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홈페이지.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글로벌 엔터 공룡 기업 탄생?”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음원서비스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는 멜론컴퍼니가 합병을 발표하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엔터 시장을 정조준하는 포석이 깔려 있는 카카오의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카카오엔터와 멜론은 지난 15일 각 이사회에서 양사 합병을 결의했다. 이달 30일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승인을 거친 뒤, 9월 1일을 기일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로써 지난 1일 카카오로부터 분사한 멜론컴퍼니는 카카오엔터에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9월 합류하며, 멜론컴퍼니는 이제욱 대표가 새롭게 맡아 이끌 예정이다. 멜론과 합병 후에도 카카오엔터는 김성수, 이진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카카오엔터와 멜론의 합병비율은 각 1:7.8367918로, 멜론컴퍼니의 보통주 1주당 카카오엔터의 보통주 7.836791주가 배정된다.

카카오엔터, 출범 4개월만에 대규모 합병

이는 지난 3월 웹툰·웹소설을 운영중인 카카오페이지와 연예기획사와 콘텐츠 제작사를 보유한 카카오M이 합병해 카카오엔터가 출범한 데 이어 이번에는 멜론과의 대규모 합병을 단행한 것이라 엔터 시장에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스타 매니지먼트와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까지 엔터업계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종합 기업 탄생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엔터와 멜론의 합병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결정됐다. 카카오엔터는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1위 디지털 음원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멜론과의 결합을 통해 연매출 2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실제로 두 회사의 결합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현재 카카오엔터와 멜론의 합산 기업가치는 약 9조원대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합병과 함께 하반기 동남아, 미국 등지의 플랫폼 거래금액 증가와 콘텐츠 협력에 따라 두 배가 넘는 20조원에 가깝게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두 회사의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함께 오히려 커지고 있는 비대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키를 쥐고 있다는 면에서 더욱 그렇다.

멜론 합류로 기획, 제작, 유통 등 엔터 산업 전 단계 구축

우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웹소설 중심의 오리지널 스토리 IP부터 음악·드라마·영화·공연 등 콘텐츠 전 분야에 이르는 기획·제작 역량을 갖췄다. 총 8500개의 오리지널 IP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카카오TV 오리지널 제작 스튜디오를 비롯해 6개의 영화·드라마 제작사, 배우 매니지먼트 6개사, 음악 레이블 4개사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또 최근 미국 웹툰·웹소설 콘텐츠 플랫폼인 타파스와 래디쉬 인수로 북미 지역과 함께 하반기에는 아시아, 유럽 지역 등으로 글로벌 거점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멜론은 전체 회원 수 3300만명에 유료 회원만 5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케이팝(K팝) 열풍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을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합병은 엔터산업 전 분야 비즈니스를 해 온 카카오엔터에 최강의 음원 유통 플랫폼인 멜론이 합류해 ‘밸류체인 빅뱅’의 퍼즐이 완성되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쳐 기획, 제작부터 유통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핵심은 앞으로 얼마나 파급력 있는 ‘글로벌 킬러 콘텐츠’가 나오느냐에 달렸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엔터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꾸준한 매출을 내는 효자 상품이 있다기보다는 한두 개의 기발하고 출중한 히트작이 업계를 판가름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 시스템 하에서 창작자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감성을 잘 담아내는 것이 앞으로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의 전망은 일단은 긍정적이다. 교보증권 박지원 애널리스트는 “멜론 합병은 엔터 기업 가치 상승 서막의 시작”이라며 “동남아·미국 플랫폼 거래액 성장 및 콘텐츠 밸류체인 협력 가시화 등에 따라 기업 가치의 상향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했다.

구체적으로 △511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멜론의 높은 K팝 IP 활용도 △카카오TV 등 다른 카카오 구독 서비스와의 시너지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IP 비즈니스가 향후 두나무(비트코인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의 NFT(대체불가토큰) 중개 사업과도 협력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긍정적인 전망의 이유로 꼽았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