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단계… 수익성 불안에 소극적

삼성전자, TF 통해 드론 사업 발 들여놔

한화테크윈 ‘방제용 드론’, 대한항공 ‘군사용 무인 항공기’ 관심

중국 기업 강세에 국내 기업 ‘눈치 보기’

시장 전망 밝으나 수익성 확신할 순 없어

지난 2015년 4월, 약 9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네팔 대지진. 여진 위험으로 구조 대원들 또한 쉽사리 진입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투입된 드론(drone)은 생존자들을 구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드론을 통한 의약품 투입과 더불어 지역의 사진을 찍어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드론산업협회의 정의에 따르면 무인항공기, 혹은 드론은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기를 총칭한다. 사용 범위 또한 군사용 무인 항공기부터 택배, 농업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규모의 드론까지 아주 다양하다.

기술력으론 충분히 드론을 만들 수 있지만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드론 사업 성과는 아직까진 눈에 띄진 않는다. 국내 대기업들이 드론 시장 진출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그 이유를 들어봤다.

이제 막 이륙 시작한 국내 드론 시장

현재 국내 대기업의 드론 산업 진출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에 비유할 수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계열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 연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드론 사업의 첫 삽을 뜨고 있다. 15명 안팎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TF를 결성한 후 부사장급이 관리하게 함으로써 조직의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임무용 드론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4월에는 농업에 사용되는 방제용 드론을 처음 선보였다. 이 방제용 드론은 1회 비행시 최대 1.2헥타르에 살충제를 살포할 수 있는 고성능 드론이다. 향후 한화테크윈은 임무용 드론 시장에 진출해 드론 산업을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군용 드론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 감시ㆍ정찰용 무인기 KUS-7을 선보였으며 민간 무인기 틸트로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항공우주사업본부 무인기 TF 운영을 통해 무인항공기를 신규 먹거리로 보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물류 시장은 드론의 활약이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드론을 통해 빠른 배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 대한통운 역시 드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더 활발하게 드론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드론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의 DJI는 세계 상업 드론용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인스파이어, 판톰 등 고성능 촬영에 적합한 드론 개발에 탁월한 기술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규제는 풀려가지만 정작 고민인 것은 ‘수익성’

드론과 규제는 실과 바늘처럼 늘 붙어다녔다. 최근까진 국내의 엄격한 드론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규제는 차츰 풀려가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제 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드론을 포함한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큰 폭으로 풀 것을 요구했다. 대통령의 주문 후 관계부처들은 잇따라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드론 및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및 ‘경기 대응을 위한 선제적 규제정비 방안’ 후속 조치로 항공법 시행규칙 등 7개 국토교통부령 일괄 개정 방안을 입법 예고했다. 항공법 시행규칙에는 농업·촬영·관측 분야로 제한된 드론 사업범위를 국민안전이나 안보를 저해하지 않는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개정 방안은 7월부터 시행된다.

전문가들 역시 규제는 더 이상 국내 드론 산업 저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드론 산업 진출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드론 산업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드론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드론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국내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드론은 군사용 드론과 상업용 드론으로 나눌 수 있다. 군사용 드론의 경우 시장 진출을 위해선 별도의 인증이 필요하다. 일반 기업들의 경우 접근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은 상업용 드론 시장 진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물류 운송, 실종자 수색 등을 포함한 임무와 항공 촬영 등 일반 서비스에 투입될 드론이다. 그러나 이 시장의 성장 규모가 현재로서는 불명확하다는 판단을 내렸단 것이다.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곳에는 기업들은 단연 진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미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 DJI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점 역시 진출을 망설이게 한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김용화 사무국장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드론 산업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웬만한 중국 기업들의 드론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 대기업들의 자율주행차 개발 사업과 비교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의 경우 수요도 많고 성장 가능성도 높아 기업들 또한 적극적이지만 드론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반면 수익성과 관계없이 드론 산업이 가진 성장성을 봤을 때 당장은 아니더라도 주요 대기업들이 뛰어들 것이란 예측도 있다. 삼성의 경우, 드론 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중국 DJI의 기세를 피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드론업계 전문가인 경성대학교 오승환 교수는 삼성전자 역시 B2C(기업과 고객 간 거래) 드론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나 DJI의 틈새를 파고들 만한 결정적인 아이템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화테크윈 역시 방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선 드론 산업에 손을 대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지적했다.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는 별개로 드론 시장에 대한 미래는 밝다. 특히 2ㆍ3차 구매자가 많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번 드론의 매력을 맛 본 사람이라면 쉽사리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상업용 드론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해석된다. 오승환 교수는 “드론은 ‘하늘을 날고 싶다’라는 인간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구다. 때문에 기업들은 상업 드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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