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교통혼잡 해결과 진정한 공동체 구성 위해 소형 개인용 항공기 개발누구나 쉽게 이용토록 설계… 2030년경 40만대 예상

원활한 교통망은 국가 발전의 근간 인프라다. 이 점에서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의 고민은 이만저만 아니다. 미국 국토의 절반도 되지 않는 421만㎢의 면적에 미국보다 2억명이나 많은 5억여명이 거주하면서 교통혼잡이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EU의 교통혼잡비용은 2007년 기준 5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다. 이에 EU는 유럽을 진정한 공동체로 묶을 방안으로서 소형 개인용 항공기 'PAV(Personal Air Vehicle)'에 주목하고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단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첨병의 자리에 바로 11개국 13개 항공우주 관련 기관들이 참여한 '퍼스널플레인 프로젝트(PPlane project)'가 있다. 양철승

▲ 순수 항공기형 PAV 지향

"도로주행 기능을 배제하고 오직 비행능력만을 갖춘 항공기 기반의 PAV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국립항공우주연구소(ONE -RA) 클라우드 르 탈렉 박사는 유럽의 PAV 개발 방향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유럽집행위원회(EC)가 EU 차원의 PAV 개발 마스터플랜 수립을 목표로 2009년 10월 330만 유로를 투자해 출범시킨 PPlane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인 그는 22개월간의 연구를 거쳐 이달 초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르 탈렉 퍼스널플레인 프로젝트 책임자
탈렉 박사는 "도로주행 능력은 과도한 중량 상승을 초래, PAV의 효용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 고려대상에서 제외시켰다"며 "수직이착륙(VTOL) 또는 단거리이착륙(STOL) 방식의 고정익 전기항공기가 친환경성과 저소음이라는 측면에서도 EU의 도심 환경에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PPlane 프로젝트의 사무국장인 이스라엘 인터갬 커뮤니케이션즈 모셰 하렐 박사와의 서면인터뷰에 따르면 6기의 전기모터를 채용한 4~6인승 전기항공기가 최우선 논의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상태다.

또한 이착륙을 도울 수 있도록 전자기장 캐터펄트와 같은 보조기기의 도입도 모색되고 있다. 전기항공기의 한계로 지적되는 취약한 장거리 이동성의 경우 일정 거리마다 PAV를 위한 중간 기착지를 마련하는 형태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 계획이다.

탈렉 박사는 또 EU가 바라보는 PAV의 가치에 대해 "자동차는 도시 내 개인의 하루 행동반경을 1900년 5㎞에서 2000년 40㎞로 늘린 장본인"이라며 "하지만 과도한 교통체증 때문에 EU에서 자동차는 신속하고 자유로운 이동수단이라는 입지를 상실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를 타개할 혁신적 교통수단이 요구됐고 그것이 바로 PAV라는 얘기다.

▲ 조종사 필요 없는 전자동 비행시스템

실제로 EU와 EC는 지금껏 '유럽개인항공시스템(EPATS)', '혁신미래항공교통시스템(IFATS)' 등 PAV 및 PAV 관련 시스템을 다루는 다수의 차세대항공교통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연구자금을 지원해왔다. PPlane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하렐 박사는 "EPATS의 보고서를 인용하면 2020년 9만대, 2030년경 38만9,000대의 PAV가 유럽 상공을 날아다니게 될 것"이라며 "PPlane에서 PAV나 운용·관제시스템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그간의 선언적 수준을 넘어 유럽에 최적화된 PAV의 구체적인 설계와 운용방법을 찾아 EU와 회원국들에게 제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PPlane 프로젝트 참여기관들은 항공학자들은 물론 항공교통제어, 항공기 설계·제조, 안전, 보안, 법률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분석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조종시스템과 관련한 PPlane만의 독특한 프레임을 하나 더 완성했다.

