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왜 공정위를 향해 직무유기로 검찰 고발하겠다고 압박할까

1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넷플릭스 망사용료와 관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통신 3사의 불공정거래를 연내 처리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로 검찰 고발하겠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성명 중)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망 사용료 논란은 국내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와 콘텐츠 제작 사업자(CP) 간 오래된 갈등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전을 계기로 불거진 이 논란은 시민단체가 공정위를 상대로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압박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 11일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공정위가 2년 6개월이 넘도록 통신 3사의 불공정거래행위 사건 심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라며 “연내 처리하지 않고 특별한 이유 없이 미루기만 한다면 직무유기로 검찰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 “공정위가 국내외 CP간 망 접속료 차별문제 방치”

앞서 지난 2019년 4월 경실련은 통신 3사가 국내·외 CP에게 망 접속료를 차별적으로 취급해왔다며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통신 3사가 국내에서 높은 트래픽 점유율을 차지하는 구글·메타(옛 페이스북)·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망 사용료를 징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에게만 차별적으로 망 사용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최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주목을 받았다.

경실련에 따르면 공정위는 신고 후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해당 사건을 심의위원회에 회부한 뒤 제대로 된 심의조차 진행치 않았다. 심의규칙에 따라 통상 ‘6개월 이내’ 사건 심사와 함께 시정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예외규정을 남용해 조사연장 조치만 무기한 반복해왔다는 설명이다.

경실련은 “(공정위가) 사건 당사자인 통신3사의 편익만 봐주면서 국내·외 CP간 망 접속료 차별문제를 방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지난 6월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법원으로부터 글로벌 CP에 제공하는 인터넷접속 역무는 예외 없이 유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이유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지만 지난 6월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불복한 넷플릭스는 항소했고, SK브로드밴드는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넷플릭스 “OCA로 트래픽 줄여” vs 통신 3사 “효과 미미” 공방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오징어게임’ 같은 글로벌 메가 히트 작품이 나오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오징어게임’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이익만 챙기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도 ISP들에게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코리아도 망 사용료의 납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는 최근 다른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간접적인 방식으로나마 망 사용료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도 대조된다.

현재 구글과 넷플릭스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국내외 CP들은 모두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 또한 국제구간과 국내구간 모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업체를 통해 국내 ISP들에 간접적으로 망 사용료를 낸다. 국내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통신 3사에 내는 망 사용료는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넷플릭스 측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CP의 의무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일 뿐 전송은 ISP의 몫”이라며 “망 사용료는 트래픽을 차별 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에 있다. OCA는 넷플릭스가 2011년 자체 구축한 캐시서버, 즉 콘텐츠 저장고다.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트래픽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트래픽을 일으키는 기업으로 지목돼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넷플릭스는 국내 트래픽의 4.8%를 차지했다. 이는 구글 다음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치로 단일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규모다.

이에 넷플릭스는 OCA를 만들어 ISP들에게 제공, 지금까지 142개국에 OCA를 설치했다. 넷플릭스는 OCA를 통해 ISP들의 망 부담을 줄였으니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내 ISP들은 다른 입장이다. 넷플릭스의 주장대로 OCA를 설치해도 기술적으로 ISP들의 망 부담을 전혀 줄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첨예한 대립 속에 정치권에서는 대형 CP의 망 사용료 납부를 의무화하는 법안(일명 넷플릭스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 콘텐츠 사업자의 망사용료 납부의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 7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향후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는 이들 개정안들이 함께 심사될 것으로 보인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