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시장 둘러싼 양 사의 신경전
글로벌 K팝 팬들 해시태그 캠페인 등 반발에 빠른 합의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M컴퍼니(구 카카오M)가 보유한 음원의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데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던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 사진=스포츠한국DB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구 카카오M)간 ‘음원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한때 중단됐던 K팝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스포티파이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지난 1일부터 삭제됐던 아이유·임영웅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스포티파이에 제공하는 가수들의 음원이 12일부터 순차적으로 재공개됐다. 해시태그 캠페인까지 벌이며 음원 재송출을 요구한 글로벌 K팝 팬들의 움직임에 카카오엔터가 한 발 물러나 재송출을 결정한 모양새다.

카카오엔터는 “스포티파이와 글로벌 라이센싱 재계약 협의를 마쳤다”며 “카카오엔터 콘텐츠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스포티파이에 제공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어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들은 물론 이번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전 세계 음악팬들이 우리의 아티스트를 만나고, K팝을 즐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포티파이 또한 “카카오엔터 아티스트의 음악을 전 세계의 팬 그리고 170개 국가 3억4500만명 이상의 스포티파이 청취자에게 다시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며 “아티스트, 레이블 및 권리자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음원 스트리밍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음원 중단 열흘 만에 극적인 합의를 통해 재송출을 결정한 두 회사간 힘겨루기가 일단 마무리된 것이다. 글로벌 K팝 팬들을 긴장시켰던 두 회사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에서 K팝 음원이 삭제됐던 이유

“기업들이 예술보다 욕심을 우선할 때, 고통받는 것은 왜 아티스트와 팬인가” 지난 1일 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가 스포티파이에서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음원의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데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했던 메시지다. 타블로는 “카카오M과 스포티파이의 의견 차이 때문에 새 앨범 ‘에픽하이 이즈 히어’를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듣지 못하게 됐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전세계 스포티파이에서는 아이유, 지코, 에픽하이, 임영웅, 여자아이들 등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가수 음원이 모두 삭제됐다. 표면상의 이유는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라이센스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는 것이었다.

약 3억4500만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지난 1일자로 한국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유통하는 음원들이 일제히 빠졌다고 알렸다. 국내 1위 음원사업자 멜론은 카카오엔터와 같은 카카오 계열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가 멜론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포티파이를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계약 만료로 카카오엔터가 유통하는 모든 한국 가수들의 음원은 물론 한국 드라마 OST도 음원 서비스가 중단된 열흘간 스포티파이에서 들을 수 없게 됐다. 앞서 언급한 에픽하이나 가수 제시, 현아 등은 해외 유통사를 변경해 뒤늦게 음원 공급을 재개했지만, 대부분의 가수들은 음원 공급을 하지 못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스포티파이는 전세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중 점유율 3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이용도가 높다. 해외 K팝 팬들의 대부분이 스포티파이를 이용 중이라는 얘기다. 스포티파이는 2016년부터 카카오M과 한국 외 지역 음원 유통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K팝 음원을 서비스해 왔다. 때문에 K팝을 소비하는 해외 유통창구로는 스포티파이가 단연 1위다.

스포티파이 K팝 시장 진출에 카카오엔터 견제가 발단?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음원 유통 일시 중단 사태가 스포티파이와 카카오엔터 간 K팝 시장을 두고 촉발된 신경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몇 년 사이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아이유 등 K팝 가수들의 음원이 큰 인기를 얻자 한국시장 진출을 모색한 후 지난달 정식 론칭에 이르렀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2일 한국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카카오엔터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유통하지 않기로 하자 스포티파이도 카카오엔터가 유통하는 음원에 대한 국내외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 또한 지난해 가온차트 기준 400위권 음원중 약 37.5%가량을 유통할 정도로 K팝 시장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두 회사는 “구체적인 계약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음원 서비스 계약 관련해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글로벌 K팝 팬들 해시태그 캠페인 벌이며 반발

그러나 어찌됐든 두 회사의 힘겨루기에 아티스트들과 K팝 팬들의 원성은 자자했다. 글로벌 K팝 팬들은 SNS상에서 ‘전세계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에서 K팝을 돌려달라’ ‘어느 날 갑자기 내 노래가 사라졌다’ 등의 의견을 개진하며 음원 이용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했다. 또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이 음원 유통을 둘러싼 현안을 처리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글을 공유하며 ‘#SpotifyKakaoM’ 해시태그 캠페인도 벌였다.

결국 지난 11일 두 회사는 한국을 포함 한 전 세계 스포티파이 서비스에서 카카오엔터의 음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재계약 내용을 발표했다. 기업과 사회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 적극적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 소비자들의 ‘SNS 공세’에 양측의 빠른 합의를 이끌어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도 애초보다 나은 조건으로 계약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으로 이 ‘음원대전’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합의는 이뤘지만 과정에서 글로벌 K팝 팬들의 비판여론을 불러온 것은 카카오엔터의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스포티파이 또한 애초에 목표한 K팝 음원 확보를 이뤄냈지만 국내시장에서 비싼 서비스 이용료는 넘어야 할 산이다. 스포티파이의 월 이용료는 8000~9000원대인 국내 타 음원 서비스보다 비싼 1만900원대라 무료 프로모션이 끝나는 6월30일 이후의 서비스 안착이 관건이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