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 ‘카카오’ 다음 지점은?…신규 사업 ‘걸림돌’ 넘어야 순항

올해 O2O로 대리운전, 가사도우미, 미용업계 진출

다음 합병ㆍ멜론 인수 통해 ‘대기업 진입’

첨단 기술 발전보다 기존 서비스 영향력 확대 지적

O2O 사업 추진으로 부진한 성적표 내기도

해외에서의 성과 미미, 카카오의 약점 중 하나

카카오는 최근 국내 기업들 중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기업으로 꼽을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히트로 국내 스마트폰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후, 다음과의 합병으로 몸집을 불렸다. 최근에는 음원 사이트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IT업계에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전했다.

이러한 카카오의 몸집 불리기는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는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대기업 지정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흔히 ‘혁신’, ‘스피드’, ‘젊음’으로 표현되던 IT기업의 활발한 사업 행보에 규제가 끼얹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벤처투자가 출신인 임지훈 대표 취임 후 O2O(Online to Offline)를 바탕으로 한 신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의 O2O 사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카카오택시’는 교통 O2O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된 ‘카카오택시 블랙’이 도로를 달리고 있으며, 교통 O2O의 또 다른 영역을 열어갈 ‘카카오드라이버’가 사전 예약에 들어갔다. 이 밖에도 올해 안에 ‘카카오 홈클린’, ‘카카오뷰티’ 등을 런칭할 계획이다.

이러한 카카오의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 전세계에 인공지능 기술을 과시한 구글처럼 우리나라의 IT기업들이 첨단기술 발전에 한 획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카카오는 O2O를 기반으로 기존 서비스에 카카오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데 여념이 없는 듯하다.

시범 운행 시작한 카카오드라이버, 수수료 갈등은 진행 중

올 상반기 내로 베일을 벗는 카카오의 O2O 서비스는 ‘카카오 드라이버’가 있다. 대리운전기사와 승객을 카카오를 통해 이어주는 모바일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이다.

카카오드라이버는 지난 16일부터 사전 예약에 들어갔다.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사내 임직원과 일부 기사회원을 대상으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드라이버에 모집한 대리 기사 회원은 약 4만~5만명이다. 이 수치는 최종 등록된 대리기사들을 포함해 현재 기사 회원 면접이 진행 중인 기사들을 포함한 것이다.

업계는 국내 대리운전 기사가 약 12만명 정도라 파악하고 있다. 대리운전의 경우, 서울에서 지방, 지방에서 지방 등 승객들의 목적지와 이동 거리가 천차만별이다. 또 대리운전 기사들의 경우 이동수단 없이 혼자 움직이기 때문에 승객이 있는 곳에 아주 가까이 있어야만 콜에 응할 수 있다.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들은 현재 카카오가 확보한 4만~5만명의 기사들로는 전국적인 영업이 어렵다고 말한다. 반면 카카오 측은 아직 서비스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기사들을 계속 모집하는 중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카카오드라이버가 출시 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대리운전 업계의 ‘고질병’이라 지적되는 고가의 수수료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카카오가 카카오드라이버 출시 계획을 밝혔을 당시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윤 회장은 “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도 있지만 카카오의 진출을 통해 ‘골목깡패’를 소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리기사들은 손님과 기사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콜을 받는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고가의 수수료를 측정하면서 대리기사들이 수입을 증가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대리운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서울이 요금의 20%이고 지방은 약 30~40%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카카오가 대형 자본을 통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해 합리적 수수료를 제시한다면 고가 수수료로 인해 고통 받았던 대리운전 업계가 건전하게 회복할 것이라 기사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종전과 같은 20%의 수수료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전국 대리기사협회를 비롯한 일부 대리운전 업계 관계자들은 큰 반발에 나섰다. 특히 전국대리기사협회는 반대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시장 진입 전,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고충을 들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카카오드라이버 수수료 역시 기사들에게 프로그램 사용비와 보험료를 받지 않아 기존보다 더 나은 수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에도 하반기 출시 예정인 모바일 홈클리닝(가사도우미) 중개 서비스 ‘카카오홈클린’의 사업설명회를 국내 여성 취업교육기관 50여곳을 대상으로 열었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이번 설명회에선 카카오홈클린 사업 취지와 준비 현황, 계획 등 서비스 전반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카카오 정주환 O2O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은 “여성 취업 교육기관, 관련 단체들과 적극 협력해 여성 인력의 전문화와 경력단절 여성, 중장년층 여성의 취업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카카오는 카카오뷰티 출시를 위해 미용업계 종사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카카오드라이버 출시 전에도 대리운전 관련 단체와 MOU를 맺었다. 하지만 카카오드라이버의 경우,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수수료’는 결국 카카오의 수익 구조와 연결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O2O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했다. 그런데 올 1분기 카카오의 실적은 반토막 났다. 카카오는 지난 12일, 1분기 영업이익이 21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7.7%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242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09억원으로 64.5% 하락했다. .

