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가속에 대리운전 업체 ‘딴지’

일부 대리운전 콜센터, 카카오드라이버 기사들에게 ‘차별대우’

카카오, 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제기

대리운전 시장 고려하지 않은 요금 계산으로 불만 사기도

대리운전 시장이 카카오의 진출로 시끌벅적하다. 카카오는 기존 대리운전 배차 업체들과의 갈등을 겪는 동시에 일부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원망’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를 둘러싼 대리운전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카카오드라이버 회원 기사들에게만 늦게 뜨는 ‘콜’

카카오와 대리운전 업체의 갈등은 일부 대리운전 업체들이 카카오드라이버 회원 기사들에게 배차를 해 주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보통 대리운전 기사들은 여러 개의 배차 프로그램을 쓰며 다양한 곳에서 ‘콜’을 받는다. 최대한 일감을 많이 받아야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배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갑 중의 갑’이다. 손님의 오더를 중계해 주는 업체들은 연합을 형성해 기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업체들이 카카오드라이버에 가입한 기사들에겐 일감을 주지 않겠다고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기사들에게 등급을 매긴 후 카카오드라이버를 쓰는 기사들에겐 낮은 등급을 주고, 손님들의 ‘콜’을 몇 초 늦게 뜨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경우, 기사들은 대리운전 일감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콜을 수락해야 하기 때문에 몇 초라도 콜이 늦게 뜨면 일을 할 수 없다.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업체들은 카카오 드라이버 회원 기사를 어떻게 가려냈을까? 업계에선 배차를 받기 위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데 이를 통해 업체들이 카카오 가입 기사들을 추려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업체들이 직접 카카오드라이버 앱을 통해 기사 호출을 한 뒤, 기사들을 가려내는 방식을 택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 측은 "대리운전 업체들이 카카오드라이버 기사를 제명하고 일감을 주지 않는 등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어 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기사 회원들을 상대로 피해 사실을 접수 받고 있으며 7월 내 가처분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드라이버의 기사 회원은 약 5만명으로 추정된다.

O2O 진출 전, 현장과 대화 나서지만…

카카오드라이버는 카카오택시에서 시작된 카카오의 주력 사업 O2O(Online to Offline)의 첫 번째 사업군이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를 바탕으로 여러 O2O 사업 군에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그 중 초기 모델로 출범한 지 한 달이 됐다.

카카오가 O2O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사업군에 모바일 메신저를 도입해 시장 진출을 한다는 점에서 신기술 개발에 나서는 세계 IT 그룹과 비교를 당하기도 한다. 또 먼저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들의 앱들을 대형 자본을 앞세워 밀어냈단 점에선 ‘IT 골목상권 침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새로운 사업군 진출에 앞서 카카오는 기존 업계와의 대화를 통해 건전한 시장 정착을 이루려 하고 있다. 지난 5일, 카카오는 서대문, 서초, 관악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카카오홈클린 전문 매니저 양성 프로그램을 위한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카카오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모바일 홈클린 서비스 ‘카카오홈클린(가제)’을 위해 업계 종사자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의 일환이다.

카카오는 지난 6월 18일 총 9명의 가사도우미 종사자를 1기 매니저 자문단으로 위촉했다. 카카오 측은 매니저 자문단을 통해 종사자의 고충과 의견을 수렴해 홈클리닝 영역에서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 역시 이러한 노력이 있었다. 카카오는 O2O 사업을 내기 전부터 택시기사 단체와 대리운전 기사 단체들과의 대화를 통해 업계의 애로 사항을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받는다.

높은 수수료ㆍ요금 계산 방식에 일부 기사들 불만 나타내기도

대리운전 업계의 횡포로 가려진 감이 있지만, 일부 대리기사 단체들은 카카오의 수수료 정책에 대해 아직도 불만을 표시한다. 카카오는 대리기사가 받는 요금의 20%를 수수료로 요구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의 고가 수수료로 골머리를 앓았던 대리기사들은 카카오에게 더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는 카카오가 시장 진출 시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윤 회장은 <주간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을 좀 더 확실히 파악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카카오드라이버 출범 시 기본 요금을 1만5000원으로 통일한 후 이동 거리와 운전 시간을 고려해 요금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김 회장은 말한다. 대리운전의 경우, 대리기사들의 이동 경로와 지방과 도심의 차이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똑같은 거리라도 서울에서 분당을 가는 것과 서울에서 외지를 가는 것은 천지 차이다. 심야시간에 대리기사들이 손님을 내려주고 어떤 방법으로 이동해야 하는지도 고려해야 하나 그런 현실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존 업체들의 대리운전 요금 계산 방법은 궂은 날씨와 대리기사들의 이동 상황을 반영한다. 수도권에 장마가 왔던 6월 마지막 주, 평소 2만원이었던 서울-분당 간 요금이 4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카카오드라이버는 이러한 현실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 때문인지 카카오는 지난달 말, 기본 요금 체제를 개편했다. 지역별로 기본 요금을 달리 책정하는 것이다. 7월부터 대전ㆍ대구ㆍ부산ㆍ광주ㆍ울산 지역에서는 기본요금이 1만2000원으로 3000원 내려갔다. 충북·충남·경북·경남·전북·전남·강원·세종·제주 지역에서는 1만원으로 내려 수도권과는 5000원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일부 기사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가 기사 회원들을 끌어 모을 땐 기존 업체들보다 높은 기본 요금을 앞세웠지만 출시 한 달 후 기본 요금을 내림으로써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가 기존 업체들과 똑같은 20%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상황에선 기사들의 수입이 더 줄어들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일부 대리운전 기사들은 ‘카카오가 높은 기본 요금을 미끼로 기사 회원을 모집해 놓고 다시 기본요금을 낮추면 기사 입장에선 황당하다’, ‘안 그래도 카카오드라이버를 쓰는 기사들의 영업을 방해하는데 이 상태로 가면 카카오드라이버 회원 기사들이 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