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피해자들 곡소리에도 LG유플러스 ‘침묵’

피해자모임, LG유플에 질의서 보냈지만 ‘답장 없어’

IFCI와 밀접한 관계 맺고 있다는 의혹 여전

피해자들, 지속적으로 LG유플에 해명 요구할 것

지난 7월 16일 빗줄기가 쏟아졌던 주말, 인천 남동구 남동체육관 앞엔 1만 여명의 대규모 군중들이 모습을 나타났다. 이 날은 통신 다단계 업체 IFCI의 창립 5주년 기념 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이었다. IFCI는 전국에서 3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관광 버스를 탄 회원들이 몰려들었다.

구름처럼 몰린 IFCI의 회원들만큼 피해자들의 피해 범위도 크다. LG 유플러스라는 대기업을 내세워 가입을 유도하기 때문에 지인과 친척들까지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지만 곧 요금폭탄과 인간 관계의 단절을 불러온다.

이날 ‘IFCI 통신다단계 피해자 모임’의 김한성 대표와 회원들은 남동체육관 앞에서 반대 시위에 나섰다. 피해자 모임은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향후 법적인 조치를 비롯한 다양한 반대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IFCI와 주 거래를 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여전히 선을 긋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기업’ 이름 빌려 손쉽게 회원 모으는 다단계 유통사

다단계 업체 IFCI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로 구성된 ‘IFCI 통신다단계 피해자 모임’의 김한성 대표는 LG유플러스와 IFCI가 더 이상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신 다단계는 회원들을 상대로 휴대폰, 070 전화, 인터넷 등을 사용하기만 해도 수익이 발생한다고 현혹한다. 하지만 모든 다단계가 그렇듯이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위치한 상위 0.1%만 고수익을 얻고 대부분의 가담자들의 수령액은 최저 생계비도 얻지 못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통신다단계 상위 1%의 연간 지급액은 5662만원이다. 그러나 나머지 99%의 연간 수입은 47만원이다.

흔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통신 다단계 권유에 일반인들이 쉽게 빠져드는 것 중 하나는 IFCI를 비롯한 통신 다단계 업체들이 ‘LG 유플러스’와 같은 대기업의 이름을 빌려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IFCI는 지난해 매출 2031억1470만원, 당기 순이익 276억943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에 비해 매출액 3.2배, 순이익은 8.3배 증가했다. 또 지난 2월에는 B&S 솔루션을 합병하면서 몸집을 늘렸다. 이와 같은 성장 배경엔 다단계 판매를 알면서도 묵인한 LG유플러스가 있었다는 게 피해자 모임의 주장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 공정위에 제소 명령을 받은 IFCI를 포함해 총 4개의 유통 업체들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있다. 그 동안 LG유플러스는 이들 대리점에 대해 ‘유통 대리점일 뿐’이라며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다단계 피해자 모임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IFCI가 LG유플러스와 대리점 이상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LG유플러스가 IFCI의 성장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LG유플러스는 IFCI에게 고객 만족 부문 대상을 수여했다. IFCI는 선릉역 근처 대치동 10층 규모 빌딩에 입주해있다. 이 건물의 보증금을 LG유플러스가 내준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대리점 정책에 따른 것이다. 이 정책에 따라 건물 임대나 인테리어 등에서 통일성을 갖고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IFCI의 법인 대표인 이 모 대표가 LG유플러스 근무 경력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최근에는 일한 적이 없고 약 20년 전 3개월 정도 짧게 근무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나 이 또한 정확한 기록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간한국>은 IFCI의 권영성 대표의 강연 동영상을 입수했다. 다단계 업체들은 강연을 통해 회원들을 모집한다. IFCI가 출범을 준비하던 2011년 촬영된 이 동영상에서 권 대표는 "LG유플러스의 임원진 중 한 명이 유통 다단계 엔알커뮤니케이션(NRC)이 250만명의 회원을 모집한 것을 보고 LG유플러스 측에 이와 같은 마케팅을 할 것을 제안했다"고 발언했다. 이러한 발언을 통해 IFCI의 탄생에 LG유플러스의 고위직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해당 동영상에 대해선 이미 지난 2013년 허위 사실 유포로 관계자에 대한 제재 및 징계를 시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는 그러한 내용으론 강의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연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는 미지수지만 다단계 회원을 끌어 모으기 위해 IFCI가 LG유플러스의 이름을 거론한 것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의혹 여전하지만…LG유플러스 ‘모르쇠’로 일관

다단계 피해자 모임은 지난 2월, LG유플러스 권영수 대표이사 앞으로 질의서를 보냈다. 이 질의서에는 피해자 모임은 대다수 회원에게 요금 폭탄, 상위 0.05%의 수익금 독점 등 비정상적인 영업에 나선 IFCI에 대한 LG유플러스의 묵인 여부, IFCI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예정인데 이 소송이 완료될 때까지 대리점 관리비 등을 동결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 모임은 LG유플러스 측으로부터 답변서를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피해자 모임은 지난 7월 21일, LG유플러스 용산 본사 앞에서 또 한 번의 집회를 열었다.

다단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면 대기업 계열사인 LG유플러스 또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반응을 의식한 탓인지 LG유플러스는 올 초 다단계 대리점에게 지원하는 수수료 14%를 7%로 낮췄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위가 연이어 다단계 판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의 영향으로 보조금 지원에 제한이 생기면서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방법으로 다단계를 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더불어민주당 전병헌 전 위원은 LG유플러스가 다단계 판매 방식을 통해 구형 휴대폰 두 기종을 총 11만대, 전체 판매량 중 61.8%를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휴대폰 판매량을 늘어나는데 일조함과 동시에 구형 휴대폰까지 처리함으로써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인한 이득을 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LG유플러스가 IFCI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지 주목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통신 다단계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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