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다단계 판매… '피해' 논란

사진제공=연합
취준생ㆍ퇴직자 대상으로 '다단계 끌어들이기'
서울 YMCA, 다단계 판매 관련 공정위 조치 촉구
LG유플러스, 다단계 대리점 수수료 인하 나서
"다단계 판매 영업, 당분간 고수할 듯"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다단계'는 평범한 서민들에겐 흔히 범죄 기사에서만 볼 수 있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단계가 생각보다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개통 또한 다단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휴대전화 다단계'를 검색해 보면 효과적으로 다단계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만큼 휴대전화 판매 다단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통신 대기업 LG 유플러스의 다단계 판매 정책은 휴대전화 다단계 판매에 불을 붙이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다단계는 초기 자본 투자 비용이 적고, 새 휴대전화 개통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 다단계에 비해 문턱이 낮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특정한 휴대전화 품목을 구매할 것을 강요하고, 비싼 요금제 및 일정한 구매 조건을 강매한다는 점에서 향후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이 휴대폰 대리점 돼 판매하는 '다단계의 늪'

지난 3일, 서울 YMCA는 공정거래위원회 측에 LG유플러스의 다단계 판매 행위에 대한 시정 명령을 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 YMCA 시민중계실은 IFCI, B&S솔루션 등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행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안이 없는지 조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방통위의 경우, LG유플러스에 대해 과징금 23억 7200만원을 부과하는 조치를 내렸으나 공정위는 다단계 판매가격 한도 160만원을 단말 가격과 통신 가격에 합산할 것인지, 제외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아직까지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 YMCA는 이동통신 다단계 판매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한 소비자 판매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가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에 방문판매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심의 결과 발표를 촉구하라고 밝혔다.

실제로 다단계 피해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다단계를 통해 고가의 휴대폰을 구매한 후 매달 빠져나가는 할부금에 한숨을 쉬는 피해자들이 많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전병헌 의원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구형 스마트폰을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다단게 판매원들에게 팔아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한 스마트폰 기종을 밀어주거나 다단계를 통해 시중가보다 훨씬 비싸게 스마트폰 구입을 종용하는 등 다단계 부작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서울 YMCA 서영덕 간사는 "다단계 업체의 홍보에 속아 가입한 후, 홍보한 것보다 수익을 얻지 못했거나, 지인이 통신 다단계를 권유하는데 이를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 다단계는 개인이 휴대폰 대리점의 역할을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IFCI, B&S솔루션과 같은 다단계 회사에 가입을 한 후, 휴대폰을 개인사업자 명의로 등록한다. 이렇게 개인사업자가 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휴대폰을 가입시키면 요금의 일정 비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전국민 모두가 사용하고, 접근성이 높으며 별도의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신 다단계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발을 들여놓고 있다. 특히 취업준비생과 현직에서 은퇴한 어르신들이 다단계에 빠져드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인이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대리점을 통하지 말고 자신을 통해 바꾸라고 말한다', 'LG유플러스와 같은 대기업이 다단계 영업을 장려한다면 해볼 만 하지 않나' 라는 관련글이 다단계 관련 카페에 자주 올라오고 있다.

LG유플 다단계 영업 방침 "백지화는 아냐"

통신업계의 다단계 판매는 지난 2002년, KTF가 정보부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으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단통법' 탄생 이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단통법으로 모든 단말기의 가격이 매장마다 동일해지면서 대리점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다단계가 성행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통신 다단계 업체들이 대기업의 이름을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중에서도 LG유플러스의 경우 다단계 판매 행위를 장려하는 마케팅으로 수익을 올려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에 대해 "업계 3위 통신사업자로서 빠른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다단계 판매를 장려한 것"이라 지적했다.

신임 권영수 사장 취임 이후로 LG유플러스가 다단계 판매 방식을 버리려 한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다단계 판매점과 일반 대리점의 관리 수수료율을 동일하게 맞췄다. 다단계 방식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매달 14%의 수수료율을 지급해 왔으나 최근에는 일반 대리점과 같은 7%의 수수료로 낮췄다. 일각에서는 이를 LG유플러스가 다단계 중심 판매 정책을 버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로 보인다. 수수료율 변경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조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 조치를 따른 것이다. (다단계 판매를 바꾸지 않고) 기존 영업방침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 틀에서 영업 방침을 바꾸는 것은 아직까지 논의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정위의 빠른 판단을 통해 하루빨리 LG유플러스가 다단계 판매 전략을 완벽하게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YMCA 서영덕 간사는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통신사가 다단계 전략을 유지할지, 폐기할지 결정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