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세계자연유산 '케언스' 유혹에 빠지다바다 깊은 곳부터 하늘까지 다양한 '액티비티 천국'2000km 산호초 군락 '은밀한 군무' 펼쳐지고열차 타고 숲에 들어서면 100년 '푸른 전설'이 숨쉰다

호주 케언즈의 포트 더글러스에 정박 중인 요트들.
혹 상상했던 오스트레일리아의 풍광이 있다면, 케언즈의 단면은 좀 더 이질적이다. 퀸즐랜드주 케언즈의 숲과 바다는 온통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요트에 누워 바다로 나서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 불리는 산호초 군락이 나타나고, 열차를 타고 깊은 숲에 들어서면 100만년 세월의 열대 숲지대가 속살을 드러낸다.

올해 호주 퀸즐랜드에서는 상상을 현실로 잇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전 세계 샐러리맨들을 대상으로 '밀리언 달러 메모'라는 서바이벌 이벤트가 펼쳐졌다. 300일 동안 햇살이 비친다는 퀸즐랜드의 해변을 배경으로 청춘들은 100만달러의 여행상금을 위해 머리를 짜내고 몸을 던졌다. 그들은 직접 최고급 호텔에서 잠을 청했고, 헬기를 타고 해변을 가로질렀으며, 산호초 바다에 뛰어들기도 했다. 잠시나마 '럭셔리 여행'의 단 꿈을 미리 맛봤다.

그 황홀한 이벤트의 백미가 된 곳이 호주 북동쪽의 케언즈다. 도시 케언즈의 낮 풍경은 오히려 한갓지고 더디게 흐른다. 밤이 오면 카지노와 야시장, 배낭족들이 몰려 있는 숙소 일대가 흥청거리지만 이곳 모두 한낮 열띤 체험의 뒷풀이 장소일 뿐이다. 하늘을 날고 바닷 속에서 다이빙을 즐기고 열대우림으로 뛰어드는 본격적인 체험은 케언즈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세계자연유산인 숲과 대산호초

도심을 벗어나면 모든 움직이는 사물들이 16비트의 빠른 템포로 콩닥거린다. 수만km를 날아와 유독 케언즈를 탐하는 것도 액티비티에 대한 찬미 때문이다. 케언즈의 체험은 바다 깊은 곳부터 하늘 높이까지 내달린다.

호주 케언즈의 대산호초
2000km의 대산호초 군락은 위성에서도 육안으로 보이는 지구 유일한 자연물이다. 400여종의 산호와 5000종에 이르는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데 더 멀리, 더 깊숙이 나설수록 바다 속의 은밀한 군무는 펼쳐진다. 산호 바다에 몸을 담그면 아이들 몸통만한 물고기도 오간다. 스쿠버 다이빙을 응용한 다양한 해저 액티비티들도 이곳에서 인기 높다. 바다 속을 걷은 '시워커' 외에도 산소 헬멧이 달린 모터사이클 모형의 '스쿠바두'를 타는 체험까지 등장했다. 세계유산인 산호 군락으로 뛰어들어 열대어를 더듬는 감촉은 독특한 쾌락으로 빠르게 전이된다.

바다 반대쪽에서 감동을 부추기는 것은 케언즈의 숲이다. 케언즈 인근의 쿠란다는 숲에 기댄 마을로 이곳 열대 습윤 지역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케언즈~쿠란다간 열차는 1891년 완공때만 해도 밀림의 목재를 실어나르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100년이 흐른뒤 열대우림을 구경하는 관광열차로 바뀌었다. 다리를 지나면 폭포가 열리고 터널을 벗어나면 아득한 숲이 드러난다.

케언즈 인근에는 이곳 원주민의 삶을 엿보고 캥거루, 코알라를 구경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함께 공존한다. 케언즈 원주민인. 차푸카이족들에게는 바다의 토템과 육지의 토템을 믿는 부족들이 서로 엇갈려 혼인 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온다. 전통악기인 디제리두의 선율이나 캥거루 춤에는 눈망울 깊은 원주민의 사연이 담긴 듯해 더욱 신비롭다.

서쪽 평야인 마리바 지역에서는 새벽녘부터 열기구 체험이 진행된다. 별이 채 지기 전에 풍선에 더운 공기가 채워지면 부푼 풍선만큼이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벌룬 위에서 보면 캥거루 사촌격인 왈라비가 평원 위를 달린다.

요트 위, 포트더글러스의 휴식

호주 케언즈의 광활한 평야를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열기구.
케언즈에서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포트 더글러스다. 골드 러시 때 금맥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포구는 빌 클린턴 대통령도 휴가차 방문했던 곳이다. 사치스러운 수식어들은 실제로 보여지는 포구의 아늑함을 넘어서지 못한다. 부호들의 휴식처, 포트 더글라스는 그 자체로 황금처럼 단아하고 눈부시다.

작은 휴양 도시에서는 아침이면 스쿠터 한 대를 빌린다. 포구 마을을 구경하는 최적의 교통수단이다. 프래그스태프 언덕에 오르면 부호들의 별장이 담긴 해변 정경과 마을의 보석인 포 마일 비치가 내려다 보인다. 산호 바다와 맞닿은 모래사장은 비키니 차림에 강아지와 함께, 혹은 멋진 슈트에 백을 메고 고요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야자수가 솟은 이국적인 해변의 풍경은 이름처럼 4마일 가량 뻗어 있다.

포트 더글라스의 다운타운인 매크로슨 거리에서는 브런치에 커피 한잔 기울이며 여유를 부리는 호사가 가능하다. 아메리카노 커피? 퀸즐랜드의 외딴 도시에는 그런 것 없다. '롱 블랙'을 주문한 뒤 우유를 살짝 타면 비슷한 커피 맛이다. 포트 더글러스를 찾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바쁜 투어보다는 이런 식의 휴식에 익숙하다.

포트 더글러스의 단아한 체험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서면 절정으로 치닫는다. 발끝 사이에서 찰랑대는 파도에 훈풍이 실리고, 쏟아지는 햇살은 바람보다 짙다. 누군가 레드 와인 한잔을 건네면 갑판에 기댄 연인들의 얼굴은 어느새 발그레해 진다. 깊어가는 계절, 북반구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몽환적인 꿈은 돛처럼 가파르게 채워진다.

여행정보
직항 없어 브리즈번 경유… 11시간 걸려
가는길=케언즈까지 직항편은 없다. 대한항공을 이용해 브리즈번을 경유해 갈 수 있다. 인천~브리스번 9시간 소요. 브리즈번~케언즈 2시간 소요. 그 밖에 홍콩 등을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브리즈번 공항은 국제선, 국내선이 구분돼 있으며 에어트레인을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케언즈 시내에서 포트 더글라스까지 셔틀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호주 케언즈의 세계자연유산 쿠란다 숲을 달리는 관광열차
체험거리=케언즈에서의 액티비티는 대부분 예약하면 숙소까지 차량 픽업이 곁들여 진다. 벌룬 체험은 새벽에 시작되니 반드시 긴팔 옷을 준비 한다. 다이빙장비는 현지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숙소=케언즈에서는 샹그릴라 케언즈 호텔이 쾌속선 선착장이나 라군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밖에 허니무너들을 위한 5성급 호텔들이 카지노 인근에 몰려 있다. 호주 퀸즐랜드 관광청(www.queensland.or.kr)을 통해 자세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글·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