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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인간 존엄성의 단말마 귓전에 선해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맞아 평화 기원 관광객 줄이어
피해국 이스르엘-가해국 독일학생들 수학여행단 인상적


아, 아우슈비츠! 이 한마디 외침 밖에 달리 무슨 말이 있으랴.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잔혹행위의 박물관이라 할 이 거대한 시설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입을 굳게 다문다.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야만의 극치가 모두 엄연한 사실이었다고 이 수용소 시설과 유물과 사진들은 웅변하고 있다.




수용소 의사 멩겔레 박사에 의해 인체실험을 받고있던 집시소녀들. 너무 여위어 성별구분도 어려울 정도다.



6월6일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 승리의 전기였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기념일이었다. 영불해협의 대륙 쪽 해안인 이 역사의 현장과, 전쟁범죄의 전형을 보여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요즘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발길로 붐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우슈비츠의 외국 관광객 가운데 이스라엘과 독일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피해자 나라와, 끝없이 과거사를 참회하는 가해자 나라가 모두 정책적으로 이 도시로의 수학여행을 권장하기 때문이다.

동유럽 자유화 15년인 올해는 유럽 각국과 미국 러시아 등 2차대전 관계국에 아우슈비츠 관광 붐이 일고 있다. 올 한해 관광객이 100만 명을 크게 넘어설 전망이라는데, 우리나라에도 그 바람이 불고 있다. 웬만한 여행사들은 폴란드의 고도 크라코프와 인근 오시비엔침(아우슈비츠의 폴란드 이름)을 묶어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를 둘러보는 동유럽 관광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인구 5만명 남짓한 수용소 도시 오시비엔침 시가지를 약간 벗어난 수십만 평 들판에 자리 잡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겉으로는 아주 평화롭게 보인다. 고압전류가 흐르던 철조망만 아니라면, 아직 붉은 색이 고운 2층 벽돌건물들은 전원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키 큰 포플러의 정연한 행렬과, 잘 가꾸어진 잔디와 꽃밭이 연출하는 겉모습이다. 그러나 줄 지어 늘어선 건물 안으로 한 발자국만 들어서면 관광객들은 고통스러운 정서의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 생지옥의 기록 생생히 보존

수용소 지하감방 질식의 방 수감자들이 손톱으로 그린 벽화. 해골같은 모습은 자신들의 얼굴이다.



첫 건물에서는 끔찍하게 살해당한 유태인 시체를 태운 재그릇이 관광객을 맞아준다. 유럽 각지에서 강제로, 혹은 기만적인 수법으로 연행해 온 유태인 열차가 도착하면, 나치는 노동력이 없는 어린이와 노약자, 부녀자, 불구자 등을 따로 집합시켜 즉시 가스실로 데려갔다고 한다. 총살, 교수형, 강제노동, 질병, 굶주림, 고문, 인체실험 등으로 죽은 사람들을 합쳐 이 수용소에서 생목숨을 뺏긴 사람은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렇게 죽은 시체들은 가스실에 딸린 소각시설로는 다 처리할 수가 없었다. 야외 소각장을 여럿 만들어야 했다. 죽은 사람의 옷과 신발과 소지품들은 재활용품으로 쓰였고, 시신에서 보석류와 장신구는 물론, 금니까지 벗겨내 금괴로 만들어 독일로 보냈다. 잘라낸 머리칼로는 카펫을 짰고 뼈는 갈아서 골분비료로 썼기 때문에 유태인은 죽어도 버릴 것이 없었다 한다. 이 대목에서는 구역질을 참지 못해 밖으로 달려 나가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휴먼 카펫의 원료인 머리털이 전시실을 가득 메운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볼 사람이 있을까.

갈비뼈가 앙상한 가슴에 말라붙은 젖가슴을 부끄러워하는 여인과, 인체실험 대상인 집시 소녀들의 앙상한 전신 사진은 체중 35kg이 넘는 여성 재소자가 없었다는 안내자의 설명을 증명해 주었다. 한 여성 재소자가 먹을 것으로 유혹하는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고 빵 3개로 허기를 채웠다는 嫄穗?배고픔이 얼마나 무서운 형벌인지를 말해주었다.

가스실 바로 옆에 설치된 소각장. 독일에서 만들어 현지에서 조립한 이 소각로는 지금도 가동될 수 있다.



한꺼번에 900명을 살해하였던 가스실은 인간의 야수성을 웅변하는 증거다. 인근 제2, 제3, 제4수용소에는 그보다 더 큰 가스실이 있었다니 살인의 공업화, 살인기술의 과학화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가스실 옆에 있는 시체소각로는 아직도 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인간 야수성 웅변하는 가스실

탈주자, 탈주 방조자, 정치범 등을 처벌하던 지하 감방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최대의 모욕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아사의 방이란 곳은 음식공급을 끊어 굶겨 죽이는 곳이고, 질식의 방은 산소 결핍으로 서서히 죽게 하는 시설이다. 이 방에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손톱으로 벽에 새긴 그림과 글씨들이 남아있다. 해골 같은 얼굴들은 아마도 그 방에서 죽어가던 자신과 동료들 모습일 것이다.

1982년 교황청이 성인 순교자로 추서한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가 순교한 곳이 바로 이 방이다. 폴란드 출신 사제였던 그는 탈주자 발생에 대한 징벌로 10명의 동료가 아사의 방으로 가게 되자, 아내와 어린 자식 걱정으로 우는 젊은이를 대신해 그 방에 들어가기를 자청한 것이다.

면적이 54만평이나 되는 제2수용소 구내로 뻗은 철도 인입선. 유럽 각지에서 끌려온 유태인들은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남자는 강제노역장, 노약자는 가스실로 끌려갔다.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임레 케르테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 출신이라는 사실도 우연이 아니다. 유태계 헝가리인인 그는 열다섯 어린 나이에 이 죽음의 도시에 끌려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이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운명> 3부작에서 홀로코스트는 인간세상에서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규정하였다.

그 예단은 아우슈비츠 이후의 현대사에서 여러 차례 적중되었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르완다와 코소보의 인종청소, 체첸과 중동지역 종족분쟁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 가까운 땅에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우슈비츠는 하나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런 야만을 인류사회에서 영원히 뿌리 뽑아야 한다.

입력시간 : 2004-06-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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