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된 카카오, 도리어 발목 잡힐까

대기업 지정되면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 제한

O2O 사업 확장 시 중소기업 영역 침범 비난받을 수도

카카오택시 수익원 확보 ‘과제’

지난 2010년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국민 모바일 메신저 자리에 오른 카카오톡이 이젠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 집단’의 길을 걷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지난 4월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ㆍ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 올해 지정 기업집단은 65개로 지난해에 비해 4개 증가했다. 에스에이치공사, 하림, 한국투자금융, 셀트리온, 금호석유화학, 카카오가 신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이 중 ‘신흥 강자’ 카카오에 눈길이 쏠린다. 카카오는 지난해 SK텔레콤의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자산 5조원을 돌파해 새롭게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IT기업은 혁신을 중요시한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IT 기술만큼 사업 진행에도 이른 투자와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대기업 집단이 된 카카오가 규제로 인해 발목이 잡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지정, 기쁜 것만은 아냐

카카오는 ‘카카오컨소시엄’을 통해 지난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 진출했다. 현 은행법은 은산분리법에 의해 대기업집단이 은행 지분 4%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게 제한해 놨다. 의결권이 없는 주식의 경우 10%까지 보유 가능하다.

카카오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은산분리법이 개정돼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의 처리만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카카오가 이름만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름은 ‘카카오뱅크’지만 컨소시엄 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받게 될 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카카오는 현재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택시는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택시 블랙 등 대리운전과 고급 택시 영역까지 발을 넓힌 상태다. 게다가 카카오는 헤어샵 진출까지 선언했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 카카오 헤어샵은 카카오톡을 통해 희망 지역과 디자이너, 시술 형태, 예약 가능한 시간대에 맞춰 예약과 결제를 할 수 있는 기능을 담을 예정이다. 카카오 측은 “가맹점은 카카오헤어샵을 통해 신규 고객을 쉽게 유치하고 예약과 동시에 결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예약 후 방문하지 않는 노쇼(no-show) 고객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O2O 사업 기반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번 대기업 집단 지정으로 인해 카카오의 사업 행보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만약 카카오의 사업 영역 중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된 것이 있다면 법적인 규제를 받지는 않지만 도의적인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다. 경제민주화에 따른 ‘상생’을 중시하는 분위기 상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은 큰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규제에 따라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으로 선정되면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의 논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시장 진출 철수를 권하고 있다.

카카오는 O2O 사업을 넓히며 IT 업계의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대기업 집단 지정으로 카카오를 바라보는 눈길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구 1만 바퀴 돈 카카오택시, 수익은 0원?

하지만 카카오는 일단 해 온 사업에 몰두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큰 성공을 거둔 카카오택시의 경우, 수익 확보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돌입했다.

카카오택시는 지난 3월 말 출범 1년을 맞이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택시는 작년 3월 31일 출시된 이후 1년 동안 기사와 승객을 총 9719만 회에 걸쳐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총 운행 거리는 5억72만㎞로 이는 지구를 1만2494바퀴 돌거나 지구와 달을 651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택시 기사들 또한 만족을 나타냈다. 카카오택시가 기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카카오택시를 사용하기 전 기사들의 하루 평균 수입은 11만894원이었으나 서비스 이용 후에는 12만5807원으로 1만4913원(13.4%) 늘었다. 하루 평균 탑승 승객 수는 9% 늘었고, 전체 택시 이용 승객 중 카카오택시로 연결된 경우가 5명 중 1명꼴인 21.8%로 집계된 것으로 나왔다.

이렇듯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카카오 입장에선 카카오택시의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다음 과제’이다. 현재 카카오택시는 카카오톡을 활용한 콜을 통해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 준다. 손님은 기사에게 요금을 지불하지만 기사들이 따로 카카오에 내야 하는 중간 수수료는 없다.

그래서 카카오는 카카오드라이버 등 대리운전 사업 등을 통해 수익 창출 방법을 제시했다. 맨 처음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다 했을 때 기사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만약 카카오가 합리적인 수수료를 제시할 경우 그동안 대리운전 기사들의 골머리를 앓게 한 고가의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수수료를 20%로 책정하자 업계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카카오와의 MOU를 보류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실상 업계의 ‘절대 강자’인 카카오가 고가의 수수료를 책정하면 기사들 입장에선 예전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는 사업 시작 전부터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호평을 받아왔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전부터 각 대리운전 협회 관계자들을 초청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번 헤어샵 사업 준비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전국의 주요 헤어샵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카카오헤어샵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업계 종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왔다. 카카오 측은 “설명회 이후 2월 5일 기준 전국 약 2000개가 넘는 헤어샵이 가맹점 등록을 신청하는 등 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라 소개했다. 그러나 수수료와 관련해 일부 대리운전기사들의 반발로 이러한 호평에 흠집이 가게 됐다. 카카오가 수익 창출과 동시에 기존 참여자들의 반발을 얼마나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명지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