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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글로벌, 입찰가 담합 사건 뒤 급급했던 손해배상액 깎기

법원 판단과 배치됐던 책임 축소 주장
  • 지난 2015년 초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 등 건설사들의 입찰가 담합 사건과 관련된 법적분쟁이 최근 마무리 됐다. 사진은 코오롱글로벌 인천시 송도 본사. (사진=코오롱글로벌)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지난 2015년 초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 등 건설사들의 입찰가 담합 사건과 관련된 법적분쟁이 최근에서야 마무리됐다. 사실 당시 입찰가 담합 대상이 됐던 공사의 수요기관이 이들 건설사들에게 수십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3년 이상 진행돼 온 이 사건 재판에서 수요기관들은 일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입찰가 담합에 연루됐던 코오롱글로벌(대표이사 윤창운)의 손해배상액 축소 산정을 위해 제기한 다소 납득할 수 없는 주장들이 밝혀졌다.

지난 2015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 동부건설 등 건설사들의 입찰가격 담합 행위를 적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들 건설사들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수십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문제의 입찰가 담합 사건이 지난 2009년 12월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고양시 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설치사업 그리고 같은 시기 조달청이 발주한 청주시 하수처리장 여과시설 설치 및 소각로 증설공사와 관련이 돼 있다고 밝혔다.

고양시 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설치사업은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 현대건설이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투찰가격에 합의했고, 태영건설이 가장 높은 금액으로 낙찰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주 하수처리장 여과시설 설치 및 소각로 증설공사의 경우 역시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 그리고 동부건설이 사전 투찰가격을 합의해 코오롱글로벌이 낙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정위는 고양시 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설치사업의 입찰가 담합 사건과 관련해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 현대건설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검찰은 현대건설의 경우 입찰담합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를 내린 반면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의 법인과 임직원들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이어 같은 해 6월 법원은 두 회사 법인에 각각 수천만원대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렇게 마무리돼 잊혀 가는 줄로만 알았던 당시 사건은 사실 최근까지 법원에서 오르내리며 이어져 왔다.

청주 하수처리장 여과시설 설치 및 소각로 증설공사 입찰가 담합 사건과 관련해 해당 공사의 수요기관이었던 청주시가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을 상대로 당시 입찰가 담합으로 인해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사실 청주시는 앞서 공정위가 이들 건설사들의 입찰가 담합 행위를 적발해 발표한 직후인 2015년 3월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지며 지난달 31일에서야 청주시 측의 일부승소 판결로 이 사건 재판이 마무리 됐다.

이 사건 재판을 통해서도 인정된 사실이지만,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 동부건설은 당시 청주 하수처리장 공사 입찰에서 가격부문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각사 실무자들이 사전에 투찰률을 합의했다.

결국 코오롱글로벌이 최종 낙찰자로 결정돼 발주처인 조달청과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총 공사금액 357억 9000만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입찰 가격경쟁을 제한하고 낙찰자의 낙찰가격을 결정함으로써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위반한 부당공동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청주시가 효율적인 낙찰자를 찾지 못하고 과도한 계약금액으로 낙찰자를 선정해 손해를 입은 것이 명백했다.

  • (사진=연합)
때문에 법원은 코오롱글로벌과 태영건설 측이 공동해 청주시에 끼친 손해에 대해 일부 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목해 볼 점은 이 사건 입찰가 담합의 수혜자였던 코오롱글로벌 측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한 주장이었다.

불법행위로 증가한 손해배상액임에도, 초기 낙찰가 산정 고집

대법원의 지난 2012년 11월 29일 선고(2010다93790)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그 위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상대방에게 존재했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

특히 위법한 입찰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는 그 담합행위로 인해 형성된 낙찰가격과 그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격(가상 경쟁가격)의 차액을 말한다.

이 가상 경쟁가격은 담합행위가 발생한 당해 시장의 다른 가격형성 요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담합행위로 인한 가격변동분만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담합 등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액이 커지거나, 담합행위 이후 가격 변동이 일어난다면 이 역시 반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일반 건설업체들의 경우 이를 심오한 법적문제가 아닌, 매우 상식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감정사들은 입찰가 담합이 없을 경우에 대한 가상 경쟁가격의 산정을 통해 코오롱글로벌 측의 낙찰가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청주시가 입는 손해액을 제시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처럼 공사가 진행되면서 물가변동 및 설계변경 등의 사정으로 계약금액이 여러 차례 변경된 점 역시 이와 같은 산정에 반영해야 했다.

무엇보다 물가변동 및 설계변경 등의 요인으로 청주시가 코오롱글로벌 측에 실제로 지급한 공사금액은 초기 낙찰금액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청주시는 앞서 감정사들이 산정한 액수보다 높은 금액의 손해액을 산정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코오롱글로벌이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청주시의 손해배상액을 낙찰가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낙찰가로 산정하다 보면 코오롱글로벌이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수는 더 낮아진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부는 “코오롱글로벌의 불법행위로 인해 계약금액이 증가하는 손해가 발생했고, 물가상승 및 설계변경으로 인해 증액된 계약금액에는 이런 불법행위로 인해 상승된 계약금액에 상응하는 증액분도 포함돼 있다”라며 코오롱글로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코오롱글로벌 측은 재판 과정에서 청주시의 손해배상 범위에서 계약금액상 부가가치세 부분의 경우 자사가 청주시로부터 이를 지급받아 그대로 세무서에 납부했으므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재판부로부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처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그 위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상대방에게 존재했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

그렇다면 청주시가 코오롱글로벌에게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계약금액을 실제로 지급한 이상, 청주시로서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물론 코오롱글로벌은 대법원 판례(2008두20158)상 ‘부가가치세는 재화 등을 공급한 자가 이를 공급받는 자로부터 일시적으로 수취 및 보관했다가 세무관서에 납부하는 것으로서 그 성질상 재화 등을 공급한 자가 그 부당공동행위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는 점 등을 들어 부가가치세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청주시가 코오롱글로벌로부터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사진=연합)
다만 해당 대법원 판례는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의 기준이 되는 연간 매출액 또는 구매액 산정 시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해당해 이 사건과는 차이가 있었고, 재판부 역시 이 부분 코오롱글로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코오롱글로벌이 연루됐던 입찰가 담합 사건은 공공기관이 발주해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간 환경시설 설치공사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불법행위를 범했다며 업계 내외로부터 큰 공분을 산 바 있다.

이후 코오롱글로벌은 언론을 통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현재까지 같은 사건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의 경우에서처럼 재판부조차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던 납득할 수 없는 이유들로 자사 측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공공기관의 금전적 손해에 대해 마치 최대한 책임을 축소해 보려는 모습에 역시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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