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8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크래프톤 상장 축하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국내 게임업계의 ‘3강’ 시대가 저물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는 전환기를 맞이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임업계 ‘빅3’(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가 최근 일제히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신흥 강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은 국내 시장점유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난 몇 년간 게임산업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들 빅3는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모두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거뒀다. 신작 부재 혹은 부진, 게임업계 전체적인 연봉 인상이 이들 3사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 공통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한 중견 게임사들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며 이들 빅3를 위협하고 있다.

게임 빅3, 신작 부진 및 연봉 인상으로 실적 치명타

게임사 해외 상장의 성공 역사를 썼던 넥슨은 올 상반기에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었다. 2011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넥슨은 지난해 매출 2930억엔(약 3조1306억원), 영업이익 1115억엔(약 1조190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8% 증가했으며 매출이 3조 원을 넘어선 것은 게임업계 전체를 통틀어 최초였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 게임 업체 최초로 기업가치 3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올해 2분기 매출은 5733억원, 영업이익 15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13%, 42% 감소한 수치다. 시가총액도 20조원에 못 미치고 있다. 신작 부재와 무작위 뽑기 방식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이용자들의 반감을 산 것도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넥슨 일본법인이 지난 4월 1130억원에 사들인 비트코인의 가격 급락도 매출 감소의 한 원인이다.

엔씨는 2분기 연속 실적 부진을 보였다. 2분기 매출 5385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46% 감소했다. 대표적인 부진 요인은 간판 게임인 리니지M의 지속적인 매출 하락이다.

리니지M의 매출은 134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 감소했다. 지난 4월 출시한 트릭스터M과 지난달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2’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점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엔씨 주가는 지난 2월 100만원을 돌파했지만 지난 1일 현재 65만원대로 고점 대비 35% 이상 하락했다.

넷마블은 3사 중 가장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772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 80.2% 감소한 실적이다. 당기순이익도 482억원으로 전년보다 43.4% 줄어들었다. 넷마블은 최근 신작 ‘제2의 나라’ 흥행에 성공했지만 매출이 실적에 반영되지 않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게임 빅3 업체는 이처럼 신작 부재 및 기존 게임들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또 하반기 대규모 신작을 앞두고 마케팅비가 급증한 것도 부진을 겪은 요인 중 하나다. 더군다나 올해 3월을 전후로 일제히 개발자의 연봉을 인상한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 넥슨이 일괄적으로 개발자의 연봉을 800만원 인상한 이후 넷마블 800만원, 엔씨 1300만원 등 대규모 연봉 인상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카카오게임즈 ‘오딘’,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급성장

이들이 주춤한 틈을 타고 날아 오른 업체들도 눈에 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출시한 신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오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출시되자마자 구글플레이 마켓 매출 1위에 등극한 ‘오딘’ 은 오랜 강자인 엔씨의 ‘리니지M’을 꺾었다.

오딘은 출시 19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3분기부터 오딘의 매출이 반영돼 하반기 실적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딘 마케팅 비용으로 2분기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지만 하반기 실적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다.

카카오게임즈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5% 늘어난 1295억원, 영업이익은 49.5% 줄어든 81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월드 플리퍼’ ‘우마무스메’ ‘가디스오더’ 등 신작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검은 사막 모바일’ 중국 수출로 주가가 급등한 게임업체 펄어비스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펄어비스는 중국 텐센트와 함께 ‘검은사막 모바일’을 중국 시장에 선보이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6조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중국 텐센트는 지난달 27일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출시를 공식화하면서 중국 내 정식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게임 규제책이 난관으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모바일과 확률형 아이템으로 큰 매출을 일으켜왔던 빅3들이 고전하면서 게임업계는 중견게임사들의 급성장이 예고되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하반기 대규모 신작 출시와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 등으로 반등을 노리는 빅3들의 행보도 주목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