개 버티기’ 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분양한 일부 아파트의 공사비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해놓은 상황이다. 경실련이 공사비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한 아파트는 공공 분양·10년 임대·국민 임대 등 LH 9개, SH 23개 단지다.

하지만 LH와 SH 측은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LH와 SH가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는 8년 전 법원에서 비공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사항"이라며 "정보 감추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월 2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1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분양원가 공개 추진은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 개정으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기에 공동주택 분양 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경기도의 경우 과거에 분양한 아파트까지 수천 개의 공사비 내역을 공개했다. 이와 반대로 LH, SH 측은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사비 내역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과거 SH 측과의 소송에서 승소한 경험이 있다. LH, SH 측에게 과거 판결문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사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실련은 2010년 장지, 발산, 상암지구 아파트 공사비 내역서 공개를 요구하는 SH공사와의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SH의 설립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사비 내역서를 공개한다고 해서 원·하도급업체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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