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마케팅’ 노리는 화웨이… ‘맞불작전’ 쉽지 않은 삼성전자

화웨이, 삼성전자 상대로 美ㆍ中서 지적 재산권 침해 소송 제기

삼성전자, 맞대응 나서나 마냥 편치만은 않아

화웨이 속내, ‘소송 마케팅’ 효과 노린다?… ‘화해’ 가능성

중국기업 특허권 싸움, 번질 가능성 커…”대비책 세워야”

중국 기업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지적 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는 외신을 비롯한 전 세계 IT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의 소송 제기가 또 다른 서막을 열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규모 인력과 자본을 무기로 한 중국 기업의 성장세는 무섭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전자와 화웨이 간 소송이 단순한 양사 간의 분쟁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5년 안에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시장 점유율을 넘기 위해 ‘특허 라이선스’ 획득을 활용할 것이라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이번 소송이 화웨이가 그리는 큰 그림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특허 사용권 노리는 화웨이?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과의 지적 재산권 침해 소송에 이어 중국 기업 화웨이와도 소송을 통해 맞붙게 됐다. 지난달 24일, 중국의 전자제품 기업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화웨이가 주장한 삼성전자의 특허 위반건은 자사가 보유한 4세대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한 특허 11건이다. 화웨이가 문제로 꼽은 삼성전자의 특허권 침해 사항에는 운영체제, 사용자인터페이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또 중국에선 선전 인민 법원에도 이와 유사한 특허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화웨이의 대외업무 담당 부사장(VP) 윌리엄 플러머는 AFP통신을 통해 “이런 길(소송을 하는 것)을 가야만 하는 것은 매우 불운한 일이지만, 이런 기술들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선도하는 1위 기업으로서 투자를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또한 소송을 통해 가만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화웨이의 소송 제기 후 다음날인 25일, 안승호 삼성전자 지식재산권(IP)센터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의 소송에 대해 “맞소송이든 해야 한다. 그 쪽(화웨이)에서 그렇게 나오면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맞소송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IT 기업인 화웨이는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의 이번 소송 제기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꼽힌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이른바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크로스 라이선스’란 서로의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화웨이는 현재 에릭손, 퀄컴, 노키아, 알카텔-루슨트 등 통신기술업체들과 상호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의 소송을 통해 화웨이가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소송을 통한 인지도 상승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화웨이의 속내다.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을 통해 인지도 향상과 기술력 과시 마케팅을 동시에 이룬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누린 ‘소송 마케팅’, 화웨이도 예외 아냐

삼성전자는 이미 ‘아이폰’의 생산 기업인 애플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두 개의 소송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 4월 디자인과 관련된 ‘애플 대 삼성 Ⅰ’ 소송, 2012년 삼성이 고유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이 제기한 ‘애플 대 삼성 Ⅱ’ 소송이다.

디자인 저작권과 관련된 첫 번째 소송은 애플 측이 삼성전자가 모서리가 둥근 디자인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이다. 그러나 애플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 특허권이 미국 특허청에서 ‘앞선 타 회사들의 디자인 특허와 다를 것이 없다’며 무효 판결을 받으며 삼성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게 됐다.

‘밀어서 잠금 해제’, ‘퀵 링크’ 기능을 침해했다고 제기 받은 ‘애플 대 삼성 Ⅱ’ 소송의 경우 삼성전자의 항소에 대해 법원이 ‘배상할 필요 없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삼성이 전반적으로 완승을 거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양 소송 모두 일단은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추세다.

IT 업계에선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통해 오히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업체로 각인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이른바 ‘소송 마케팅’ 효과다. 이번 화웨이의 소송 역시 이러한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에서 늘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한국은 물론 일본, 독일 등에서 동시적으로 맞소송을 제기해 소송의 무대를 전 세계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번 화웨이와의 소송에선 애플의 경우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화웨이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IT 기업들은 그 규모를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카피 캣(Copy Cat)’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물론 뛰어난 가성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샤오미와 화웨이는 조금 다른 경우다. 화웨이는 고급형 스마트폰 ‘메이트8’ 등을 통해 고가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규모도 타 중국 IT 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다.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중국 현지에선 샤오미, 레노바를 제쳤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선 점유율에서 뒤처지는 화웨이와 엮일 필요성은 없다. 애플처럼 전 세계로 소송을 벌여나갈 가능성이 적은 것 또한 아직까지 카피 캣 이미지가 강한 중국 기업 화웨이와 엮여 봤자 그다지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은 삼성전자가 치열하게 붙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물밑 협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화웨이 역시 대화를 원하는 분위기다. 화웨이의 대외 업무 담당 부사장인 윌리엄 플러머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협상을 통해 라이선스 관련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매우 강력히 선호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IT전문 매체인 써우후 과학기술 역시 지난 1일 화웨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의 이번 소송이 사전 예고가 없었던 전격적인 조치가 아니었다며 소송전이 ‘화해’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화웨이가 싸움보다는 대화를 원한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IT 기업, 소송 대비 철저히 해야

뛰어난 가성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IT 기업들은 무서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IT 기업의 저작권 소송 제기는 앞으로 더 기세를 부릴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식재산권(IP) 센터를 통해 특허 전담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종합기술원 산하에 있던 IP센터를 최고 경영자 직속 조직으로 변경해 즉각적인 특허 관련 업무 대응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역시 특허 전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1977년부터 특허전담조직을 운영해오다가 지난 2001년부터 이를 특허센터로 확대했다. 특허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다. 지난해에는 이정환 부사장이 퇴임하고 전생규 전무가 특허센터장으로 선임됐다.

향후 국내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의 특허권 공세에 대응하는 방법을 더 강화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화웨이의 소송 역시 지난 2년전 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이라는 업계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규모도 차차 늘리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39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 기업들이 특허권 분쟁을 여기 저기서 일으킨다면 국내 기업들의 대책 또한 강화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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