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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대우가 외국회사와의 법적분쟁에서 늘어놨던 궤변

과실 인정하면서 보상책임이 없다니
  • 포스코대우의 4년 전 수출품 불량 관리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포스코대우 인천 사옥. (사진=연합,포스코대우)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포스코대우(대표 김영상)가 수년 전 선박화물 관리에 대한 과실로 수출품에 손상을 일으켜 외국 협력사에 손해를 끼쳤던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사고로 포스코대우 측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상황에 놓였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책임을 축소하려다 결국 번복되고 말았다.

사건은 포스코대우로 간판이 바뀌기 전인 지난 2013년과 2014년 대우인터내셔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은 스페인 국적 회사인 A사와 580톤 상당의 전기도금 양철 코일 66개를 수출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체결된 지 약 4개월 후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해당 코일을 컨테이너에 실어 중국 다롄항에서 해상운송사로부터 제공받은 선박에 옮겼고, 이 선박은 2014년 2월 다롄항을 출발해 같은 해 4월경 목적지인 스페인 카르타헤나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카르타헤나항에서 코일을 넘겨받은 A사 측은 대우인터내셔널 측에 강하게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 총 66개의 코일 중 무려 절반가량에서 형체 변형 등의 손상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향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해당 코일을 실은 대우인터내셔널 측 선박은 항해 과정에서 심한 흔들림 현상을 겪었고 이로 인해 컨테이너 내에 담긴 코일이 역시 움직이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총 66개의 코일 중 절반이 컨테이너 바닥과의 마찰 등으로 인해 이물질이 끼거나, 바닥 내지 벽면 충격으로 형체에 변형이 생기는 등의 손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화물을 적입한 컨테이너를 선박에 적재하면서 선박이 항해 중 파도나 폭우 등으로 크게 흔들리더라도 컨테이너 내 화물이 움직이거나 무너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단단히 고정시키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당시에도 대우인터내셔널 측 역시 해당 66개의 코일을 컨테이너에 넣으면서 고정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당시 중국 다롄항에서의 출항 전, 나무 팔레트 위에 코일을 올린 다음 팔레트와 코일을 2개의 금속 스트랩(strap)으로 묶고 팔레트와 팔레트 사이 그리고 팔레트와 컨테이너 사이에 버팀목을 설치하는 통상적 방식으로 코일을 고정시켰다.

여기서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한 가지 큰 실수를 범했다. 당시 코일을 팔레트 위에 놓고 고정할 뿐만 아니라, 래싱(Lashing)밸트 등을 이용해 컨테이너와도 고정시키는 작업을 거쳤어야만 했다.

그러나 단순히 코일과 팔레트를 2개의 금속 스트랩으로 고정하고, 팔레트와 팔레트 사이 및 팔레트와 컨테이너 사이에 버팀목을 설치하는 것으로 코일에 대한 고정 작업을 완료했다.

향후 이 사고는 대우인터내셔널 측의 화물을 고정시키는 작업에 있어서의 하자, 즉 ‘고박불량’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박불량으로 인해 대우인터내셔널은 2개월 가까운 항해로 운반한 코일 중 절반을 A사에 온전히 넘기지 못했고, 수출 계약에 따라 A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마저 지게 됐다.

  • (사진=연합)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의 불량운반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은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았고, 이는 같은 시기인 2014년 4월 역시 고박불량이 주요 원인이 돼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자연스럽게 묻혔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당시 사건은 곧바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손해배상 문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A사는 대우인터내셔널과 수출계약을 체결한 직후 자국 보험사와 대우인터내셔널의 코일 66개에 대한 해상운송 중의 위험을 담보하는 내용의 적하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A사는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인도받은 코일의 손상으로 해당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으며 손해를 보전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 스페인 보험사 그리고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사명이 변경된 포스코대우 간의 문제로 넘어갔다. 보험사는 포스코대우를 상대로 자사가 A사에 지급한 보험금 상당의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우리 법원에 제기했다.

사건 발생 4년을 넘긴 이달 초 우리 법원은 포스코대우 측에 해당 보험사가 청구한 손해배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포스코대우 측은 마치 당시 사건에 대해 책임을 축소하려는 듯한 다소 황당한 항변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대우 측은 이 사건 재판에서 당시 고박불량이라는 과실로 코일에 손상이 발생했던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영국 런던보험자협회가 정한 해상적하보험상의 협회약관 중 협회적하보험약관(ICC) 내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포스코대우는 협회적하보험약관 조항 중 ‘보험자는 포장의 불충분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보상책임이 없다’는 점을 들어 당시 고박불량으로 인해 발생한 A사 측 손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은 이런 포스코대우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해당 약관조항에서 적시한 포장이라고 함은 컨테이너에 적입하는 것을 포함하는데, 이런 적입이 보험개시 전에 행해졌거나 피보험자 또는 그 사용인에 의해 행해진 경우에 한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포스코대우 측 주장대로 보험금 지급에 있어 면책이 되기 위해서는 코일의 적입이 A사가 적하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이뤄졌거나, 해당 적입이 피보험자인 A사 또는 이 회사의 사용인에 의해 실행돼야만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A사의 코일 66개에 대한 적하보험은 대우인터내셔널과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입이 이뤄졌고, 이 시점 이후에 대우인터내셔널의 코일에 대한 컨테이너 적입이 이어졌다.

또 코일의 적입이 A사나 이 회사의 사용인이 아닌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중국 다롄항에서 이뤄진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포스코대우가 주장한 약관 상 포장에 성립하는 요건은 어느 한 가지도 없었다.

결국 포스코대우는 외국 회사로부터 해상운송에 있어서 부실한 화물 관리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보험약관을 잘못 해석하면서 자사의 배상 책임을 무리하게 축소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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