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택시전쟁'의 진화카카오택시, 높은 점유율로 선두 나서…SK플래닛 '티맵택시' 맹추격 중수익 연결 방법 고민 중…지방콜택시 업계와 상생 요구돼

카카오는 고급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을 시작했다. 사진제공=카카오
대중교통이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밤 늦은 시간, 택시조차 잘 잡히지 않는 곳에서 발을 동동 굴렀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애로사항의 탁월한 해결책으로 '앱택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의 앱을 활용해 택시를 부르는 '앱택시'는 승객의 위치를 분석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님을 태울 수 있는 택시를 연결해 준다.

선두주자는 카카오의 '카카오택시'이다.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떠오른 카카오를 통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는 게 장점이다. SK플래닛의 '티맵택시'도 시장 안착을 위해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앱택시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 짓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에 진출했다는 의의를 두고 있다. SK플래닛은 내비게이션 티맵을 비롯해 티맵택시로 대중교통 브랜드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현재 국내 앱택시들은 별도의 콜비를 받지 않고 있다. 우선 카카오는 수익 창출을 위해 고급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이 서비스가 얼마나 수익을 가져다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택시 시장에서 승객들은 승차거부로, 택시기사들은 과도한 사납금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앱택시가 승객들과 택시기사들의 고민을 해결하며'윈윈'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카카오택시 선두로 뒤쫓는 티맵택시

앱 택시 시장의 선두에 서 있는 업체는 카카오의 '카카오택시'이다. 지난 3월 31일 출시된 카카오택시는 출시 5개월 만인 지난 8월말 기준으로 등록기사가 15만명을 돌파했다. 전국 누적 콜수는 1600만콜로 하루 평균 24만콜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택시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손쉽게 승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별도의 콜비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용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택시기사들을 확보해야 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택시는 승객들뿐만이 아니라 기사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카카오택시는 출시 전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협약을 체결했다. 택시 운전사들이 모인 단체를 통해 협력을 요청함으로써 더 많은 기사들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택시의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보고 있다.

SK플래닛의 '티맵택시'는 카카오택시를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출시된 SK플래닛의 '티맵택시'는 현재 택시기사 5만명을 확보했다. 앱다운로드수는 350만건에 이른다. 티맵택시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내비게이션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티맵을 바탕으로 정확한 교통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 강조했다. 또 올해 12월 더 보완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앱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티맵택시는 SK의 자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시럽페이로 결제가 가능하게 된다. 티맵택시는 하나콜, 나비콜 등 기존 콜택시 업계와 협력을 강화해 택시기사들을 확보하고 있다. 또 지방 콜택시 업체들과도 협력을 강화해 수도권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티맵택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SK플래닛은 주기적으로 기사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개선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티맵택시 역시 별도의 콜비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일단은 안정적인 시장 진출이 먼저기 때문에 당분간은 콜비를 받지 않을 계획"이라 밝혔다.

앱 택시 시장에는 카카오택시와 티맵택시 외에도 한국스마트카드의 티머니택시가 있다. 네이버의 라인택시는 일본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고급택시 통해 수익원 확보 가능할까

목적지만 입력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택시를 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앱택시는 승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기사의 얼굴과 전화번호, 차종이 표시된다는 점은 밤 늦은 시간 택시 승차를 두려워했던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오는 듯하다.

앱택시의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콜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승객뿐만 아니라 택시기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콜택시 업체를 통해 '콜'을 받을 경우 택시기사들은 한 달에 3만~4만원을 콜택시 업체에 내야 했다. 이와 달리 앱택시는 기사용 앱만 설치하면 손쉽게 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카카오택시와 티맵택시 모두 콜비를 받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수익성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앱택시 반응이 좋은데 카카오택시 같은 업체가 수익을 내지 못해 시장 철수를 선언한다면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일단은 카카오와 SK플래닛 모두 시장 점유율 향상을 위해 당분간 콜비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려면 재원이 확보돼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카카오는 고급택시 호출을 위한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 계획을 공개했다.

