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단체들 “소비자에게 과도한 책임 전가” 비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점차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사업과 관련한 법안이 진통을 겪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사업에 대한 상품 판매책임과 소비자보호 의무를 강화한 법안을 제출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업계와 관련 부처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관계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스타트업 단체들과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 25조원대였던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2015년 54조원에 이어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크게 늘면서 161조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시장과 매출이 늘어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도 커지자 공정위는 관련 법안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정위 vs 방통위 소속 의원들 주도권 힘겨루기 양상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입점업체 대상 갑질을 막자는 취지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발의했다. 플랫폼 업체가 입점업체와 계약할 때 ‘필수기재사항’을 명시하도록 하고, 입점업체 대상으로 △재화·용역 구입 강제 △손해전가 △부당한 거래조건 설정·변경 등을 금지한 것이 법안의 골자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관련 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 불공정거래 사례를 들며 해당 법안의 입법을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수수료 과다, 경영간섭, 불공정 거래기준 설정·변경 등 플랫폼 입점시 소상공인들이 실제로 입고 있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라인 플랫폼법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판매수수료와 광고비 등 주요 거래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사업자 간 책임을 명확히 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온라인 상의 갑을관계는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갑을관계 법으로 충분히 규율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기존의 대규모 유통업법 적용도 쉽지 않고 거래 관계의 가장 기초가 되는 계약서 작성의무 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입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로 발의된 온라인플랫폼법은 현재 부처간 ‘밥그릇 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 법안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 의원 안을 입법지원하고 있다. 이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검색 알고리즘 조작, 수수료 강요 행위,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법과 겹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통위를 담당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전 의원 안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반면 공정위를 관할하는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공정위 안을 지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의 주도권을 공정위와 방통위 중 누가 갖게 될 것인지 주도권 다툼으로 확대된 형국인 것이다.

‘당근마켓’ 등 스타트업 업체들 반발

공정위가 지난 5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힌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역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플랫폼 사업에 대한 상품 판매책임과 소비자보호 의무가 강화된다. 상품 검색 시 비용 등을 지불한 노출광고에는 반드시 ‘광고’ 등으로 대가성 노출임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또 지금까지 ‘통신판매’로 명시됐던 용어를 ‘전자상거래’로 변경하고 소비자 피해차단과 구제를 위한 ▲임시중지명령제도 ▲동의의결제도 ▲분쟁조정위원회 등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점차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거래 비중 증가에 따라 이번 법 개정에 착수했다. 시행시기는 법 공포 1년 후로 올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는 이런 조치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스타트업 단체들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개정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에는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개인 간 거래(C2C)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판매자의 전화번호와 이름 등 신원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업자들은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감 속에 ‘새로운 플랫폼 생태계의 발전을 막는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정위는 “C2C플랫폼의 신원정보 확인·제공의무는 현행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사항”이라며 “C2C플랫폼에 분쟁해결 협조의무를 부과해 소비자 피해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에 입법취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판매자 연락 두절 등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판매자 신원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신원정보를 일반적으로 공개하게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조만간 중고마켓, 오픈마켓 및 관련협회 등을 대상으로 개정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추가로 의견 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