탈렉 박사는 "PAV가 상용성을 확보, EU가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안전성과 편의성을 겸비해야만 한다"며 "PPlane은 추가적인 교육 없이 일반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전자동 비행시스템을 채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것이 지상의 원격조종소(RPS)에서 PAV의 조종을 맡는 고도로 자동화된 시스템을 말할 뿐 자율비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자율화와 자동화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써 자율화는 비행 중 PAV와 RPS의 데이터링크가 끊어진다는 점에서 다소 위험한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 4D 관제체계로 안전 확보

PAV의 운용에 있어서는 공대공과 지대공을 망라한 4D 관제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다. 각각의 PAV들은 RPS를 비롯해 중앙통제소(POC), 시스템운용관리센터(POSMC), 항공교통관제소(ATC) 등 지상 자원들의 유기적 네트워크에 의해 통제·운용·관리된다.

또한 비행 중인 PAV들 간에도 상호소통하며 만일의 사고 등에 대응한다. 여기에 인공위성이 지상과 공중 모두를 포괄하며 하나의 거대한 관제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렐 박사는 "PAV는 이착륙을 포함한 모든 운용이 사전설정에 의해 이뤄지지만 필요할 때는 언제든 POC, RPC의 즉각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이 개념이 구현되면 이용자는 버튼을 누르는 정도의 수고만으로 PAV의 운용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TC의 명령을 PAV가 수행하기까지의 시간지연 문제 등 이를 현실화하는 데 있어 반드시 풀어야할 몇 가지 기술적 난제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EC는 이 부분을 별도로 연구할 총액 550만 유로 규모의 4DCo-GC프로젝트를 작년 11월경 36개월 일정으로 출범시켰다.

그런데 혹여 이처럼 많은 선결과제를 내재한 PAV에 적지 않은 연구비를 투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없을까. 탈렉 박사는 PAV를 SF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IFATS 프로젝트의 보고서에 언급된 표현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PAV는 우리가 감히 도전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영역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분야일 뿐입니다."

퍼스널플레인 프로젝트는 이용자가 버튼을 누르는 정도의 수고만으로 운용이 가능한 PAV 개발을 표방한다. 사진은 킥 오프 미팅 때의 모습이다.

클라우드 르 탈렉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퍼스널플레인 프로젝트 책임자 인터뷰

Q. PPlane 프로젝트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ONERA를 비롯해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스페인 항공우주기술연구소 (INTA), 네덜란드 국립항공연구원(NLR), 국영이스라엘항공산업(IAI) 등 유럽 11개국 13개 항공우주 관련 기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 중이다. EC가 330만 유로, 참여기관들이 110만 유로의 연구비를 출연해 2009년 출범했으며 내년 3월까지 30개월간 EU에 최적화된 PAV 시스템을 찾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Q. PPlane의 특화점은

유럽 이외의 PAV 프로젝트들을 심도 깊게 분석해보지는 못했지만 기존 플라잉카 개념의 PAV들과 달리 차량모드를 배재했다는 것, 그리고 조종사가 필요치 않은 자동비행시스템을 표방한다는 점이 PPlane의 차별점이 아닐까 한다.

Q. PAV 상용화의 최대 기술적 장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하나만 선택하자면 안전성이다. PAV 및 관련시스템들은 적어도 현재의 항공교통체계만큼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Q. 언제쯤 PAV가 보편화 될 것으로 보나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2025년이면 초기시장이 확보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시기는 2040년~2050년쯤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Q. 전 세계 PAV 시장규모 전망은

현재로서 정확한 전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PAV의 가격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며 가격은 또 기술력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만일 전기에너지의 생산·저장기술에 혁신적 진전을 이룬다면 우리는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PAV를 가질 수 있다. 이때는 그만큼 시장규모도 커지게 된다.

Q. 후발주자인 한국에 조언을 해준다면

조금 앞섰다고는 해도 감히 조언을 해줄 만큼의 진전을 이루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수행한 선행연구들과 향후 발표될 최종 보고서에 담길 내용들이 한국의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U는 PAV가 유럽의 극심한 교통정체를 해소할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기자 cs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