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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은밀한 SNS가 뜬다

  • 익명형 SNS '블라인드'와 '컴퍼니' 앱.
[신수지 기자] 익명을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다. 개인의 신상이 공개되는 개방형 SNS와 달리 자신을 숨긴 채 정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은밀한 서비스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블라인드'라는 어플리케이션이 화제다. 특정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모여 익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인데, 출시 초기 커뮤니티를 개설한 회사 8곳의 직원 80%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가입을 원할 경우 자기 회사 고유의 커뮤니티가 있는지 확인한 뒤 회사 이메일 계정을 통해 해당 회사 임직원임을 인증해야 한다. 앱 내에서는 동종업계 직장인들이 고민과 정보 등을 공유하는 '라운지'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데, 이직을 생각하는 이들이 인사담당자에게 묻기 껄끄러운 연봉 문제부터 인센티브, 조직 개편, 회사 주변 맛집 등 다양한 정보들이 공유된다.

보안면에 있어서는 서버를 통째로 들고 가도 글쓴이를 추적할 수 없다는 게 블라인드 측 설명이다. 내부 직원이라도 누가 쓴 글인지 추적할 수 없도록 특허 출원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비밀스런 소통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앱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일명 '땅콩 회항' 사건을 최초로 알린 곳이기도 하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는 '컴퍼니'가 있다. '블라인드'와 마찬가지로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데, 메뉴는 회사 동료들과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내 토크', 동종업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바닥 토크', 서로의 연봉을 공유하는 '연봉이 궁금해' 등으로 나뉜다. '이 바닥 토크'는 유통, IT·서비스 바닥, 게임 바닥, 전자 통신 바닥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자체 익명 게시판을 운영 중인 곳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사측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우기 어려운 직장인들의 수요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모여 익명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어플리케이션 ‘우리학교 삐야기'가 인기다. 또한 특정 집단의 커뮤니티 외에 익명성과 휘발성을 함께 갖춘 모바일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와이파이(Wi-Fi)를 기반으로 한 익명 메신저 플래시챗(FlashChat)이 그 중 하나인데, 반경 1km 내 동일한 와이파이망에 접속 돼 있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친구목록에 추가되어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다. 별도의 가입 과정이 없으며 입력한 대화 내용은 사용자가 해당 와이파이 구역에서 벗어나면 자동으로 삭제된다.

서울대 GIS연구실 소속 벤처팀이 주도해 만든 '버블시티'는 지난달 출시됐는데, 지도위에 누군가 익명으로 낙서를 하면 그 낙서에 댓글을 달거나 낙서와 낙서를 연결해 보다 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 사용자가 정한 시한이 지나면 이야기가 자동으로 완전히 소멸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가입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메일 주소뿐이며, 이 또한 다른 접속자들에게는 노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익명형 SNS는 해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누가 글을 올렸는지 알 수 없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는 '위스퍼(Whisper)'는 지난해 12월 기준 한 달 평균 30억 이상의 페이지뷰를 달성했다. 술을 마신 이들을 위한 ‘리버’라는 앱도 독특한데, 스마트폰에 소형 음주측정기를 달아 일정 수준의 알코올 지수에 도달하면 접속할 수 있다. 이 앱에는 ‘블랙아웃’ 이라는 버튼이 있어 누르는 즉시 모든 기록이 삭제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명 정책'을 중시하던 페이스북도 대세를 따르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익명으로 민감한 이슈나 그밖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앱 '룸'을 출시하며 고집을 꺾은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참여·공유·개방을 원칙으로 하던 전통적 SNS 방식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폐쇄형·익명형 SNS로 이동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개방형 SNS를 통해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기업의 마케팅 등에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는 데 대한 피로감 등이 익명 SNS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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