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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기회" 최태원의 역발상 승부수…SK하이닉스, 인텔과 '빅딜'

단숨에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 도약…삼성전자 추격
'M&A 승부사' 최태원, 메모리업황 침체 속 과감한 결단
엔터프라이즈 SSD 경쟁력 강화 포석…후발주자 단점 극복
  • 2018년 10월 청주에 위치한 M15 준공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김언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도약을 위해 다시 한 번 초격차 주사위를 던졌다.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업황 침체 속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SK하이닉스가 인수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일 인텔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90억 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낸드 부문에서 매분기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 속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의 이번 투자는 지난 2018년 키옥시아(구 도시바) 지분 인수에 이은 최대 승부수로 평가받는다. 당시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 15%를 확보하기 위해 총 4조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취약한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로 노리는 것은 엔터프라이즈(기업용) SSD 영역에서 경쟁력 강화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팹 등을 인수한다. 인수 대상에 인텔의 옵테인 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에서 후발주자라는 상황으로 인해 엔터프라이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매출 중 엔터프라이즈 SSD 비중은 40% 정도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를 클라이언트용 제품이 차지했다.

  •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정문.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현재 업계 '빅3'인 삼성전자,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등은 모두 낸드 매출 가운데 엔터프라이즈 SSD 비중이 과반을 넘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6위인 인텔은 낸드 매출 중 70%가 엔터프라이즈 SSD 영역에서 나오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인텔의 지난 2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16억5900만달러(1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11억 달러 이상이 엔터프라이즈 SSD 영역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이 사업을 지속하는 옵테인 관련 매출은 낸드 영역에서 크지 않은 수준이다. 이번 인수로 엔터프라이즈 SSD 사업에서의 SK하이닉스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인텔과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23.2%다(매출 기준). 10% 후반대 점유율 기업인 키옥시아를 단숨에 뛰어넘고 업계 1위 삼성전자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두고 "엔터프라이즈 SSD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시장 안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플레이어가 많아 경쟁이 더 치열한 분야다. 업계 '빅2'가 전세계 출하량을 어느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돼 가격 변동의 폭이 낮아질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향후 10년간 총 120조원을 투자, 경기도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최 회장은 2015년 8월 이천 'M14' 팹 준공식에서 향후 2025년까지 총 46조원의 투자를 집행, 국내에 반도체 공장 3곳을 세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청주에 위치한 낸드 팹인 'M15'이 2018년 가동에 들어갔다. 이천의 팹인 'M16'에는 연말까지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이 조성된다.

이번 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사업 인수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최 회장의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인텔 메모리의 누적 실적은 매출 147억7000만달러, 영업손실 20억달러에 그쳤다. SK하이닉스의 경우 3분기 낸드 부문 영업적자가 3000억원이 넘어 전분기보다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딜을 두고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약점으로 거론돼오던 엔터프라이즈 SSD 분야에서 삼성의 뒤를 잇는 강자로 부상하게 될 기회를 잡게될 것이라는 점에서 해볼만한 베팅"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D램과 낸드라는 든든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함께 비상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어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SK하이닉스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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