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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업체 PB상품 하도급 실태 얼마나 개선됐나

제조 하도급보다 불공정 비율 높아…‘갑질’ 줄어도 납품업체 이익 제자리
  • 롯데마트는 지난해 2월부터 운영기간 내내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PB '온리프라이스'를 선보였다.(롯데마트)
지난 11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대형할인점,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PB(Private Brand, 제조업체가 납품한 제품에 유통업체 상표를 부착해 판매하는 상품) 상품 분야의 하도급 거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공정위가 PB 상품 분야의 하도급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PB 상품을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들이 거래상의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들이 종종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런 불공정 거래가 어느 정도나 개선됐을까.

공정위가 PB상품 하도급 거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대상으로 삼은 대형 유통업체는 총 12개사다. GS리테일(GS수퍼마켓, GS25),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BGF리테일(CU),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코스트코코리아, 메가마트, 코레일유통(스토리웨이), 서원유통(탑마트), 한국미니스톱, 농협유통(하나로클럽, 하나로마트) 등이다.

이들 12개 유통업체의 PB 상품 거래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2조 7000억 원에 달했다. 또 12개 유통업체가 PB 상품 유통을 위해 거래하는 하도급 업체 수는 총 2045개나 됐다. 하도급 업체 한 곳당 연간 평균 거래규모는 약 13억 원이었다.

PB 상품 하도급 거래규모가 가장 큰 유통업체는 GS리테일로, 금액 기준으로 1조 5016억 원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이마트(6364억 원), 롯데마트(2377억 원), 홈플러스(1013억 원), BGF리테일(927억 원), 코리아세븐(594억 원), 코스트코코리아(545억 원), 메가마트(244억 원), 코레일유통(119억 원), 서원유통(59억 원), 한국미니스톱(36억 원), 농협유통(21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GS리테일, PB 상품 거래액 1조 5016억 원 달해

PB 상품을 공급받는 하도급 업체 수가 가장 많은 대형 유통업체는 499개 기업과 거래하는 이마트였다. 롯데마트는 381개, 코레일유통은 325개, 메가마트는 292개, 홈플러스는 196개, GS리테일은 177개 하도급 업체로부터 물품을 받아 PB 상품으로 판매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PB 상품 하도급 거래 중인 대형 유통업체가 ‘부당 반품’을 하는 경우가 25%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제조업 하도급 분야 원사업자의 4.2%와 비교해 6배가량 높은 수치다. 부당 반품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직접 물품을 납품받거나, 하도급법상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물품을 위탁한 뒤 위탁한 목적물을 수령 또는 인수한 후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납품받은 물품을 부당하게 반품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부당한 위탁 취소’의 경우도 일반 제조 하도급 원사업자의 비율인 9.7%에 비해 1.7배 높은 16.7%에 달했다. 부당한 위탁 취소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취소하거나 위탁할 때 정한 발주량, 사양 등 위탁한 내용을 변경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부당 반품이나 부당한 위탁 취소 행위는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진국 연구위원은 지난해 'PB 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PB 상품 유통과 관련한 하도급 제조업체의 어려움을 조명한 바 있다. 이진국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PB 상품 시장 성장으로 기업형 유통업체 이익은 늘어났으나 하도급 제조업체의 이익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제조이익은 낮고 유통이익은 높은 불균형

이진국 연구위원은 그 이유로 제조업체가 자사 브랜드와 유사한 PB가 출시됨으로써 ‘자기 잠식 효과(새로 내놓는 제품이 기존의 자사 주력상품의 고객을 빼앗아 가는 현상)’가 컸으며, 거래상 지위의 불균형으로 제조이익률은 낮게 유통마진율은 높게 책정된 것을 꼽았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정 하도급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 PB 상품을 공급하는 하도급 업체들이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PB 상품 하도급 거래가 많은 GS리테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과 거래하는 여러 업체들을 접촉해봤다.

경기도 소재 식품제조업체 G사는 GS리테일과 홈플러스를 통해 PB 상품을 유통하는 하도급 제조사다. G사 관계자는 “PB 상품을 제조하는 하도급 업체와 이를 유통하는 대형 유통업체는 일종의 먹이사슬 관계에 있다”며 “이전보다는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이 줄어든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PB 상품은 대형 유통기업의 생명줄과 같다고 본다. 매출은 표면적으로 많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 봤을 때 유통사와 하도급 제조사가 모두 힘든 전쟁 같은 상황”이라며 “기업은 영리를 위해 존재하는데 PB 상품 판매는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공식품업체 M사는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제품을 납품 중이다. M사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될 수 있으면 자체 브랜드 제품 유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 측은 자신들이 내세운 PB 상품의 종류를 늘리고 이를 유통하고자 한다”며 “회사 브랜드의 인지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같은 업체는 자체 브랜드 제품 판매를 우선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아지면 PB로 전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급적 PB 상품 판매는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라도에 위치한 빙과류 제조업체 S사는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 BGF리테일에만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S사 관계자는 “BGF리테일과의 거래 과정에는 큰 불만이 없다”며 “다만 전반적으로 소비가 침체한 상황에서 기호식품인 아이스크림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편의점에서의 판매량에 따라 제조업체의 생산량도 결정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호식품을 좀 더 찾아줘야 경영의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직권조사에 걸린 대형마트 3사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PB 상품을 다루는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를 대상으로 2016~2017년 2년간 PB 상품 거래에 관한 직권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유통 3사가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약정서를 미발급하거나 규격, 용량 등 필수 기재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약정서를 내준 사례가 3만 종 이상의 PB 상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수탁 기업의 귀책사유 없이 납품대금을 깎는 부당감액 사례도 864건에 달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하도급 업체의 부당감액 대금 전액을 지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부당감액한 납품대금 9억 6000만 원을 납품업체에 지급했으며 납품업체와의 거래 시에는 반드시 약정서를 체결하고 위탁내용 누락 등 불완전한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 3사는 인건비 및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납품 대금의 인상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납품업체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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