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료 올린 쿠팡, 경쟁사 물리칠까?

쿠팡, 로켓배송 기준 금액 ‘두 배 올려’

소셜커머스 외형 키우기에 따른 실적 악화 영향?

대형마트 온라인몰도 무료 배송 기준 높이기

무조건적인 무료 배송, ‘치킨게임’ 유발할 수도

‘로켓 배송’으로 온라인몰 배송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쿠팡이 돌연 로켓 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결제 금액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미 기준이 낮아진 무료 배송 혜택으로 소셜커머스, 대형마트 온라인몰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객의 발길을 모으려 했지만 ‘제 발목이 잡힌 형국’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때를 틈타 자사의 무료 배송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기업도 있다. ‘무료 배송’을 둘러싼 온라인몰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실적 하락에 영향 받았나

소셜커머스 ‘쿠팡’이 지난주 별도의 공지 없이 무료 배송료를 올려 온라인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빠른 배송과 쿠팡 본사에 고용된 ‘쿠팡맨’의 친절한 서비스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배송 서비스다. 이러한 영향력 때문에 물류 업계에선 로켓배송의 위법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단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에 소형 배송 차량 직영 운영 시 사업자가 신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으면서 위법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위법성’ 꼬리표를 뗀 쿠팡은 자체 물류 센터 확보를 통해 배송 서비스를 늘려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도리어 쿠팡의 로켓배송 혜택이 줄어들게 됐다. 지난 11일부터 쿠팡은 별도의 공지 없이 로켓배송이 가능한 최소 주문액을 기존 9800원에서 10000원 인상한 1만9800원으로 올렸다. 주문액을 올림으로써 로켓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가 줄었음은 물론이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이번 로켓배송 금액 인상에서는 정기 배송 고객들은 제외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배송이란 특정한 날짜를 미리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주문을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또 “로켓배송 금액을 올린 대신,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기본으로 자사가 고용한 쿠팡맨의 ‘감성 배송’을 통해 배송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쿠팡의 최소 주문액 인상은 그동안 지적돼 온 소셜커머스 업계의 실적 적자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소셜커머스 3사는 천문학적인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1조1337억원, 영업손실 5470억원을 기록했다. 티몬은 지난해 매출 1959억원, 영업손실 1419억원이라 밝혔다. 위메프는 매출 2165억원, 영업손실 1424억원을 공시했다. 3사의 영업 손실 규모를 합치면 8313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이 무려 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실적 하락에 대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외형을 늘린 것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 말한다. 쿠팡 스스로도 쿠팡맨의 직접 배송과 물류 센터 건설로 외형을 키우면서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고 말한다. 쿠팡은 배송 부문에 대한 선제적 투자 비용이 적자의 89%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과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궁극적으론 ‘질적 향상’에 초점 맞춰질 듯

쿠팡의 이번 결정은 다른 온라인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몰 들은 무료 배송 기준을 올리면서 한 발 뺀 형국을 보이고 있다.

소셜커머스인 티몬의 무료배송 기준액은 2만원 이상이다. 기존 쿠팡의 9800원보다 두 배 높다. 대형마트 온라인몰들은 사정이 어떨까? 이마트몰은 지난 7월, 무료 배송의 기준을 3만원에서 4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같은 4만원이며 롯데마트는 3만원에 무료 배송을 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쿠팡발 배송 전쟁은 소셜커머스를 비롯한 온라인몰에 큰 긴장을 불러왔었다. 이마트몰과 롯데마트몰이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기저귀, 분유 등 특정 제품에 대한 최저가 판매를 홍보하며 ‘소셜 커머스의 최정가 정책’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는 소셜커머스가 일정한 구매자들이 모이면 맛집 등의 할인 쿠폰일 제공하는 소셜커머스 형태에서 벗어나 생필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변화하면서 급성장했고, 쿠팡이 ‘로켓배송’을 토대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틈새 시장을 노리는 업체도 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위메프의 무료 배송 기준을 밝혔다. 위메프는 위메프 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상품 중 85%가 구매금액 제한 없이 무조건 무료배송이라 설명했다. 또 위메프 플러스 카테고리 상품 중 14%는 9700원 이상 구입 시 무료배송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1%는 2만원 이상 구입 시 무료배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소셜커머스의 배송기준 중 가장 낮은 금액이며, 고객의 편의를 가장 배려한 배송 가격 정책”이라고 말했다. 위메프 직매입사업본부 하송 본부장은 “일부 소셜커머스의 무료배송 기준 인상에 따라 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위메프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며 “위메프는 국내 환경에 가장 적합한 물류와 배송 시스템을 통해 최저가, 무료배송, 내일도착 등 고객의 돈과 시간을 아껴드릴 수 있는 노력들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무료배송 기준을 높인 사이, 위메프가 다시 무료배송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배송의 질적 기준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 말한다. 자칫 무료 배송의 기준을 낮추는 경쟁에 몰두하다 실적 손해를 보는 ‘치킨 게임’ 양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몰 업계 관계자는 “배송의 경우 2만원에서 3만원 사이에 무료 배송을 해주는 게 적절하다고 업계에선 판단하고 있다. 만약 경쟁이 심해져 무료배송 혜택 기준점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기업 입장에선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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