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소송서 유리한 고지 점령한 삼성… 갤럭시 S7으로 '굳히기'?삼성, 항소심서 1심 뒤집고 승소… 애플 특허 침해 3건 모두 무효애플, 디자인 및 기능 특허 차별성 인정 못 받으며 타격양사 '자존심' 대결… 삼성·LG, 신규 스마트폰 시리즈로 공세 나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안드로이드와 앱스토어 진영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갤럭시 S'와 '아이폰'을 통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과 애플은 소송을 통해 특허 싸움을 해왔다. 지난 2011년부터 애플은 삼성에 대해 디자인과 특허 기술 등을 침해했다며 두 차례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4년, 특허 기술 소송에서 패한 바 있는 삼성은 지난달 말 진행된 항소에선 승리를 거뒀다. 미국연방법원이 애플이 제시한 특허에 대해 '무효'와 '비침해' 판결을 내린 것이다. 또 1심에서 인정된 애플이 삼성의 카메라 관련 기술을 침해했다는 것에 대해선 인정하면서 사실상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에선 삼성과 LG가 각각 새로운 스마트폰 시리즈를 공개하며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7으로 '굳히기'에 들어간다. LG전자는 G5를 통해 그 동안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 날개를 달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1승 1패씩 나눠가진 삼성과 애플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6'(MWC 2016) 개막을 하루 앞둔 2월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CCIB)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S7 공개행사에서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이 S7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
삼성전자는 지난 4년간 지속돼 온 애플과의 특허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를 거두며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구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26일, 삼성의 손을 들어준 2차 항소심 판결 결과를 공개했다.

애플은 지난 2012년, 삼성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내용은 삼성이 애플의 고유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

애플과 삼성은 이 소송 외에도 2011년 4월부터 소송을 하나 더 진행하고 있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이번 삼성이 승소한 소송은 '애플 대 삼성 Ⅱ'로 부르고 있다. 2011년 시작된 소송은 디자인과 관련된 소송이며 이번 소송은 특허권과 관련된 소송이다.

삼성은 지난 2014년 1심 판결에서 애플의 특허를 세 건 침해해 1억1962만달러(약 1476억8500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삼성이 애플에게 배상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지난 1심 판결에서 애플이 삼성의 카메라 특허 기술을 침해해 15만8400달러(약 1억956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은 그대로 인정해 이번 소송에선 전반적인 '완승'을 거뒀다는 평을 듣게 됐다.

삼성 측은 이번 항소 결과에 대해 "소비자 선택의 승리로 시장 경쟁을 회복시켰다"는 평을 내렸다.

항소법원은 원심이 인정했던 삼성의 애플 특허 침해 3건 중에서 2건은 '특허 무효', 1건은 '비침해' 판단을 내렸다. 무효 판단이 내려진 특허 기능은 '밀어서 잠금 해제(slide-to-unlock)'와 '자동 오타수정'(auto-correct)이다. '밀어서 잠금 해제'의 경우, 여러 전문가들 또한 특허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바 있다. 이 두 가지 기능은 아예 특허가 무효화되면서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게 됐다.

'비침해' 판결을 받은 이른바 '퀵 링크' 기능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권 소송에서 가장 핵심을 차지한 기능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전화번호나 웹 주소를 누르면 전화가 걸리거나, 특정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기능이다. 이른바 '647특허', 혹은 '데이터 테핑'으로 불리는 이 기능은 지난 1차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에게 약 9869만625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인정받은 기능이다. 이 금액은 전체 배상액의 8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퀵 링크'의 경우 아이폰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미 연방 대법원은 이 기능이 삼성과 애플이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 법원은 삼성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와 메신저 앱에서 사용한 기술이 다르다는 삼성의 주장을 인정했다. 애플이 아이폰의 운영 체제로 사용하고 있는 IOS의 경우, 서버를 통해 퀵링크를 열 수 있으나 삼성 휴대폰의 경우 단말기가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질적 영향 없으나 상징적 의미 큰 소송

이번 소송 결과로 인해 애플의 무분별한 특허권 남용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애플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기술에 특허를 신청하고, 이에 대한 침해 소송을 벌임으로써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휴대폰 견제를 해 왔다.

