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카카오, 스타트업 밥그릇 빼앗나… "강한 힘 상생에 썼으면"O2O 시장 진출 본격 선언한 카카오 대규모 자본 토대로 막강한 영향력시장 진출 긍정적 시각도… 스타트업·O2O 기업,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는 중"

카카오 본사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다. 대규모 자본을 무기로 주로 중소상공인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빵집, 세탁소, 동네 슈퍼까지 대기업 유통 업체들이 진출하는 것은 지금도 우리 사회의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 의무 휴일을 지정하기도 하고, 국회는 대기업 총수들을 국정감사장에 불러 골목상권 침해를 막아 왔다.

그런데 유통업계의 일인 줄만 알았던 골목상권 침해가 IT 업계로도 번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카카오'가 거론된다. 이미 벤처 기업의 수준을 넘어 대기업 뺨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물론 비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가 막강한 힘을 토대로 기존 업계 발전에 기여한다면 오히려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도 있다.

벤처기업에서 IT 거대 공룡으로

지난 2010년 세상에 나온 카카오는 이해진 NHN 의장의 서울대학교 86학번 동기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의해 세워졌다. 김범수 의장은 NHN 근무 시절,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2007년 NHN을 떠난 김 의장은 모바일 메신저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당시 시중에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스마트폰에 주목해 '카카오톡'을 탄생시킨다. 유료로 문자를 보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이용자들에게 데이터를 통해 무료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카카오톡은 그야말로 '혁명' 이었다. 카카오톡의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카카오는 지난 2014년 포털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한 단계 도약 기회를 마련한다. 지난해에는 포털 중심이 아닌 모바일 사업 강화를 위해 사명에서 다음을 과감히 지운 후 '카카오'로 재탄생했다.

카카오 대리운전 서비스의 경우, 출범전대리운전 기사들의 노하우를 들음으로써 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는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단계를 벗어나 이미 국내를 대표하는 IT 대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사업 영역 확장은 무서울 정도다.

카카오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 확대를 기조로 내걸었다. 대규모 모바일 메신저를 바탕으로 '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 블랙'으로 택시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최근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발표하기도 했다. 교통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의 O2O 시장 진출은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김기사'의 개발 업체인 록앤롤을 인수해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국내 가장 많은 사용자가 음원을 다운받고 있는 음원사이트 '멜론' 또한 카카오의 품에 안겼다. 카카오는 국내 1위 음악 콘텐츠 사업자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1조8700억 원에 인수해 멜론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카카오의 이번 사업 확장은 IT 업계뿐만 아니라 경제계 전체의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음원 다운로드 시장을 포함해 로엔 아래에 있던 연예인 소속사 등 전방위적인 범위로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핀테크 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핀테크 시장에 진출했으며 KB국민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함께 컨소시엄을 결성해 인터넷 전문은행 허가를 따내면서 금융업에도 진출하게 됐다.

위에 언급한 사안들은 카카오의 굵직굵직한 사업 계획들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펼치고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와 연계해 펼칠 수 있는 사업의 범위는 매우 넓기 때문이다.

잠잠했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다시 불거져

카카오의 성장은 동시에 IT 업계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가열시켰다. 자본력과 막강한 이용자를 바탕으로 종래 손을 대지 않았던 사업 분야에 진출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힌 '카카오파머 제주'는 관련 업계의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카카오파머 제주는 가장 맛있는 농산물을 선별해 가장 맛있을 때 고객에게 전달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농산물 O2O 비즈니스로 오는 1월말까지 운영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1, 2인 가구의 증가와 모바일에 익숙한 2030세대의 소비패턴을 감안해 패키지를 5kg 소포장으로 구성했으며 배송비를 포함해 1박스에 1만5000원에 판매된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파머 제주는 파일럿 서비스 기간동안 축적된 구매 이력, 구매 추천 등의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 분석 등의 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비록 한시적인 서비스지만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충분히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만약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모바일 농산물 거래 시장에 진출한다면 관련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의 경우 이미 한 차례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언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네이버는 윙스푼을 포함해 네이버 키친(레시피), 네이버 쿠폰, 워너비(패션), 네이버 굿모닝(알람) 등 일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시 네이버 김상헌 대표는 "중소기업, 스타트업 뿐만이 아니라 중소상공인까지 아우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네이버는 '상생'을 모토로 내걸었다. 지난해 7월에는 지난 1년간 스타트업 상생 프로그램을 통해 500여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선보인 상생 패키지 ''Npac'은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용 솔루션', '온라인 교육' 등을 패키지화해 무상으로 지원하는 네이버만의 상생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네이버는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기업 가치로 내걸고 활발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잠잠했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최근 네이버뿐만이 아니라 카카오까지 사업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넓히면서 다시 불거지게 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창조경제 바람을 타고 O2O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이 탄생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다져놓은 시장에 IT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 따르는 법"

물론 부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의 진출이 기존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대표적 사례는 카카오의 택시 관련 서비스다.

카카오는 지난 11월,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이른바 '카카오 드라이버'를 올 상반기 내에 출시함으로써 카카오택시, 카카오블랙에 이은 세 번째 택시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당초 카카오의 서비스가 골목상권 침해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으나 오히려 대리운전 기사들을 중심으로 현장에선 환호하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가 아닌 골목 깡패를 소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다.

대리운전 업계가 말하는 '골목 깡패'란 대리운전사와 승객들을 연결해 주는 중계 업체들을 가리킨다. 중계 업체들은 기사들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서울에선 요금의 20%를 받고 있다.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심야 시간일수록 수수료는 높아지는데 이 때문에 대리 기사들의 실질적은 수입은 갈수록 줄고 있다. 다양한 대리운전 기사 협회들을 중심으로 카카오의 시장 진출이 수수료 인하를 불러와 대리운전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아직까지 카카오가 얼마의 수수료를 제시할지 정해지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카카오 또한 대리운전 업계와의 상생을 강조했고, 서비스 진출 계획을 발표하기 전부터 대리운전 5개 단체와의 대화를 통해 업계의 어려운 점을 먼저 들음으로써 시장 진출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 O2O 기업과의 제휴로 고객들의 편의를 증가시킨 경우도 있다. 숙박 O2O 기업 야놀자는 카카오택시 및 김기사와의 연동을 통한 길안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신규 서비스는 고객들이 야놀자 제휴점을 방문할 때 따로 주소를 찾아보거나 별도 길안내 앱을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애플리케이션 내 김기사와 카카오택시 앱을 연동시켜 고객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O2O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O2O 기업, IT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카카오가 스타트업 기업들이 확장한 시장에 들어온다면 그들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O2O 기업 관계자는 "이미 잘되는 서비스에 카카오가 시장 조사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택시 업계 관계자 또한 "카카오택시가 택시 기사들과 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긴 하지만 그로 인해 기존 콜택시 앱은 시장에서 도태됐다. 카카오의 막강한 자본력을 도저히 기존 기업들은 이겨낼 재간이 없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일단은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하자고 말한다. 대규모 자본에는 뒤지겠지만 먼저 사업 노하우를 쌓고 방대한 데이터를 쌓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앞세운 카카오의 사업 확장을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강한 자본을 통해 시장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지만 어느 사업 분야건 독점은 옳지 않다. 카카오가 강한 힘을 상생하는데 썼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