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ㆍ통신사 경쟁에 중국산 급성장SKT·KT·LG유플, 전용 중저가폰 통해 경쟁 치열삼성전자·LG전자, 새해 첫 작품은 '중저가폰'샤오미·화웨이 중국산 스마트폰 공세 '폭풍전야'단통법 영향으로 큰 성장 예고

SKT의 전용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 사진제공=SKT
하루가 멀다 하고 고가의 신제품이 쏟아지던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프리미엄폰을 구입할 수 없다면 차라리 가성비 좋은 중저가폰을 택한다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도 전용 중저가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올해 들어 중저가폰을 제일 먼저 선보이며 달라진 풍토를 반영했다.

중저가폰의 인기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 단통법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저렴한 단말기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 스마트폰의 공세는 스마트폰 시장을 바꿔놓을 뿐만이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전략까지 영향을 줄 기세다.

'루나'부터 '화웨이'까지… 선택 폭 넓어지는 중저가폰

이동통신업계는 보통 단말기 가격 50만원 내외인 스마트폰을 '중저가폰'으로 분류한다. 70만원 이상은 프리미엄폰, 30~40만원 이하는 저가폰으로 부르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루나폰'을 시작으로 불 붙은 중저가폰 시장에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뛰어들었다. 이동통신 3사는 전용 중저가폰 출시를 통해 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KT가 지난해 말 출시한 삼성전자의 실속형 스마트폰인 갤럭시J7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J7은 12월 첫째주 기준으로 매일 2000여대씩 판매되고 있다. 출시 닷새만에 하루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한 후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갤럭시J7은 30만원대 출고가와 함께 5.5인치 대화면, 대용량 배터리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KT는 중저가폰 라인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갤럭시 J7을 단독 출시했다. 믿을 만한 국내 제조사 제품을 앞세운 덕에 KT의 중저가폰 시장 점유율은 이미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루나폰'을 통해 중저가폰 시장에 일찌감치 발을 들여놨다. 루나는 국내 중견 기업인 TG앤텀퍼니가 기획하고 홍하이 정밀공업(폭스콘)이 생산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SK텔레콤은 출고가 49만9900원, 최고 공시지원금 31만원으로 루나를 출시했다. 루나는 출시 초창기 하루 2000대씩 판매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루나의 판매량은 12만대 누적을 돌파했다. SKT는 루나의 인기 비결에 대해 프리미엄급 사양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그에 절반인 40만원대의 '실속형' 가격을 갖췄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중저가폰이 대체적으로 어린이나 노년층이 많이 사용할 것이라는 기존의 편견과 달리 루나 구매 고객층에서 10대 후반~30대의 비중은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루나 외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A8, LG전자의 밴드플레이, 알케텔의 아이돌착을 전용 중저가폰으로 내놓기도 했다. SKT 관계자는 "중저가폰 수요가 넓어짐에 따라 다양한 전용 모델 구축으로 고객들의 선택폭을 넓힐 것"이라 밝혔다.

LG유플러스 또한 지난해 12월 16일 중국 화웨이의 Y6를 전격 출시했다. 출고가는 국내 스마트폰 중 가장 저렴한 15만4000원이다. 최저 데이터 요금제만 가입해도 공짜로 구매할 수 있다.

이통사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중저가폰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는 것으로 2016년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양사 모두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6에서 신규 중저가폰을 선보이게 됐다.

LG전자는 현지시간으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보급형 스마트폰 'K시리즈'를 공개했다. K시리즈는 고성능 카메라와 사용자 경험(UX)을 채택했다. LG전자는 K시리즈를 LTE와 3G용으로 출시하는데 올해 1월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유럽, 중남미, 미국에서 차례로 선보인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K시리즈는 프리미엄 디자인과 성능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제품군"이라며 "앞으로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또한 CES를 통해 지난해 12월 출시한 중저가폰 갤럭시A 시리즈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2016년 갤럭시A3, 갤럭시A5, 갤럭시A7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동안 고가형 모델에서만 제공됐던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또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담은 혁신의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산 스마트폰 등장, 시장 판도 바꿀까

중저가폰 시장은 지난해부터 급성장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저가 휴대폰의 판매 비중은 33.3%로 나타났다. 아이폰6s의 출시 영향을 받은 10월과 11월을 제외하고는 줄곧 30%를 넘는 판매 점유율을 보였다.

중저가 단말기 판매 비중이 30%를 상회하는 것은 단통법 이후 등장한 현상이다.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7∼9월 중저가 단말기 비중은 평균 21.5%에 불과했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단말기 지원금 규모가 종전보다 축소되자 소비자들이 좀 더 값싼 단말기를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중저가 단말기 시장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이폰 신형 단말기 출시라는 변수 때문에 일시적으로 중저가 단말기 판매 비중이 떨어지긴 했지만 중저가 단말기 확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폰의 등장이 중저가폰 판매율의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최근 스마트폰 구매 트렌드가 '아이폰이냐, 중저가폰이냐'로 양분됐다는 걸 나타낸다. 단통법으로 단말기 상한선이 33만원으로 정해졌고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단통법 이전에도 가격 방어선을 잘 지켜줬던 아이폰을 구매하는 게 '덜 손해보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시에 아이폰을 사는 게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중저가폰을 택하게 됐다.

국내 제조사들뿐만 아니라 중국산 스마트폰의 공세도 무섭기만 하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샤오미 열풍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샤오미의 홍미노트3는 아직 국내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출시 한 달 만에 국내에서 1만대가 팔렸다. 이러한 인기를 등에 업고 인터파크는 홍미노트3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프로모션은 KT 측이 판매에 필요한 법률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이틀만에 중단됐으나 소비자들의 관심은 상당히 뜨거웠다. 프로모션은 중단됐지만 중국 스마트폰을 구매해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20~30대로 해외 직구에도 익숙하기 때문에 홍미노트 구입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ICT 업계들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격만 저렴하다면 국내에서도 점차 중국산 스마트폰의 인기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명운과도 연결된다. 이미 중국 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신규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통법과 경제 불황은 소비자들이 선뜻 고가의 스마트폰에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하고 있다. 때문에 중저가폰의 인기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