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안화 절상 압력 가속도에 中도 시기 저울질대중국 무역적자 완화 내세우며 위안화 재평가 요구, 중구구 정부도 강경태도 누그러뜨려

미·중 환율전쟁 변화오나
美, 위안화 절상 압력 가속도에 中도 시기 저울질
대중국 무역적자 완화 내세우며 위안화 재평가 요구,
중국 정부도 강경태도 누그러뜨려


미국과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 푸둥 루지쭈이 지구에 들어선 외국은행들. 양대석 기자

4월 24일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열린 제4차 보아오 아시아 포럼에서는 중국 위안화 가치 절상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중국의 외환정책 주무부서인 국가외환관리국 웨이번화(魏本華) 부국장과 후주류 골드만삭스 아시아담당 사장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웨이 부국장은 “환율개혁을 단행하면 자본시장도 일정 부분 개방해야 하지만, 자본시장 개방은 선진국에서도 수십 년이 걸려 실현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환율개혁 시간표는 없다”고 위안화 조기 평가절상 가능성을 부인했다. “중국이 미시 경제 안정을 위해 유연한 환율시스템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는 후 사장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었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는 보아오포럼에서 관심을 집중시킨 위안화 논쟁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미국-중국의 총성 없는 환율 전쟁의 축소판이나 다름없었다.

미국 요구에 겉으론 반발, 속으론 고민
“중국이 환율제도 개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조지 W 부시 대통령) “고정환율제가 중국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위해 지금 행동을 취해야 한다.”(존 스노 재무장관)

지난달 미국은 중국에 대해 위안화 재평가를 요구하는 강경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수출업체 등 재계와 의회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이어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까지 전면에 나서며 압박의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달러 당 약 8.3위안으로 묶어둔 위안화 환율을 두고 벌어지는 미ㆍ중의 갈등은 지난 12일 미국의 2월 무역적자가 610억 달러로 사상 최대이고, 대 중국 무역적자는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한 139억 달러라는 미 상무부 발표를 계기로 본격화했다.

부시 대통령이 직접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14일 아메리칸 소사이어티의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공정한 무역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환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처음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고, 19일 케이블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페그제 폐지를 재차 촉구했다. 15~16일 워싱턴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회의에서도 위안화는 도마에 올랐다. 스노 미 재무장관이 “중국이 고정환율제에서 시장환율제로 전환할 금융체제를 충분히 갖췄다”고 위안화 절상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는 등 중국에 대한 압력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은 전방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미 의회가 중국이 6개월 내에 위안화를 평가절상하지 않으면 수입품에 27.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통상 갈등으로까지 확대될 조짐도 있다. 미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 외환관리당국은 일단 미국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웨이번화 국가외환관리국 부국장은 24일 “미국의 무역적자는 근본적으로 미국 경제정책의 잘못으로 미국 내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외환정책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문제이며 일부 국가의 무역수지 적자때문에 환율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 동인과 외부 압력이 보다 거세진다면 중국이 환율제도 개혁 속도를 더 높이게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위안화 조기 절상 관측을 야기했던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하루 만에 “중국은 환율 제도 결정에 있어서 독자적 일정을 가지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루 새 외환 개혁과 관련한 입장을 번복하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 자체가 그만큼 중국 정부의 고민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약인가 독인가
미국이 중국 위안화 절상에 목을 매는 이유는 올해 무역과 재정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쌍둥이적자라는 경제 악재의 탈출구로서 대 중국 무역 불균형 완화를 내세우며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吹오㎨훑?羚漬“?미국의 무역적자 감소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학자 등 경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회의적이다.

우선 중국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환율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저축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해왔다. 미국의 내부 문제를 갖고 엉뚱한 데로 활을 겨누고 있다는 불만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5일 로렌스 라우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쓴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위안화 절상이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는데 별 효과가 없다고 진단하고 “중국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미국의 중국 정책이 경제논리 보다는 미국 내 정치 역학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보복관세 부과나 ‘환율 조작국’ 지정과 같은 압박 수단은 무리수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더욱이 위안화 가치가 올라도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건재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지배적이다. 중국의 저임금구조 덕분에 원재료 수입가격 하락 등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의 생산 비용에서 위안화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오히려 미국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월 세계 4위 외환보유국 한국의 외환 다변화 방침 직후에도 미국 증시가 요동쳤는데, 2위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 매각에 나설 경우 미국 경제가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미래는
환율 제도와 관련 중국 정부의 입장은 1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페그제 폐지 및 위안화 평가 절상에 반대했던 중국 정부의 태도가 연말부터 누그러지고 있다.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다만 그 시기는 독자적으로 결정하겠다며 저울질하고 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 속에서 고정환율제는 큰 리스크를 부른다”며 간접적이나마 환율제도 개혁의 신호탄을 띄웠고, 연초 정례회의에서도 “연내 외환시장 개방을 서두를 것이며 환율 메커니즘 개혁도 안정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연내 환율 제도 개혁 방침을 밝혔다. 변화의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위용딩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올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지금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할 시점”이라고 공식 거론했다. 이 발언을 두고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고 따라서 평가절상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외환시장에서는 5월1일 노동절 이후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상을 단행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1ㆍ4분기 9.5%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과열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등 중국도 내부적으로 위안화 절상 요인이 있다. 그러나 섣불리 평가 절상을 단행할 경우 환투기 세력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경계심과 미국의 압력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비쳐질 우려 때문에 중국이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향란기자


입력시간 : 2005-05-04 15:20


문향란기자 iam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