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안팎 논란으로 기로에 서

티몬, 사원급 희망퇴직으로 논란

중소기업 갑질로 공정위 조사

소셜커머스→오픈마켓으로 사업 영역 변화

직배송 통해 대대적 투자 나서… 대형마트 온라인몰 긴장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클릭만 하면 물건을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 시대에 살게 됐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맞춰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몇 년간 크게 성장해 왔다.

그 빠른 성장 속도만큼 실적도 향상돼야 하지만 3사의 지난해 실적은 최악이었다. 최근에는 희망퇴직,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등 여러 잡음에도 시달렸다. 순풍하던 소셜커머스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내우외환으로 시끌시끌한 소셜커머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이하 티몬)는 최근 사원급 직원에게도 희망퇴직을 종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업계에 의하면 이번 희망퇴직에는 발령 3개월차 신입사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3일, 티몬은 직원 170여명에게 희망퇴직을 받는다며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 메일에는 “조직 혁신을 위해 여러 변화를 꾀할 계획인데,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과 티몬은 지난달엔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공정위는 대규모유통법 위반 혐의로 쿠팡과 티몬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를 상대로 실태 조사를 벌여 납품대금 지연 지급, 납품 계약서 미교부 등 불공정거래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젊은 조직’으로 불리며 기존의 대기업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됐던 소셜커머스에 대한 실망이 커졌다. 신입 사원에 대한 희망퇴직, 제조 업체들을 향한 갑질 등이 기존 대기업들의 횡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소셜커머스를 둘러싼 논란은 사업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소셜커머스의 초창기 사업 아이템이있던 지역딜, 즉 특정 지역의 맛집 및 가게 할인 쿠폰을 받아 영업하는 사업 부문이 서서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을 일으킨 이번 희망퇴직에 대해서도 티몬 측은 영업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지역의 맛집, 미용실 등과 할인 쿠폰 계약을 맺는 영업부서가 지역사업부인데 이젠 더 이상 신규 영업이 아닌 기존 업체와 영업 하는 경우가 많아져 인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소셜커머스들 또한 사업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쿠팡의 경우, 직배송 강화와 아이템 마켓이라는 신규 사업 영역을 개척 중이다. 쿠팡은 현재 전국에서 14곳의 물류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맨의 직배송 서비스 또한 산간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뤄진다. 쿠팡은 또 기존의 ‘오픈마켓’ 형태에서 ‘아이템마켓’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오픈마켓들은 똑같은 상품이라도 여러 명의 판매자가 올린 제품들이 전부 다 노출돼 소비자들이 구매 시 혼란스러워 했다. 쿠팡 측은 배송 정보, 가격, 소비자평에 따라 정렬해 소비자에게 노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쿠팡 관계자는 “그동안은 상위 페이지에 노출된 상품들의 구매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상위페이지에 노출되는 것은 광고비를 많이 지불한 판매자의 상품이었는데 광고비를 포기하는 대신 소비자에게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을 돕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규 사업 영역으로 인해 기존 지역딜의 사업 비중이 줄었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지역딜의 비중이 줄었다기 보단 다른 사업이 많아지면서 전체 사업 부문에서 지역딜이 차지하는 부문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것 또한 소셜커머스가 그동안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간 고리 역할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의 직거래를 통해 판매자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쪽을 택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 공정위가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가장 큰 라이벌은 소셜커머스?

내부의 잡음 외에도 소셜커머스들은 대형마트 온라인몰의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월, 롯데마트, 이마트 등은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기저귀와 분유를 최저가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셜커머스의 가격 인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대형마트의 온라인몰이 ‘소셜 커머스 사냥’에 나선 것은 소셜커머스의 영향력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마트들 역시 온라인몰에 치중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먼저 소셜커머스를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가는 이마트에 대해 올 하반기 소셜커머스의 등장으로 영업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KTB투자증권은 목표 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21만원으로 낮췄다. 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온라인에서 돋보이는 성장을 보이지만 현재 온라인몰의 전사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하고 아직 손익 분기점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을 긴장시키는 경쟁자로 떠올랐지만 소셜커머스의 지난해 상황은 좋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소셜커머스 3사는 천문학적인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1조1337억원, 영업손실 5470억원을 기록했다. 티몬은 지난해 매출 1959억원, 영업손실 1419억원이라 밝혔다. 위메프는 매출 2165억원, 영업손실 1424억원을 공시했다. 3사의 영업 손실 규모를 합치면 8313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4년보다 적자 폭이 무려 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는 소셜커머스들의 ‘외형 키우기’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쿠팡의 경우, 쿠팡맨의 직접 배송과 물류 센터 건설로 외형을 키우면서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소셜커머스 3사들은 입을 모아 ‘현재는 몸집을 키워 나가는 단계’라 설명하고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들은 이제 더이상 ‘소셜커머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일정한 사람이 모이면 할인 쿠폰을 받는 소셜커머스 판매 방식 대신 물건 판매가 자유로운 오픈마켓으로의 형태로 이미 진화를 끝마쳤다. 쿠팡은 ‘이커머스’라고 스스로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는 소셜커머스가 11번가, G마켓, 인터파크와 같은 오픈마켓들과 차이점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습을 바꾼 소셜커머스와 함께 기존 오픈마켓,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온라인 구매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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