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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험난했던 첫 법정공방과 전망은

콜옵션 미공시 사유 등 쟁점이 판가름 할듯
  •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증권선물위원회가 첫 법정공방을 벌였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사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낸 증권선물위원회와 법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앞서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처분을 중지해 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첫 법정대면에서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재판부 역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재판부는 쟁점 몇 가지에 대해 추가로 질문을 던지면서 향후 양측의 참고서면에 보다 자세히 적시돼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시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이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 심리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달 14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4조 5000억원대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결론을 지으면서,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고발과 함께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 권고, 당국의 감사인 지정 3년, 과징금 80억원 부과,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삼성바이오 측은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해당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양측은 약 한달 만에 법정에서 대면하게 된 상황이다.

이날 삼성바이오와 증선위는 각각 이 사건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우선 삼성바이오 측은 자사가 지난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바이오에피스)의 재무제표상 회계처리 방식을 기존 종속회사(연결회사)에서 관계회사(지분법회계)로 변경한 것이 분식회계라는 증선위 측 판단을 부정했다.

삼성바이오 측 변호인단의 변론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젠(Biogen)사는 지난 2012년 50대 50의 지분으로 바이오에피스를 합작 설립하자는 삼성바이오 측의 제안을 거절하고 일부 지분과 함께 향후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1주’까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갖는 조건에 협의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과 함께 기업가치가 53조원으로 올랐다. 이에 바이오젠사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는 동시에 삼성바이오의 입장에서는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 것뿐이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증선위는 삼성바이오 측이 지배력 판단을 바꿀 요인이 없었음에도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해 4조 5000억원의 평가이익을 계상한 것은 명백한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봤다.

삼성바이오 측 주장과는 다르게,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 양사가 2012년 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회사를 공동으로 지배했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과 비교해 2015년에 삼성바이오 측의 지배력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증선위는 2015년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부채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비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듣고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며 내년 1월 중, 늦어도 2월초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집행정지 신청은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행정처분이 이뤄져 손해를 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때문에 재판부가 빠르면 심문 당일이나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보통인 만큼, 무려 한 달가량의 검토 기간을 가지겠다는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매우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양측의 공방이 팽팽한 만큼 재판부 역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신청인인 삼성바이오 측의 입장에서는 역시 불확실성을 더 장기간 안고 가는 만큼 불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판부도 궁금해 한 콜옵션 미공시 사유

이날 재판부가 특별히 주목하며 양측에 질문을 던진 주제가 세 가지 있었다. 그중 주목해 볼 하나가 바로 2012년부터 2014년 회계연도까지의 콜옵션 미공시 부분이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가 회계처리에 있어 중대사실이었던 만큼, 왜 이를 재무제표 작성 시 반영하지 않았냐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2015년 회계연도 삼성바이오의 감사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제시된다. 앞서 증선위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고의적 회계 위반’이라며 문제 삼은 바 있다.

이에 삼성바이오 측은 “당시는 비상장회사였고 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콜옵션 공시는 의무사항이 아니었다”라며 “회계를 담당했던 직원이 1~2명에 불과했고, (당시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에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진=연합)
사실 삼성바이오 측의 해명처럼 2012년부터 2014년 비상장사였던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에 대한 공시가 의무였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상장사로서 다수의 주주들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합작회사의 콜옵션 보유 여부가 중요 사항에 포함돼 당연히 이를 공시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2012년에서 2014년 회계연도까지 삼성바이오는 비상장회사로서 당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주가 500인 이상으로 외부감사인의 감사가 의무화된 비상장법인의 경우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 실적이 없더라도 투자자보호를 위해 사업내용을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중요사항에 대해 공시할 의무가 있었다.

중요사항을 공시할 의무가 있는 비상장법인은 주주들이 500인 이상이어야만 했고, 그 공시 내용이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상장이전 2012년경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의 주주 명단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 등 최대주주와 삼성물산 등 4개사에 불과했고, 당시에 소액주주들의 경우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당시 비상장사에 있어 중요사항에 대한 공시의 조건인 500인 이상의 주주라는 부분이 해당하지도 않았다.

투자자보호의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최대 주주를 비롯한 주요 이해당사자들에게 바이오젠 콜옵션 보유 사실을 재무제표상 공시가 아닌 직접 전달해 그들이 이를 인지만 하고 있었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날 삼성바이오 측 역시 “당시 주요 주주 등 이해당사자들은 콜옵션 존재를 다 알고 있었고, 회계법인도 그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라며 “바이오젠이 나스닥에 (콜옵션 보유 사실을) 공시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증선위는 이에 대해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자산보다 부채를 더 정확히 써야 한다”라며 “당시 직원이 1~2명이었고 비상장사라고 해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직 삼성바이오 측이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은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그리고 임원 해임권고 등 처분 취소 청구 등이 남아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검찰의 삼성바이오에 대한 압수수색이 본격화되면서 회계부정 의혹 사건은 내년에도 삼성계열사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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