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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정당한 납세 절차에 황당한 ‘부당함’ 호소

정당한 납세증명서 제출 요구에 “부당하다”… 조세체납 의도 비춰질 가능성도
  • 롯데케미칼이 정당한 납세 절차에 부당함을 호소하며 조세체납 의도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롯데케미칼(대표 김교현)이 정당한 납세 절차를 착오해 국가와 법적분쟁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롯데케미칼의 완전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롯데케미칼은 어렵지 않은 납세 절차에 착오를 일으키며 조세체납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국세징수법 제5조의 규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부 관리기관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음으로써 납세의 의무가 생긴 자는 ‘납세증명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물론 대금을 지급받게 된 자가 원래의 계약자가 아닌 경우, 예를 들어 해당 대금 채권의 양도ㆍ양수로 대금의 최종 수령자가 바뀌게 될지라도 동법 시행령 제4조에 따라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모두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런 납세 절차는 비단 국세뿐만 아니라 지방세와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납세자인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은 관련법에 따라 납세증명서를 제출하거나 납부사실의 증명을 요청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1980.6.24. 선고 80다622)에 따르면 이처럼 국세징수법 및 동법 시행령 등에 의해 납세완납 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취지는 조세 체납을 방지하며 그 징수를 촉진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다.

만약 국가로부터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을 요구받고도 이에 불응한다면 계약의 체결이나 금원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이는 매우 기본적인 납세의 원칙 중 하나로 납세증명서 제출 절차가 상당한 수고가 드는 것도 아니며, 역으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앞서 언급한 조세 체납을 의도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상적인 납세자라면 국가 또는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게 되거나 이에 대한 채권을 양수하는 경우 관련 납세증명서를 성실히 제출하게 된다.

그런데 국내 석유화학 업계 1ㆍ2위에 해당하는 롯데케미칼은 이런 당연한 납세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최근 국가와 법적분쟁까지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초 기계장비 제조업체인 A사로부터 이 회사가 국가에 가지고 있는 1억 6000만원 상당의 채권을 자사에 양도하는 내용의 채권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보통의 채권양도ㆍ양수 계약이라면 A사가 국가에 롯데케미칼과의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함으로써, 기존에 A사에 대한 국가의 1억 6000만원 상당의 채무는 롯데케미칼에 완전히 이전됐다. 국가는 이 금원을 롯데케미칼에 지급하면 채무는 소멸할 수 있었다.

  • 롯데케미칼 측은 국가의 공탁 조치는 부적법하기 때문에 변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
이후 이 1억 6000만원의 채무는 약 6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대금을 지급하는 당사자가 일반법인 또는 개인이 아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부 관리기관에 속한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국세징수법 및 동법 시행령 등의 법령에 따라, 국가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 납세자는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또 대금을 지급받게 된 자가 원래의 계약자인 A사가 아닌 채권을 양수받은 롯데케미칼이라고 할지라도,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의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대금 지급의 의무가 있는 국가는 지난해 4월 롯데케미칼을 피공탁자로 지정해 롯데케미칼이 채권양도인인 A사의 국세, 지방세, 건강보험료 및 연금보험료에 대한 납세(납부)증명서를 전부 제출할 것을 반대급부로 하며 A사의 국가에 대한 잔존 채권 상당액 6000여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해당 공탁으로 롯데케미칼은 국가로부터 잔존 채권액 6000여만원을 당장 지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롯데케미칼 측은 A사로부터 국가에 대한 채권을 정당하게 양도받았고, 국가의 해당 공탁은 부적법하기 때문에 변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 반대급부 조건으로 제시한 A사의 국세, 지방세, 건강보험료 및 연금보험료에 대한 납세증명서를 제출하라는 것 역시 부당하기에, 국가는 당장 롯데케미칼에게 잔존 채권액 6000여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롯데케미칼이 A사가 가지고 있던 채권의 양수인으로서 국세징수법 및 동법 시행령 등이 정한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한 제출을 부당한 반대급부라는 롯데케미칼 측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양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말 패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 사건 재판의 롯데케미칼의 패소 사유에 대해 어렵지 않은 판단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 내용에 따르면, 국세징수법 및 동법 시행령 등의 법규를 보더라도 납세자가 국가로부터 대금을 받게 됐다면 납세증명서를 국가에 제출해야 하며, 대금에 대한 채권양도가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채권 양수인과 양도인의 납세증명서를 국가에 제출해야만 채권 상당의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사진=데일리한국,롯데케미칼)
이 사건 재판부는 “롯데케미칼이 국가에 대해 양수금을 청구했다고 하더라도 국가로부터 양수금을 현실적으로 지급받기 위해서는 국가에 관련 규정에 따라 국세, 지방세, 건보료, 연보료에 대한 각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롯데케미칼이 각 납세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이상 국가는 양수급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롯데케미칼이 국가로부터 요청받은 납세증명서 전부를 국가에 제출하지 않는 이상, 롯데케미칼은 양수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롯데케미칼은 기초적 납세 절차에 대한 착오로 조세 체납의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 충분한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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