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성장해 온 스마트폰 게임 시장, '암초'에 정체기 맞나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 관람객들이 최신 모바일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
카카오, 게임 업계 '탈카카오'로 위기
넷마블게임즈 국내 모바일 게임 점유율 '강자'
RPG 게임 인기ㆍ스타마케팅으로 게임 대기업 '승승장구'
중소 업체 도산 잇달아…게임 개발자 지원책 요구돼

바쁜 출퇴근 시간,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승객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겉보기에도 화려해 보이는 RPG(역할 수행) 게임에 몰두한 청년부터 간단한 퍼즐 맞추기 게임에 여념이 없는 중년 여성까지, 이제 스마트폰 게임은 더 이상 10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양해진 유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스마트폰 게임 시장도 성장해 왔다. 초창기 스타트업들이 이끌던 모바일 게임 산업은 최근에는 넷마블게임즈를 필두로 한 게임 대기업들이 이끄는 모양새다.

한편 모바일 게임을 통해 현금을 톡톡히 챙기던 카카오는 최근 게임 플랫폼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탈카카오'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덩치는 커졌지만 색깔은 획일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와중에 이미 성장치가 포화에 다다랐다는 예측과 2년 후로 미뤄진 셧다운제 시행은 모바일 게임 시장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2016 엔진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남궁훈 엔진 대표 겸 카카오 게임 책임자 선임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주춤했던 카카오게임, 재도약 나설까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는 국내 스마트폰 유저들에게 모바일 게임을 소개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잘 나가던 카카오게임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연말, 카카오는 게임 부문에 대해 전폭적인 개편에 나섰다. 우선 지난해 12월, 자사 게임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 게임 책임자(CGO)로 남궁훈 현 엔진 대표이사를 선임해 인적 쇄신에 나섰다.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 최고 게임 책임자와 엔진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남궁훈 CGO는 한게임의 창립 멤버이자 NHN USA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거쳐 게임인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인물로 게임 산업에 대한 통찰력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국내 게임 업계 대표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게임인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게임산업 발전과 인재 육성에 많은 기여를 했으며, 지난 7월에는 퍼블리싱 플랫폼 전문 기업인 엔진을 인수해 역량 있는 인디 개발사들의 게임 발굴 및 퍼블리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남궁훈 CGO는 "카카오 게임 사업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의 관점에서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운영,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파트너들의 성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모바일 게임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게임 사업 책임자 선발에 이어 카카오는 게임 계열사간 합병을 통해 국내 게임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게임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진과 다음 게임의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오는 2월 양사 임시주총을 거쳐 상반기 중으로 합병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엔진이 되며 대표직은 남궁훈 현 엔진 대표이사가 맡게 된다.

카카오는 "두 게임 계열사간 합병으로 PC와 모바일 게임 영역에서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향후 독자적인 국내 시장 확대 및 해외 진출을 위한 추진력 있는 게임 퍼블리싱 전문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결정으로 카카오는 계열사 게임사업 강화를 위한 자원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게 됐으며, 엔진은 PC/온라인과 모바일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게임 퍼블리싱 전문 기업으로 국내외 게임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며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가 대대적인 게임 사업 개편에 나선 것은 한때 '캐시카우'로 불리던 게임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61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줄어 반토막이 났다. 이는 게임 사업의 매출 감소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게임 플랫폼 매출은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3.8% 감소한 514억원을 나타났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게임 플랫폼의 경우 카카오게임하기 내 매출 상위권 게임들의 성과가 개선되고, 카카오프렌즈 IP 게임 '프렌즈팝'이 출시 2달 반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750만 건을 기록하는 등 모바일 매출 부문에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으나, 3분기 매각한 온네트가 연결매출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게임 부문 매출액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700억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모바일 게임 플랫폼 경쟁 심화로 2분기에는 54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시장 진입 초기만 해도 카카오게임은 국내 대표적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정한 수수료를 카카오에 내야 하고, 초기보다 훨씬 늘어난 제휴 업체들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게임 업체들의 '탈카카오'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캔디크러쉬사가와 팜히어로사가를 카카오와 제휴해 운영하던 킹 디지털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주요 게임사들이 '탈카카오'를 택하기 시작했다. 특히 넷마블게임즈가 지난해 3월 출시한 '레이븐'의 성공은 게임 업체들이 굳이 카카오와 제휴하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로 남게 됐다. 게임 업계 입장에선 독자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굳이 카카오에 수수료를 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게임업계는 게임 제휴 서비스에 대해 게임의 성격에 따라 나뉜다고 설명한다. 여러 게임 유저들이 함께 참여하는 경쟁 게임의 경우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카카오를 통해 서비스해 인지도를 높인 후 그 후에 독립하는 방법도 있다.

