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중가요 음반 수집가들 사이에서 초고가 명품 포크 음반으로 회자되는 최안순의 '고운노래특선집'에는 총 11곡이 수록되어 있다.

작곡가 김인배가 편곡한 이 음반은 최안순의 독집은 아니다. 최안순의 노래는 타이틀 '철새'를 비롯해 앞면 전체에 수록된 6곡이다. 뒷면은 박연숙, 빌보드, 피닉스 세 가수의 노래들로 꾸며져 있다.

앞서 소개한 캐럴 음반과 이 음반에 공통적으로 수록된 노래는 최안순의 '사랑의 기쁨', 피닉스의 '즐깁시다' 단 2곡이다. 아마도 지금의 대중에게 최안순을 제외하고는 이 음반에 수록된 노래를 부른 가수들의 이름은 생소할 것이다. 박연숙은 번안곡인 '헤이 투나잇', '철새는 날아가고'와 '찬란한 아침을 위하여'까지 3곡을 불렀다. 남성 듀엣 '빌보드'는 번안 곡 '웨딩 케익'을 불렀다.

기억에 없거나 사라진 생소한 뮤지션들이 부르는 익숙한 노래와의 만남은 이 앨범의 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다.

창작곡인 최안순의 타이틀 '철새'는 스산한 느낌이 강한 가을과 겨울에 들으면 제격인 일종의 시즌송이다. 은희의 대표곡 '꽃반지 끼고'로 널리 알려진 '오솔길'은 일부 가사를 수정하긴 했지만 감흥은 동일하다. '트윈폴리오'에 의해 널리 알려진 번안 곡 '하얀 손수건'과 '사랑의 기쁨'은 이미 한국 포크의 고전이다.

타이틀곡 '철새' 가을·겨울에 딱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숨겨진 명곡은 창작곡 '꿈속에서'다. 이 노래를 기억하는 대중은 전무하겠지만 애틋한 그리움의 정서가 넘쳐나는 가사 말이 서정적 멜로디와 달콤한 최안순의 보컬과 어우러져 감동적인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숨겨진 한국 포크의 명곡이다.

뒷면에 수록된 박연숙의 노래 3곡은 클래시컬한 보컬의 매력보다는 김인배가 리드하는 '대도 팝스 클럽 밴드'의 맛깔나는 연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연숙이 노래한 번안곡 '찬란한 아침을 위하여'는 피아노의 선율이 근사하고 70년대 청소년들의 댄스 본능을 자극시켰던 'MORINA'의 노래로 유명한 '헤이 투나잇'은 하몬드 올갠의 장중한 사운드가 깊은 감흥을 안겨준다. 남성듀엣 '빌보드'의 '웨딩 케익' 역시 '트윈 폴리오'에 의해 널리 알려진 번안곡이다. 록밴드 '피닉스'의 번안 곡 '즐깁시다' 역시 밋밋한 리드보컬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압권이다.

'최안순 고운노래특선집'은 당시 포크 가수의 앨범으로는 대담한 재킷 이미지와 순수한 노래들의 매칭이 적절하지는 않다. 재킷의 고혹한 여가수 모습과는 달리 통기타 한 대로 소화한 작곡가 김인배가 창작한 3곡과 번안곡 3곡의 사운드는 사실 허전하다. '사랑의 편지'만 소박한 멜로디언 소리 하나가 더해졌을 정도다. 요즘의 대중이 이 앨범을 들으면 단출한 편곡 구성과 허전한 사운드에 십중팔구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구성이야말로 상업성에 물들기 직전의 순수하고 낭만이 넘쳐났던 한국 포크송의 초기 원형질이 보존된 흔치 않은 음반이라는 점에서 이 앨범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정훈희 제치고 '산까치야' 취입 낙점

데뷔 8개월 만에 솔로 가수로 독립한 최안순은 오아시스로 전속사를 옮겼다. 1972년 '산까치야'는 차트 정상에 등극하는 빅히트를 터뜨리며 그녀를 인기 가수로 도약시켰다. 사실 최안순의 대표곡 '산까치야'는 사실 처음부터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곡은 아니었다. 신인가수였던 그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정훈희와 남성듀엣 '에보니스'가 유력한 경쟁 상대였다. 그래서 최안순은 자신에게 취입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사는 신선한 보컬의 매력을 높이 사 최종 낙점이 되었다.

1976년까지 5년 정도 앨범과 공연, 방송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최안순은 결혼과 함께 은근슬쩍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지난 1981년 컴백해 남편 최성욱과 함께 듀엣 형태로 성서의 고린도전서 13장 '사랑'과 1982년 '영원한 사랑' 등 2장의 CCM 음반을 발표했었다. 최성욱은 국내 요들송의 선구자인 김홍철과 함께 음악 활동을 한 후 신학공부 후 목사가 된 인물로 아내 최안순과 함께 지금도 노래를 통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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