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대죄’ 등 흥행 2분기 실적 급반등…하반기 신작 기대감 확대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개인이든 기업이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쟁취하기 마련이다. 산업계에서 최근 이를 꼭 보여준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언택트 산업이 전례 드문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넷마블은 그간 부지런히 움직여 온 성과로 반등을 넘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지속적인 신작 출시와 더불어 인·물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공격적 행보의 결과물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체계적으로 미래경쟁력을 다져온 만큼, 언택트 활성화 여부를 떠나 향후 성장 가능성도 기대가 모아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일찍이 세계무대로 시야를 넓힌 넷마블의 성과가 어떻게 드러날지가 관심사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역전의 용사

올해 시작점에 선 당시 넷마블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1분기 실적(연결기준)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 넷마블의 매출은 5329억 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04억 원, 575억 원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으나 전 분기보다 4.0% 감소한 수치였고,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8%, 이전 분기 대비 60.1% 줄었다.

하지만 이제와 돌아보면 당시 실적은 일종의 ‘몸풀기’와 같았다. 해외매출 비중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었다. 올해 1분기 넷마블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71%(3777억 원)에 달했다. 북미, 일본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 ‘일곱 개의 대죄’,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 ‘쿠키잼’ 등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 3월 3일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170여개국에 출시한 ‘일곱 개의 대죄’는 서비스 하루 만에 47개국 앱스토어 인기 톱10에 진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미 애플 앱스토어 매출 3위(4월 기준), 프랑스 및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데에 주력했다.

이 같은 기세의 결과물은 올해 4~6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등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 2분기 매출 6857억 원, 영업이익 817억 원, 순이익 85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0.3%, 영업이익은 146.1% 성장한 것이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8.7%, 영업이익은 300.5% 늘었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 넷마블은 매출 1조2186억 원(전년 동기比 +21.4%), 영업이익 1021억 원(전년 동기比 +52.2%)을 기록하게 됐다. 2분기에 이르러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것인데, 역시 해외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역량이 빛을 발했다. 2분기 넷마블은 해외매출액을 전 분기보다 1337억 원 끌어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5%로 높였다.

야심작 일곱 개의 대죄 등의 흥행이 일시에 그치지 않은 덕분이었다. 여러 시장분서 기관의 분석자료 등을 종합하면, 2020년 2분기 넷마블이 제공하는 수십여 개의 게임 중 일곱 개의 대죄(약 21%),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13%), B&S 레볼루션(9%), 리니지2 레볼루션(8%) 등이 차지한 비중이 50%를 넘긴다.

이에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늘 강조하는 넷마블의 장점 중 하나가 끊김 없는 신작출시와 해외진출”이라며 “특히 주어진 IP로 만들어진 게임의 완성도는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 이후 출시되는 게임들의 무게감이 작지 않다”며 “그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부연했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
과감 투자 눈길…꽃길 걸을까

게임 회사가 재미있는 게임 만들어서 세계 곳곳에 판매하는 모습은 사실 자연스러워 보인다. 다만 넷마블의 경우 그밖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많다. 근래 행보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세계적 아티스트로 거듭난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가기로 한 점인데, 이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내놓은 묘수라는 점에서 남다른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게임 업계 최대 관심사는 ‘BTS 유니버스 스토리’의 흥행 여부다. 연내 출시 예정으로 알려진 넷마블 신작인데, 유저들이 주인공 BTS의 스토리를 직접 써가며 플레이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BTS 팬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당 게임 출시 배경에는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방시혁 빅히트(BTS소속사) 대표가 친척인 점이 작용했다고 알려졌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단 주인공 때문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 게임이 기존의 틀을 파괴한, 그러면서도 넷마블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고 입은 모은다. ‘해외 전역’에 두루 퍼진 BTS ‘여성’ 팬덤을 유인할 수 있으며, 유저가 게임 전개양상 전반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독창적인 시도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넷마블이 이 같은 도전에만 의미를 둔 것은 아니다. 빅히트 등 여타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 단행 중이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빅히트의 지분 25.1%를 보유한 2대 주주인데, 빅히트는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BTS를 중심에 둔 양사 간 협업은 어떤 식으로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미국 캐쥬얼 게임 회사 ‘잼시티’ 인수(2015년), 트랜스포머 등 글로벌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카밤’ 인수(2017년) 등 해외의 경쟁력 있는 업체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넷마블이다. 또 코웨이 25.51%, 카카오게임즈 5.64%, 카카오뱅크 3.94% 등의 지분을 사들이며 다채로운 신산업 활로를 열어둔 상태다.

적어도 당분간은 넷마블의 지속 상승세가 관측되는 배경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작 게임들의 흥행 가능성이 상승하는 가운데 하반기 다수의 대형 신작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지분 가치가 상승하고 중국 판호 발급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높은 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한편 넷마블은 내년에도 여러 신작들을 공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넷마블 관계자는 “‘제2의 나라’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기대를 모을만한 신작들이 내년에도 출시될 예정”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 여파가 있긴 해도, 일찍이 경험을 통한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무리 없이 계획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