삼성과 애플은 이번 소송 외에도 한 가지 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 4월 제기된 '삼성 대 애플 Ⅰ'으로 불리는 소송이다. 이 소송은 디자인과 관련된 소송인데 애플은 삼성이 모서리가 둥근 디자인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애플의 둥근 모서리 관련 특허권은 미국 특허청에서 무효 판결을 받게 됐다. 미국 특허청 재심사부는 지난해 8월 5일 애플의 'D677' 특허권에 대해 무효 판결을 다시 내렸다.

'모서리가 둥근 디자인'은 앞면이 평평하고 모서리가 둥근 아이폰의 디자인을 말한다. 하지만 특허청은 이 디자인이 앞선 타 회사들의 디자인 특허와 다를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허청이 근거로 든 샤프의 JPD1204221, 애플이 앞서 출원한 D014와 D204다. 특히 국내 LG전자의 D313 또한 애플의 디자인에 특허 무효 판결을 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체적으로 사각형이지만 모서리는 둥글고, 앞면은 평평하고, 동그란 홈 키가 있는 디자인이 애플만의 고유 디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삼성과의 소송에서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둥근 모서리 디자인이 특허가 아니라면 애플이 제시한 소송 근거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삼성은 애플 측에 5억 4800만달러(약 6818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1차 소송에 대해 작년 12월 연방 대법원에 상고 허가 신청을 낸 바 있어 아직까지 최종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은 실질적 의미보단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다. 이미 '밀어서 잠금 해제'의 경우, 현재 유통되고 있는 갤럭시 S6 시리즈 등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밀어서 잠금 해제는 특정한 부분을 밀어야만 화면이 열리지만, 현재는 화면 어느 부문을 밀어도 화면을 열 수 있다.

또 애플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S2, 갤럭시 S3는 이미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제품이다. 현재 이미 갤럭시 S6 시리즈가 유통되고 S7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실질적인 영향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양대 스마트폰 제조사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소송에선 한 치 양보 없는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오명'을 쓸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진행중인 두 소송 모두 삼성 입장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서 삼성은 세계적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한편 애플의 아이폰은 미국 본토에서 '잠금 기능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 정부 측이 테러범의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위한 기술 지원을 명령했는데 애플 측이 고객의 사생활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이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는 "FBI가 중요한 몇 가지 보안 특징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용의자의 아이폰에 설치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정부는 애플이 우리 고객을 해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발전시켜온 보안을 해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법원 명령에 거부한다"며 "그 명령은 당면한 법률문제의 차원을 뛰어넘는 더 심각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경영을 맡던 시기부터 '보안'을 최우선으로 강조해 왔다. 애플 측은 아무리 범죄자의 개인 스마트폰을 열어보기 위해서라지만 잠금 장치를 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수많은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강하게 나타냈다.

고동진ㆍ조준호, 스마트폰 '자존심 싸움' 나선다

국내 대표적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7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 S7을 공개했다.

이번 갤럭시 시리즈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무선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에서 약 1년만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으로 승진한 고동진 사장이 전두지휘에 나섰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개발에 앞장서 왔다. 이번 갤럭시 S7의 경우, 전작 갤럭시 S6에서 소비자들이 아쉽게 느낀 부분을 보완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S7은 성능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전작 때 품었던 불만을 모조리 해결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갤럭시S의 혁신은 앞으로도 끝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시 S7은 전작에서 빠졌던 외장 메모리 슬롯, 방수와 방진 기능을 더했으며 배터리 용량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디자인의 변형을 통해 그립감을 좋게 하려 했다. 오는 3월 11일 주요 60개국에서 출시된다.

LG전자 역시 MWC를 통해 신작 G5를 공개했다. LG전자는 그 동안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과 애플의 양강 체제에서 LG만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번 G5 출시에 만반의 준비를 가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을 유임하면서 그 신뢰를 그대로 이어갔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 '초콜릿폰' 을 통해 LG전자 휴대폰 신화를 쓴 이력이 있는 조 사장에게 LG전자의 스마트폰 부활을 다시 한 번 맡긴 것이다.

G5는 일명 '트랜스포머 폰'으로 불린다. 스마트폰 밑 부분을 빼 다른 기기를 끼우면 카메라나 오디오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확장형 모듈을 선택함으로써 삼성과 애플 양강 체제에서 스펙 경쟁을 하기보단 LG G시리즈만의 확고한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양사 모두 신규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는 크다. 삼성은 갤럭시 S7을 통해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의 경우 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G5를 통해 'LG 매니아'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관건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