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도 가이드라인 제시한 한국 뒤따를 듯

구글 등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 통행세 부과 움직임에 대해 국회가 이를 금지하는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을 통과시키자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이를 긴급타전으로 전달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내부 결제시스템만 사용해 사용료를 지불하는 앱스토어 인앱결제 의무화 법안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도 연쇄적인 도미노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외신 및 해외 앱개발사 “역사적” “기념비적” 찬사 행보

국회가 지난 1일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자 주요 외신들이 이를 긴급타전 하는 등 들썩거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애플과 구글의 주요 수익원인 앱스토어 사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선례가 됐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구글과 애플의 지배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세계 첫 법률”이라면서 양사의 수익구조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CNN은 “구글이 태평양 일대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골치가 아플 것”이라며 호주와 미 의회에서 준비 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마샤 블랙번 미 상원의원(공화당)은 “빅테크의 앱 마켓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미국도 나서야 할 때”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AFP, 독일의 DPA,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등 주요국 통신사들도 한국 국회가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긴급 타전했다. AFP 통신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법안 통과가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앞세운 횡포에 대해 철퇴를 내릴 수 있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미국의 CNBC 방송도 구글의 독점적 앰스토어 운영에 대한 미국의 게임업체인 에픽게임즈의 반독점 소송 내용을 보도하면서 유럽연합(EU)의 관련 법안 추진 사실도 소개했다. EU의 경우 지난해 12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지위 남용을 방지하는 소위 ‘디지털 방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특히 블룸버그는 지난 2일 미국 법무부가 디지털 광고 사업에서 구글의 지배력 남용 혐의로 2번째 반독점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블룸버그는 법무부의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반독점법 시행에 앞장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지명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검색 앱을 독점적으로 먼저 탑재하고 스마트폰 제조사와 수익을 나누는 계약으로 타사의 앱 경쟁을 원천적으로 막았다는 이유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구글이 온라인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디지털 광고시장을 독점하는 폐해로 소비자와 광고주의 손해를 끼쳤다면서 소송을 이어갔다.

에픽게임즈 CEO “오늘부터 난 한국인” 선언

구글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미국 등의 앱 개발사들은 일제히 두 손을 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포트나이트’ 게임사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팀 스위니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전 세계 개발자들은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케네디 전 대통령이 서독 시절 서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2천년 전 ‘나는 로마시민이다’라는 말이 가장 큰 자랑거리였고, 오늘날 자유세계에서는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라는 말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한 것을 차용한 것이다.

스위니 CEO는 WSJ 보도를 인용하면서 “이는 45년 퍼스널 컴퓨팅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며, 그 역사의 시작은 쿠퍼티노(애플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를 지칭)였지만, 현재 최전선은 ‘서울’”이라고 찬사를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이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하고 오픈 플랫폼을 권리로서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소개팅 앱 '틴더'의 개발사 매치그룹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 국회의원들이 대담한 리더십을 통해 공정한 앱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역사적인 조치’를 내렸다"라며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투자회사인 웨드부시 시큐리티의 대니얼 아이브스 역시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애플을 규제하는 것이 말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 세계 인앱결제 규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메건 디무지오 미국 앱공정성연대(CAF) 사무총장은 “한국이 역사를 만들어 다른 나라에 모법을 보였다”고 찬사를 표했다.

청와대 “역사적 첫 입법 결실 맺어” 긍정 평가

청와대도 구글 갑질 방지법이 세계 최초로 국회를 통과하자 지난 1일 “역사적인 첫 입법이 결실을 맺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은 전 세계 최초로 글로벌 독점적 빅테크 기업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은 일단 즉각적인 반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구글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한 뒤 수주일 후에 관련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현재 수수료 체계에 대해서는 합당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기도 했다. 구글은 "구글플레이는 단순한 결제 처리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며 "구글플레이 서비스 수수료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계속 무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개발자가 여러 툴과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전 세계 수십억명의 소비자에게 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애플은 “사람들을 사기 위험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며 “구매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구입요청이나 부모 통제와 같은 고객 보호장치의 효과마저 떨어뜨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애플의 부모 통제 기능을 사용해도 자녀들이 다른 앱 장터를 사용하면 막기가 어려워 사용자들의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개발업체 48만2000곳의 사업 기회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한편, 이 개정안은 이달 중(국회 통과 후 15일 이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세계 최초로 구글의 갑질 방지책을 담은 이 법안이 향후 글로벌 IT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