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안면인식 AI 군중 모니터링 시스템. 상하이=연합뉴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일에는 언제나 원치 않은 일이 있게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능정보사회가 분명 인간에게 편리함과 윤택함을 제공해 준다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역기능과 부작용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듯이 AI(인공지능), BigData(빅데이터),클라우드(Cloud),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 DX)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에서도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인간에 대한 인류애와 윤리의식이 변화의 시대정신이 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 권리, 책임,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회복지 등의 전통적 개념은 기술이 발전해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다. 과거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진화,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혁명을 거처 현재 인공지능을 논하는 시기에서도 기술활용에 있어 윤리의식 확립은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지능정보사회의 새로운 시대정신은 네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행위의 환경 변화와 인간의 행위 능력 변화, 그리고 새로운 행위들의 출현, 환경과 행위의 변화로 말미암은 행위 주체인 인간의 변화이다. 행위환경의 변화는 우리가 카카오톡을 통해 뱅킹을 이용할 때 지문인식이나 개인식별 인증을 해야 하는 것처럼 정보가 특정 행위를 할 수 있는가 못하는가 여부에 대한 열쇠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종의 되먹임 작용(feedback)으로 행위의 환경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두 번째는 행위능력의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광대한 양의 데이터를 이제는 1분만에 분석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의 발달로 특정할 수 있겠다. 이는 인간 행위능력의 압축적 변화를 야기한다.

다음은 새로운 행위유형이다. 예전에는 비트코인이 저장되는 분산된 장부방식의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은 아무런 금전적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블록체인이 바로 비트코인과 동일하게 인식될 정도로 이에 대한 상품적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결국 기술인지 상품인지 서비스인지 정체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융합된 상황이 새로운 행위유형을 출연하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변화이다. 정보행위의 주체인 인간이 변화하는 것은 어쩌면 정보화라는 환경의 변화와 인간의 행위능력 변화, 그리고 새로운 행위들의 출현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레인골드(Howard Rheingold)는 주장하기를, 첫째로 개인적 인간 존재로서 우리가 갖고 있는 지각, 생각, 인성은 우리가 매체를 사용하는 방식과 그 매체가 우리를 사용하는 방식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둘째로 컴퓨터로 매개된 통신은 우리의 인간관계와 우정, 공동체 의식들이 생겨나는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변화시킨다고 하였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에서 더욱 극명해 진다. 비대면의 일상화 자동화에 대한 익숙함과 모든 인간 관계를 중계하는 모바일화는 바로 우리 인간의 삶 자체를 변화 시켰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능정보사회는 기존사회 질서와 규범으로 제어할 수 없는 다양한 양태의 새로운 가치충돌들이 나타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을 중심에 두고 그 윤리를 먼저 생각하는 시대정신을 가져야 한다.

특히 절대 다수의 사회문제가 모바일을 기반으로 매개되어 나타나는 작금의 상황은 자칫 기존의 건전한 가치관, 규범 그리고 윤리의식의 결여를 심각하게 촉발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건전한 가치관 혼란과 규범의 실종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지체하고 사회공동체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급기야는 지구촌의 인간적 삶의 질 자체를 저하시키는 문제로 남을 수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19를 슬기롭게 대응하고 극복하는 와중에 우리는 예상치 못한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지능정보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며 인류는 변모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인간중심의 가치와 규범은 역설적이게도 더욱 중요한 위치를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포스트코로나 이후에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면서 직면할 다양한 문제들은 기술적인 사고방식이나 경제적 논리로 풀지 못한다. 바로 사회구조와 문화체계, 그리고 개인의 퍼스널리티 체계를 탐구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이 바로 사회문제의 해결주체이면서 문화주역이어야 한다.

그리고 윤리의식이 바로 기술적 역기능을 이겨내는 모든 장애해결의 열쇠가 되어야 한다. 기술과 물질적인 가치에 집착한 나머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정신적 가치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야기되지 않도록 인간 본연의 가치인 도덕성과 윤리 즉,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불어넣었던 양심을 회복하는 일이 바로 새로운 지능정보사회와 코로나19시대에 불가결한 시대정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윤리 의식이 없는 기술은 결국 사회에 해악이 될 뿐이다. 전세계인이 인터넷처럼 이용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그 자체로 윤리규범을 가지고 지속적인 자정노력을 펼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나친 기술맹신과 경제적 낙관주의, 합리성과 효율성의 집착은 인간가치를 평가 절하할 수 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모든 사회적 결정과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데이터 기반 뉴딜도 좋고 코로나19의 방역역량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적 진보도 환영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융합적 접목이 가져다줄 인류적 발전도 기대가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인류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시대정신과 사고를 갖고 이를 옮기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세제민(經世濟民)’ 이라는 말이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모든 기술적 발전과 지능정보 시대의 과실은 결국 인본에서 시작하여 윤리로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 손연기 우송대 교수 프로필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후 미국 유타주립대 사회학과 학사, 텍사스A&M 대학교에서 석·박사(사회학) 학위취득,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소장으로 근무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을 연임했으며, ICT폴리텍대학 학장,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원장도 역임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우송대학교 IT융합대학 교수와 한국정보통신보안윤리학회 회장 및 한국미디어네트워크의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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