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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 ‘도매점 갑질 사건’에 한숨 돌린 이유

형사-민사 다소 엇갈린 결과… 후폭풍 가능성도
  • 국순당이 ‘도매점 갑질 사건’의 민사재판에서 대리점주들로부터 대부분 승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국순당의 ‘도매점 갑질 사건’으로도 잘 알려진 매출목표 할당 및 강제 구조조정에 관한 사건에서, 국순당이 피해를 호소하는 대리점주들로부터 제기당한 민사소송에서 청구 부분이 대부분 승소판결을 받으며 한숨 돌렸다. 이 사건 형사 항소심 재판 결과가 민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판매독려 등에 ‘위력’이 없었던 만큼 대리점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대리점주들은 향후 당시 위력에 대한 입증을 해낼 수 있다면 이후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 국순당은 주력 상품이었던 백세주의 매출이 감소하자 도매점과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출목표를 할당하고 만약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영업정책을 실시했다.

이른바 도매점 구조조정 계획이라고도 불렸던 이 정책에는 영업실적이 미흡한 기존 도매점의 퇴출 및 직영도매점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순당 측의 이런 행위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도매점들에 대한 판매목표를 강제하는 행위로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를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2013년 2월 국순당 측에 사측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도매점 사업자에 대해 판매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거래상대방에게 판매목표를 강제해서는 다시는 안 된다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향후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지난 2013년 10월 당시 국순당의 영업정책으로 인해 퇴출당해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 대리점주들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강요죄 등의 혐의로 배중호 국순당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물론 국순당 측 역시 배중호 대표에게 사과 및 손해배상을 요구한 대리점주 등을 상대로 경찰에 맞고소를 하기도 했다.

이어 2014년 5월 검찰은 국순당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고, 같은 해 12월 검찰은 배중호 대표와 국순당 전현직 간부를 부정경쟁 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결국 지난 2016년 10월 법원은 배중호 대표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등, 피고인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또 지난 해 8월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들에 유죄를 선고했지만, 1심 결과보다 감형한 결과를 내렸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주목해 볼 점은 업무방해 부분이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순당 측이 피해 도매점들에 매출 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채우라고 독려한 것만으로도 도매점장들의 도매점 운영에 대한 업무방해가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부분을 무죄 판단했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처벌 대상이 될 정도의 위력이 있어야 하지만,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이처럼 항소심 재판부와 기존과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대리점주들이 국순당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피해를 호소한 대리점주 16명은 2016년 초 당시 국순당 측을 상대로 계약상 의무 불이행, 판매목표 강제 및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달 말 법원은 이 사건 1심 판결을 내리며, 대리점주들의 청구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대리점주들 측은 국순당과의 계약 조항 중 ‘매월 상호 합의해 작성한 판매목표의 달성을 위해 상호 성실히 노력한다’라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본사 측이 대리점주들과 합의 없이 일방적 판매목표를 설정하는 등 계약상 의무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국순당 측에 대리점주들과 합의없이 판매목표를 설정 및 달성 요구를 해서는 안 될 계약상 의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공정위에서 판매목표를 강제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판매목표 미달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2009년 2월 이후 신규도매점과의 계약 체결의 경우에만 해당할 뿐, 원고 대리점주들처럼 장기간 도매점 계약을 이어온 곳과의 계약사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국순당 측의 도매점들에 대한 판매목표와 출고실적이 대체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던 만큼, 각 도매점들에 목표 달성을 강제해 출고실적으로 목표에 이르도록 무리하게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배중호 대표 등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형사재판 항소심 결과에서 업무방해죄가 무죄를 선고받은 점도 상당히 참고했다.

업무방해도 아닌 만큼, 국순당 측이 주류의 구매 확대를 위해 각 도매점에 촉구 또는 독려를 넘어 정상적 거래관행을 벗어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이 사건 재판에서 원고 대리점주 측 총 16명 중 1명에게만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고, 나머지 15명은 그 어떤 보상을 받지 못한 채 2년이 넘은 1심 재판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물론 이 사건은 항소 가능성 역시 매우 높은 상태다.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업무방해죄 부분에 대해 무죄로 인정하면서 위력이 없었다는 사유를 전했다.

이 사건 민사재판부 역시 본사 측의 무리한 강요나 위력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판매목표 설정 및 대리점 평가제가 원고 대리점주들이 말하는 손해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만약 원고들이 이 위력에 관한 입증에 나선다면, 이 사건 민사 항소심 재판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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