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구축 다양한 경쟁… AI·빅데이터·클라우드 첨단 전문인력 키워야


똑똑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분야를 다룰 인력은 아예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된지 오래라고 한다. 벤처기업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여기에다가 10여 년 전 있었던 이공계 기피 현상의 결과가 겹쳐져 있다. 한창 활동할 10년차 전후의 똑똑한 개발자 연봉은 1억 원을 넘겨도 쉽게 구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현상은 아니다. 컴퓨터가 우리 사회, 경제, 문화 등에 스며들기 시작한 초기부터 늘 있어 왔던 문제이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정부에서도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정책 지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한 것도 30년이 넘었다. 정부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개발자 공급 문제가 난치병 상태이다. 우선 이런 현상이 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경쟁과 협동의 원리에 따라 개발자가 자율적으로 추진도록 하되, 정부는 이에 필요한 여건조성에 주력함을 원칙으로 하려는 것이다.” 1987년 제정된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의 제정 배경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특징을 ‘경쟁과 협동’이라는 짧은 말로 정했다. 또한 ‘개발자가 자율적으로 추진’이라는 자율을 내세웠다. 자율, 경쟁, 협동이라는 큰 틀을 내세웠다. 아주 명쾌한 언급이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게 전개되었다. 당시 이 법에 따라 소프트웨어진흥협의회가 만들어졌다. 소프트웨어개발비를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졌다. 개발자의 등급을 학력과 경력으로 한정하여 일률적으로 정하게 되었다. 채무보증사업, 자금지원사업, 공제사업 등 각종 진흥사업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자율, 경쟁, 협동이라는 틀보다는 법에 따른 규제, 경쟁 제한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다가 크고 작은 지원의 틀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경쟁보다는 보호의 틀 속에 가두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정부 지원 요구도 강했다. 이런 요구는 늘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1987년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 무려 35번이 넘는 법 개정이 있어 왔다. 거의 매년 끊임없이 법을 바꿔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은 어려움에 빠져 있다.

안타까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최근에도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전부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기관 등의 소프트웨어사업 추진 시 소프트웨어사업자와의 계약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하고 적정 사업기간 및 대가를 산정하도록 하는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제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함”을 내세우고 있다. 여전히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구사항 명확, 적정 사업기간 및 대가 산정’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자율, 경쟁, 협동이라는 큰 틀과도 어긋난다.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 인력의 양성 부분은 더 안타깝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전부개정을 통해 “체계적인 실기 교육을 통한 소프트웨어 전문 인재 육성을 위하여 소프트웨어 전문교육기관을 설치ㆍ운영하겠다”고 한다. 또한 “국가기관 등의 장은 민간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하여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협력하는 소프트웨어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정부 주도의 인력 양성과 사업이 더욱 강화된다는 의미이다. 정부의 이러한 시도에 대하여 환영하는 업계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한 결과이기도 한다. 어쩌면 시장 경쟁력이 그만큼 낮아져 스스로 극복하기 힘든 상황의 대안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처방은 늘 이런 식이었다. 어려움을 정부의 지원에 의존한다. 항상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지만 악순환의 반복이 일상화되고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개발자 공급 문제가 난치병 상태로 된 원인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만큼 개발자의 자율적 능력이 중요한 산업은 없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인력들과도 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은 늘 빠르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늘 엇박자다. 미래의 예측은 정확한데 정책은 항상 후행적이고 특정 틀 속에 고정되어 갇혀 있다. 일례로 정부에서는 대체적으로 특정 영역과 분야를 정해 대학에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 당장 시장에서 개발에 투입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단기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식의 정부에서 내놓는 맞춤형 인재라는 것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구조이다. 특히 유행에 맞추어 내놓는 인력양성은 지원하는 당해 연도가 지나고 2~3년이 지나면 그냥 잊혀 버리기 일쑤다. 해법은 단순하다. 정부는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기초교육에 힘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당장에 모두 내놓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산업에 필요한 인력의 양성은 산업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산업계의 요구에 대학 교육이 쫓아가도록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 기초 인력에 대한 투자가 외면되는 문제는 심각하다. 늘 언론에 회자되는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단기 인력 양성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들을 마치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칭한다. 기초가 부족한 인력을 전문가라는 틀을 덧씌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시장이 왜곡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기초적인 이론을 충실하게 학습한 인력을 먼저 양성해야 한다. 여기에 산업에서 필요한 응용 능력을 추가해야 한다. 기초가 먼저인데 집부터 짓고자 나서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것이 우리나라 정부나 산업의 현 주소이다.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플랫폼 만들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과 인력 양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바꿔야 할 또 다른 대상은 ‘적정 사업기간 및 대가’의 문제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사업을 보면 늘 기간이 주어지고 대가가 정해진다. 업계의 불만은 개발 기간이 짧고 대가가 작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기간 및 대가 또한 항상 업계가 정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사업의 특성상 기간이 필요하고 정해진 예산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적정 사업기간 및 대가’라는 틀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똑똑한 개발자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적정기간이라는 것이 길다. 더 짧은 기간에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창의력 등에 따라 다르게 된다. 수개월 걸리던 소프트웨어 개발도 1달이면 할 수 있다. 1달이면 될 소프트웨어 개발도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적정’이라는 굴레의 틀에 담게 되면 안된다. 시장의 결정에 맞추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적정’은 곧 획일적임을 의미한다. 아울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좋은 개발 환경을 활용하면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개발 비용도 줄여 나갈 수 있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시장의 자율과 경쟁 그리고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고정시키면 좋은 개발 환경도 만들어지지 않고 개발자의 노력 의지도 꺾게 된다. 노력해서 똑똑한 개발자가 되어도 그 대가를 받기가 어려운데 누가 이러한 환경이나 시장에 만족을 할 것인가를 본다면 명확하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은 상당 부분 정부의 소프트웨어 도입과 맞물려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 많은 실정이다. 소프트웨어는 개발이라는 단순한 과정에 초점을 두면 안 된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플랫폼이나 솔루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기업이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이 융합될 수 있다. 개발이라는 방식으로의 접근은 어려움이 큰 해결 방식이다. 다른 산업에 소프트웨어 산업을 접목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한마디로 경쟁력이 잃게 되는 것이다.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은 모든 산업의 기초 산업이 된지 오래다. 코로나19의 확진자 동선을 지도에 나타내거나 마스크 분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일이 다양한 산업 군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산업에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똑똑한 개발자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정부나 업계가 조성해 주어야 한다. 똑똑한 개발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데 투자를 해야 한다. 특정 영역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 내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무엇인지 계획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발표해야 한다. 여기에 누구나가 참여하여 필요한 부분을 개발하게 해야 한다. 필요한 플랫폼을 정하고 필요한 부분의 개발에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펼쳐 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기업에 속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심의 사고는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을 왜곡한다. 전 세계로 연결된 소프트웨어 환경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이다. 전 세계로 이어지는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자율과 경쟁 그리고 협업이라는 큰 틀이다. 이 셋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충족을 하지 못하는 정책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각자의 다양한 영역에서 자율과 경쟁 그리고 협업이라는 틀을 지켜 나간다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미래 경쟁력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 한호현 (테크칼럼니스트·공학박사)

- 한호현은 정보통신분야 공학박사로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등 다수의 기관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총괄본부장을 역임하였으며, 정보통신부, 현대정보기술 등 공공,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통신 관련 다양한 실무 경험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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