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약을 지으면 꼭 듣는 소리가 “식후 30분에 복용하세요”였다. 나는 이것이 절대적 시간인 줄 알았다.

‘식후 30분’의 논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추측컨대 하루 세끼는 기억하기 쉬운 시간이고, 그리고 빈 뱃속에 약을 복용하면 좋지 않기 때문에 위장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그런 말이 나왔지 않았나 짐작된다.

나는 미국에 온 후 한동안 감기에 걸려도 약을 사 먹지 않았다. 다른 사람처럼 한국에서 약을 왕창 가져왔다. 초반엔 약이 참 잘 들었지만, 요즘 유행하는 기침감기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 약국에서 약을 샀는데, 4시간마다 한 번씩 복용하라고 했다. 이 4시간의 효과 덕인지 하루 만에 기침이 그쳤다.

한국의 ‘식후 30분’ 말대로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때 맞춰 약을 복용하면 오전 8시, 12시, 오후7시께가 되니 4시간, 7시간, 13시간 간격으로 약을 복용하는 셈이다.

반면에 미국식으로 ‘4시간마다’라는 논리대로 약을 먹으면, 약효가 떨어질 만할 때 다시 복용하게 되니 병을 확실히 잡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또 두 나라가 다른 점은 한국에선 약을 보통 2~3일치 주는데 미국에선 이 4시간짜리 약을 1~2일치 담은 팩만 판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도 효과가 없으면 다른 증상을 의심해보라는 문구도 함께 쓰여 있다..

내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4시간 효과’ 때문인지 무척 아프다가도 약을 먹으면 열이 내리고 괜찮아지다가, 신기하게도 4시간이 지나면 바로 다시 열이 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규칙적으로 반복된 투약으로 아이는 2~3일 만에 감기가 나았다. 물론 내게도 ‘4시간 효과’가 그대로 적용됐다.

미국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감기약도 증상에 따라 구분된다는 사실이다. 약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이다.

기침에만 복용하는 약, 콧물과 코막힘에만 복용하는 약, 복합 감기약, 지독한 독감에 먹는 약, 낮에 먹는 약, 밤에 먹는 약 등. 감기약의 함유성분을 비교해 보면 모두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서는 왜 감기약을 식후 30분마다 복용해야 하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윤인원 통신원(미국 뉴욕 ·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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