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과 약 8조원 규모 5G 장비공급 계약…2030년 상용화 6G 연구개발 매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공급 계약은 국내 통신산업에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단연 최대 수혜자야 삼성과 버라이즌 등 기업이겠지만, 이동통신은 대부분의 나라가 차세대 산업의 핵심으로 꼽는 분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장의 기반을 탄탄히 갖추는 것은 국가 경쟁력 강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다가올 이동통신 업계의 최대 화두는 ‘6G’다. 이번 계약에 따른 5G 시장지배력 확대가 6G 선점효과를 가져다 줄 지가 남은 관심사다. 삼성전자도 관련 연구개발에 매진 중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통신비전에 남다른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버라이즌과의 계약 의미

올해 삼성전자가 5G 공급계약을 맺은 기업이 실은 버라이즌뿐은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5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US 셀룰러’(US Cellular), 이어 3월 뉴질랜드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스파크’(Spark)와도 공급계약을 체결했었다. 6월에는 캐나다 메이저 이동통신 사업자로 분류되는 ‘텔러스’(TELUS)하고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월에는 독일 아우디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엑시노스 오토 V9’을 공급, 그러면서 5G 기술을 적용한 차량용 통신장비(TCU) 공동 개발에도 나섰다. 이 TCU는 올해 초 독일 BMW의 신형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됐다. 그 만큼 삼성전자에 5G는 낯선 사업 분야가 아니다.

이런 성과물을 갖췄음에도 미국 버라이즌과의 계약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배경은 해당 거래가 지닌 커다란 상징성에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가 집중되는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버라이즌은 그런 미국에서 통신업계 1위, 세계 1위(매출 기준) 통신 사업자 위상을 갖고 있다. 글로벌 1위 통신기업이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통신사업 추가 수주 및 세계시장 지배력 강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초대형 통신사와 체결한 첫 번째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로써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 해외 모멘텀은 이제 시작”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바라봤더니, 고지에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 30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버라이즌에 5G 장비 및 네트워크 솔루션 등을 공급한다. 설치 및 유지보수도 도맡게 된다. 버라이즌향 장비가 아직 본격 양산되기 이전 단계임을 감안하면, 실직적인 공급은 올해 4분기쯤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삼성전자의 수익 규모는 5년 간 7조9000억 원, 연간 1조6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언뜻 삼성전자라는 단일 기업의 호재로 비치지만, 그간의 여정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의미가 남다르다. 통신 산업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부각된 때가 불과 4세대(4G) 이동통신(LTE·Long Term Evolution) 시기부터다. 통신업에서 비교적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한국 기업이 이번 계약으로 글로벌 생태계를 주도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이른바 벽돌폰(1G), 폴더폰(2G), 스마트폰(3G)이 상용화할 당시만 해도 통신업에서 좀처럼 거론되는 일이 없었다. 1G가 주로 사용되던 시기부터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지만, 기존 업체들의 기술로 이뤄진 통신표준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낸 게 원인이었다. 3G 때부터 자체기술의 표준을 마련했으나 ‘도전자’라는 인식이 여전했다.

그런 삼성전자가 본격 역량을 과시한 건 비교적 최근인 4G 상용화부터다. 그 시기 LTE-A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고, 이어 5G 상용화도 세계 최초로 이뤄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28GHz 등 초고주파(mmWave) 대역에서의 이동통신 활용 기술 연구에 업계 최초로 돌입했다”며 “관련 연구개발(R&D)을 지속한 성과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6G 초격차’ 나선 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2030년쯤이면 새로운 시대, 다양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기술로는 제한되는 게 많다. 예컨대 자율주행차의 경우 수십만 대의 차량이 한 데 주행하면서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소화해야 한다. 속도도 단연 빨라야 한다. 그걸 이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현재 6G 초격차를 준비 중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현재 산업계는 6G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단 통신업체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업계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개발 및 융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상징 격인 인공지능(AI) 활용에 있어서도 6G는 필수다.

6G 기술개발이 국가적 과제로 거론되는 게 이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6G가 상용할 것으로 예측되는 2030년보다 10년 앞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각에서는 사실 빨리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삼성전자가) 5G 국제 표준화 작업에 처음 나선 때도 상용화 약 10년 전인 2012년쯤”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5G에 이어 6G 초격차 전략을 세운 데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작년 1월 5G 사업에 대한 관심을 대외에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수원사업장에 있는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어 작년 9월에는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을 주문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담은 ‘6G 백서’를 대외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5월 신설한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6G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사람뿐 아니라 기계 역시 주요한 ‘사용자’가 될 것”이라며 “향후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관련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