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우주산업 선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 열렸다

국내 기술진이 500㎏급 위성 '표준플랫폼'으로 독자 개발한 '차세대중형위성 1호'가 22일 오후 3시 7분(현지시간 오전 11시 7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사진은 발사 전 이송 준비 중인 '차세대중형위성 1호'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확실하게 도약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국내 최초 독자개발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종합연소시험을 참관한 뒤 한 발언이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국내기술로 개발한 ‘차세대중형위성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어 지난 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힌 1단부 로켓최종 연소시험도 성공하면서 우주 개발을 향한 정부와 민간의 발걸음이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의 우주 개발 기술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는 1996년부터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누리호와 차세대 중형위성도 이 계획에서 나온 프로젝트다.

정부는 지난 2월초 올해 국산 발사체(로켓) 누리호와 차세대 중형위성 1호를 발사하는 등 6150억원 규모의 우주개발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계획에 따르면 오는 10월 누리호를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한다. 발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은 1단 엔진의 연소시험이 필수적인데 이번에 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누리호’ 연소시험 통과, 차세대중형위성 1호 발사 성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누리호 1단의 최종 성능 확인을 위한 종합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누리호 1·2·3단 추진기관 개발이 완료된 것이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600~800㎞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로 1~3단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국산 우주발사체다. 누리호 시험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자체 위성 개발 기술은 물론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독자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나라가 된다.

과기부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중형위성 1호도 지난 22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소유즈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사업은 500㎏급 중형위성 5기를 국내에서 독자 개발하는 사업이다. 항우연은 차세대중형위성 1호의 본체 시스템 등 상태가 양호하며 예상한 궤도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차세대중형위성 1호는 항우연 주관으로 국내기술로 독자 개발한 정밀지상관측용 저궤도 실용급 위성이다. 국토부는 항우연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밀지상관측영상을 지상 관측과 도시 계획, 자원 관리, 재난 대응 등 공공·민간 서비스 분야에 활용할 예정이다. 후속 모델인 2호부터 5호까지는 민간 사업체의 참여를 점차 확대해 개발이 이뤄진다. 2022년 발사할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호와 7호도 개발 중이다.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도 2022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기초 연구 활용을 위해 나노 위성 4기가 천문연구원 주도로 올 하반기 발사될 계획이다.

제 2의 ‘스페이스X’ 꿈꾸는 민간기업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와 같은 글로벌 우주기업을 꿈꾸는 국내 민간업계도 우주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이 혁신적인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흐름을 뜻하는 이른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화그룹의 항공·방산 부문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누리호의 액체로켓 엔진 전체 조립을 맡았다. 최근 우주산업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90억원을 투자해 국내 인공위성 전문 기업 쎄트렉아이의 지분을 인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지구를 관측할 수 있는 초소형 정찰 위성(SAR)과 우주 인터넷을 실현할 위성 통신 안테나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위성 통신 안테나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영국의 위성 통신 안테나 전문 기업 페이저 솔루션을 인수하고 미국의 안테나 기업 카이메타에는 약 33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항우연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중형위성 2호를 내년 1월 발사할 계획이다. KAI는 차세대중형위성 2호의 시스템 설계와 본체의 개발·제작·조립·시험·발사 등 모든 과정을 총괄해 국내 우주산업 최초의 민간 주도 위성을 내놓을 전망이다. 오는 2025년까지 차세대 중형 위성 3~5호 개발도 마칠 예정이다.

KAI는 500㎏ 이상 중·대형 위성 시스템과 본체 개발·제작 기술을 보유 중이다. 1994년부터 다목적 실용 위성 ‘아리랑’ 1~7호 등 각종 위성 사업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최근의 트렌드인 소형·초소형 위성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위성 발사의 추세가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한 대형 위성에서 소형을 여러 개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100kg 이하의 초소형 위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에 KAI는 지난해 8월 위성 6기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 준공을 마쳤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