실적 급감은 우선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벌인 O2O 사업을 확장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카카오는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등 신규 O2O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2214억원의 영업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익구조는 단단히 뿌리내리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택시의 경우 수익을 위해 출발한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이 지난해 11월에서야 시작됐다. 비교적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됐다는 평을 듣고 있는 카카오택시는 그 수익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큰 고민거리로 여겨졌다. 현재 카카오택시 블랙은 100여대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공급 택시가 모자라 차차 규모를 늘려갈 것”이라 설명했다.

카카오는 향후 시작되는 O2O 서비스들 또한 수수료를 기반으로 수익을 거둘 예정이다. 올 상반기 내 출시 예정인 카카오헤어샵 또한 미용실과 손님을 이어주는 서비스로 손님이 카카오를 통해 미리 결제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하반기 내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카카오주차와 카카오홈클린 역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된 카카오의 제일 큰 걱정은 ‘카카오뱅크’

지난해 9월 임지훈 대표 취임 후 카카오는 O2O를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제 O2O는 카카오의 신규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드라이버를 둘러싼 수수료 갈등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카카오의 진출로 대리운전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더 큰 ‘갑’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가 받는 비판 중 하나는 벤처 기업으로 출발해 대기업 집단까지 성장한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개발보다 기존 사업 영역에 카카오의 영향력을 쓴다는 점에서다. 이미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AI 및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됐다. 2010년 3월 카카오톡이 세상에 나온 후 불과 5년 사이에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될 만큼 성장했다는 걸 증명하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기업에게 가해지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자제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벌이는 각종 O2O 사업 또한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다면 향후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현재 기준으론 택시, 미용 등 카카오가 진출한 분야에서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는 한국금융지주와 손잡고 인터넷 전문 은행 사업에 뛰어들어 최근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법상 은산분리법에 따라 산업자본은 10%(의결권 있는 주식 4%)를 소유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이름만 빌려주고 지분을 갖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인터넷은행 진출을 위한 컨소시엄이 구성되는 와중에 최세훈 카카오 CFO는 “은행법이 바뀐다면 지분율 50%로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을 가정하고 파트너십을 짜는 중”이라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고, 20대 국회의 막이 오름에 따라 과연 은산분리의 벽을 카카오가 넘을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옅어진 카카오 속 다음의 그림자

카카오는 포털 다음 인수를 비롯해 올해 1월, 음원 사이트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까지 품에 안으면서 몸집을 불렸다. 다음 인수로 500대 기업에 진입했고 총 1조 700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멜론을 인수함으로써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한 벤처기업이 국내 2위 포털을 인수한 것은 IT업계 전체가 주목할 만한 사안이었다. 겉으론 합병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것이다. 특히 카카오는 다음을 인수하며 ‘다음’이 붙은 서비스 중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은 과감히 종료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도가 카카오의 본사라고 하지만 실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숫자를 비교해보자면 판교 오피스가 1500명 이상, 제주도 본사가 400명으로 알려졌다. 판교에 위치한 타 IT기업들의 본사완 달리 다음의 ‘제주본사’는 다음만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합병 후에는 차차 판교 오피스가 본사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진출은 카카오가 부족한 영역으로 지적 받는 것이다. 특히 라이벌이라 부를 수 있는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일본, 대만, 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라인의 경우, 모바일 메신저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라인택시’를 운영하며 해외 교통 O2O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화에 맞춰 O2O 사업을 설정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1위 사업자 ‘고 젝’과 제휴를 맺고 인도네시아 O2O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네이버는 창사 이후 매출이 최초로 3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라인의 해외 히트로 해외 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해외 진출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카카오는 게임 부문 강화와 멜론 인수를 활용한 음악 콘텐츠를 밑거름 삼아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 성과를 보이는 뚜렷한 사업군이 없다는 건 카카오의 약점으로 꼽히곤 한다.

돌아오는 9월엔 카카오 임지훈 대표가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임 대표 취임 당시 기사를 살펴보면 젊은 30대의 대표가 이끌어갈 카카오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 하는 여론이 많았다.

일단 임 대표는 O2O 시장의 공격적 진입을 통해 카카오의 정체성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산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O2O사업의 안전한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게 첫 번째 과제다. 더 강해진 규제를 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여기다 해외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 또한 빼놓을 순 없다. 여전히 카카오의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임지훈 카드’가 앞으로도 성공 가도를 이어가게 될지 IT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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