카카오 또한 이런 위기를 잘 알고 있다. 남궁훈 CGO 역시 지난 연말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카카오 현상에 대해 "게임 개발사들이 원하는 것은 플랫폼 가치를 똑같이 누리는 게 아니라 비용만큼의 가치를 누리는 것"이라며 "탈카카오 현상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합당한 가치 제공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제 2의 애니팡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카카오의 부진 요인 중 하나로 RPG 게임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꼽힌다. 초창기 인기를 끌었던 애니팡과 같은 캐주얼 퍼즐 게임에 국한된 서비스를 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모바일 게임시장은 RPG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월 10일 기준으로 구글플레이 게임 부문 매출 1위는 넷마블게임즈의 RPG '세븐나이츠'다. 세븐나이츠는 보름이 넘게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웹젠의 '뮤오리진', 넥슨의 '히트'가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모두의 마블'과 '레이븐' 또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모두의 마블'을 제외하곤 매출 상위권 5개 게임 중 4개가 RPG 게임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RPG 게임에 대해 "캐릭터를 직접 키워 나가고 전투를 통해 레벨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 RPG게임은 카카오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의 게임 개발사에게도 타격을 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유영진 차장은 "2010년경 모바일 게임 시장이 막 성장했을 때만 해도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자금을 투입해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면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으나 최근 대세인 RPG게임의 경우 10억 이상 자금을 투입해 2~3년의 개발 기간을 갖기 때문에 스타트업 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히트작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 초창기만 해도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처럼 스타트업 기업이 시장을 이끄는 듯했다. 하지만 요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흐름 역시 대기업이 이끄는 추세다. 특히 넷마블게임즈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순위는 주로 구글플레이가 발표한 게임 매출 부문 순위로 평가되는데 넷마블게임즈는 세븐나이츠, 모두의 마블, 레이븐 등 인기 게임을 모두 상위권에 올려놓으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스타 마케팅' 또한 눈길을 끈다. 넷마블게임즈의 레이븐은 차승원을 모델로 내세워 광고 효과를 봤다. 이 밖에도 장동건이 웹젠의 뮤오리진, 이병헌이 웹마블게임즈의 이데아를 광고했으며 하정우, 정우성, 이정재 등 내로라하는 국내 톱스타들이 게임 광고를 통해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해외 진출을 겨냥한 게임들의 경우 한류스타의 인지도가 게임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톱스타의 게임 광고 출연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오는 동시에 게임 콘텐츠가 아닌 스타에만 집중하게 되는 '양날의 검'"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톱스타 마케팅이 필승 요소는 절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스타 마케팅으로 성공한 케이스도 있지만 결국 게임이 가진 콘텐츠가 승부를 가른다고 밝혔다.

게임 광고에서 톱스타를 볼 수 있게 된 건 그만큼 게임 업계가 마케팅에 큰 돈을 쏟아 부었다는 증거다. 하지만 한편으론 대규모 마케팅이 불가능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갈수록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기 힘들어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중소 게임 개발 업체의 경우 갈수록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게임을 개발한 후 구글스토어 및 앱스토어에 올리기 위해선 30%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카오 또한 게임업체에게 20%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여기다 게임 퍼블리싱 업체에게도 남은 수익의 절반을 줘야 한다. 이러한 유통 구조 탓에 중소 게임 개발자들은 수익을 얻지 못하고 도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모바일 게임 전문운영지원 사업을 통해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고 마케팅을 맡아 줄 수 있는 업체와 연결해 주거나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지원하고 있다.

셧다운제 도입, 2년 후… '한숨 돌려'

이렇듯 게임업계의 덩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전망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이미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이 점점 둔화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발간한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3조59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올해 시장 규모도 3조9708억 원으로 10.6%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성장세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난 몇 년간 크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젠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정체기에 돌입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이미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질 대로 높아져 모바일 게임을 활용하는 유저의 성장치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게임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만큼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지적재산권인 마블의 영웅들을 등장시킨 '마블 퓨처파이트'는 론칭 7개월 만에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2800만을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들도 해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 관계자는 "모두의 마블의 경우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많고 세븐나이츠는 태국에서 상위 랭킹에 속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도 넷마블 게임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게임 산업의 발전은 항상 비판과 함께했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게임 폐인'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게임을 접하기가 더 쉬워지면서 PC 게임에 적용되는 '셧다운제'를 모바일 게임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5월, 인터넷게임 사업자들이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시간대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제공을 제한하는 일명 '셧다운제'의 범위를 고시했다. 이 고시에 따르면 셧다운제는 현행과 같이 PC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스마트폰 게임의 경우 적용이 2년간 제외됨으로써 모바일 게임 업계는 일단 2017년 5월까지 약 2년의 시간을 벌게 됐다. 업계에서는 셧다운제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은 게임 업체도 있었고,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자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으론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르는 사이에 차츰차츰 수익의 내리막길을 걸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