카카오의 고급택시는 지난 9월, 국토교통부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부착물 등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도입된 서비스이다. 기존 중형택시나 모범택시와 달리, 배기량 2800cc 이상의 차량에 요금 미터기나 결제 기기, 차량 외부 택시 표시 설비 등의 설치 없이 호출 및 예약제로만 운행 가능하며 요금은 신고제로 운영된다. 카카오와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주식회사 하이엔은 지난 8월부터 '고급택시 서비스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사 모집과 교육, 차량 수급, 앱 개발 등을 진행해왔다. 서울택시조합은 서울 시내 택시 회사들의 고급택시 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하이엔은 전문기사 교육 과정의 운영과 기사 및 차량 관리를 담당하며 카카오는 이렇게 마련된 고급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형태다. 3사의 고급택시는 서울시의 인가가 완료되는 대로, 벤츠 E클래스 등 3000cc급 고급 차량 약 100대와 하이엔의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한 200여 명의 기사로 시범 서비스 운영을 시작한다. '고급택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검증된 전문 기사들이 승객 맞이, 승·하차 안내 등 고품위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량 내부에는 승객을 위한 생수, 휴대폰 충전기 등 편의 물품이 비치된다. 기본요금은 모범택시 5000원(3㎞)보다 60% 비싼 8000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정주환 부사장은 "비즈니스부터 일상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고급택시를 필요로하는 이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택시 산업 전반의 수요층 확대 및 다변화에 기여하고, 카카오택시를 기반으로 한 첫 번째 수익 모델로 안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고급택시 서비스는 카카오택시를 콜비를 받지 않은 상태로 어떻게 하면 수익과 연결지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세상에 나왔다. 그렇다면 그만큼 '카카오택시 블랙'이 카카오택시에 수익을 창출해줘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의견은 회의적이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앱택시를 주로 사용하는 사용층은 젊은 20~30대인데 이들이 굳이 일반 택시요금의 2배인 고급 택시를 탈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모범택시가 와도 일반택시를 기다리는데 굳이 앱을 통해 고급택시를 부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측이 '카카오택시 블랙'을 첫 번째 수익모델로 꼽은 만큼 카카오택시 블랙 말고도 앱택시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서울 시내를 달리게 될 고급택시 서비스 포문을 카카오택시가 열지, 아니면 수익 방안으로 자리잡지 못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콜, 하나라도 더 많이 받아야죠"

업체들이 수익 방법을 고민하는 동안 앱택시는 시장에 빠른 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택시 업계가 앱택시 수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택시업계는 일단 앱택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앱택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안 그래도 수입이 적은 택시기사들에겐 카카오택시가 하루 벌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들의 오랜 고민은 하루 수입 중 일부를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 제도'다. 서울시 택시조합이 파악한 기사들의 평균 사납금은 1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사납금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일정한 금액을 사납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사들의 소득이 적다는 게 문제였다. 사납금 제도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택시기사들이 할 수 있는 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줄이고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아 운행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 앱만 다운받으면 원거리에서도 손쉽게 손님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앱택시는 기사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택시업계는 앱 택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카카오와 협력을 맺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본부는 카카오택시의 보급을 위해 노조 가입 기사들에게 적극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택시기사들에게 사용법을 가르치고 앱 다운로드를 도와준 것이다. 이로 인해 서울 시내에서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 관계자는 "지금은 노조원들의 대부분들이 카카오택시를 활용하고 있어 더 이상 신규 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 설명했다.

그러나 앱택시가 마냥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 만은 아니다. 서울에서는 앱택시가 '대세'로 떠올랐지만 각 지방 도시의 경우 앱택시 서비스 출시 전부터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콜택시 서비스가 있었다. 이러한 지방 콜택시 서비스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콜택시 서비스만을 이용할 것을 기사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만약 택시기사가 자체 콜택시 서비스 외에 앱택시를 사용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방 콜택시 업체들이 택시 안에 카드 결제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택시기사가 카카오택시를 쓰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카드 결제기를 수거해 가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는 정년을 앞둔 택시기사에게 정년 연장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일부 지방 도시에선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는 택시기사들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이러한 불이익을 막을 방법은 없다. 지방콜택시 업자들과 앱택시가 모두 상생하는 방안을 찾는 게 그나마 이상적인 해결책"이라 밝혔다.

중소 콜택시 업자들도 고민은 있다. 중소 콜택시 업자들은 앱택시의 등장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콜택시를 통해 손님을 태우면 일정한 금액을 수수료로 내야 했지만 앱택시의 경우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어지면서 택시기사들이 앱택시를 통한 손님 나르기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카카오택시의 등장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 콜택시 업계와의 상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1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에게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 콜택시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카카오 택시와 기존 업계와의 상생방안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이석우 대표는 "기존 사업자 부분은 택시 서비스 이용이 편리해지면서 시장이 커지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피해 업체 있으면 의견을 청취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택시 기사들이 앱택시로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 수 있게 되면서 승객을 골라 태우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에 대해 전국택시노동조합 서울본부 측은 "그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연세가 있으신 기사님들이 스마트폰 조작 방법을 잘 몰라 스마트폰 화면을 오랫동안 살펴봤을 뿐인데 승객의 목적지를 보면서 콜을 가려 받았다는 오해를 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앱택시의 등장은 택시 업계에 전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승객과 택시 기사들에게 대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건 확실하다. 향후 앱택시가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선 업계의 수익원 확보와 콜택시 업계와의 상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