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생태계 또 한번의 진화 '수컷의 암컷화'프랄레이트 등 화학물질이 암컷 호르몬과 유사 반응… 수컷 호르몬 활동은 억제왜소음경 현상 발견… 출생비율 '여아>남아'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변명' 에서 남성과 여성은 원래 하나로 합쳐져 있었으며, 각각 네 개의 팔다리를 통해 신과 대결할 만큼 힘을 가졌다고 인간을 묘사했다. 하지만 신에 대한 도전으로 노여움을 사, 현재와 같이 두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를 가진 남성과 여성으로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화론에서는 인간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진화론에서는 단세포동물 같은 하등동물이 고등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수컷과 암컷이 분리되었다고 주장한다. 현재 지구 생태계는 인간이 만들어낸 10만 가지의 각종 화학물질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어류, 양서류 등 대부분의 생물종에 걸쳐 암컷으로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 과연 진화의 수레바퀴가 선택한 미래의 생존자는 암컷 뿐일까?

진화론은 자연적으로 발생된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해 현재의 인류가 되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가설을 담아 1859년 출간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 rigin of Species' 은 신이 생명체를 창조했다는 기존의 창조론을 뒤집으며 현대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수컷, 암컷보다 취약

그런데 최근 들어 지구 생태계는 첫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 가장 빠른 속도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바로 수컷의 암컷화(femin ization)인데, 암컷화란 환경오염에 취약한 수컷이 내분비 호르몬 계통에 이상을 일으키면서 암컷으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이뤄지고 있는 급격한 암컷화는 진화론을 입증하는 실질적 사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암컷화가 자연의 틀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화학물질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만일 암컷화가 가속화된다면 먼 미래에는 암컷만이 존재하고, 수컷은 번식을 목적으로 한 최소한의 숫자만 사육될 지도 모른다. 보다 극단적으로 보면 자웅동체의 암컷이 번식을 담당하거나 암컷만으로도 번식이 이뤄지는 처녀생식으로까지 진화가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체내 암컷 호르몬 과잉

생물종, 특히 인간의 암컷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환경오염이다. 현재 10만 가지의 화학물질 중 99%는 아무런 단속규정 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바다 또는 토양으로 흘러들어가 동물의 체내에 쌓이고 있다. 암컷화는 이들 화학물질 가운데 폴리염화비페닐, 프탈레이트 같은 환경호르몬이 동물의 체내에서 암컷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들 환경호르몬은 암컷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반면 수컷 호르몬인 안드로겐은 억제시킨다. 이 때문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동물은 체내에서 암컷 호르몬 과잉상태가 되고, 결과적으로 암컷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 에서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종은 생존력이 강하거나 똑똑한 종이 아니라 단지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 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진화론으로 보면 인간이 만들어놓은 환경호르몬에 대해 암컷이 보다 잘 적응하는 종이고, 이 때문에 수컷이 암컷으로 진화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인형놀이 좋아하는 남자?

미국 뉴욕 주에 있는 로체스터연구소는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의 수치가 높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자아이들을 조사한 결과, 성기가 작고 고환이 돌출되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에서는 폴리염화비페닐에 노출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자아이들이 인형이나 찻잔 세트를 갖고 놀기를 좋아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캐나다, 러시아 등의 화학물질 오염지역에서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두 배 정도 많이 태어났다.

과연 진화의 수레바퀴가 각종 환경호르몬과 오염물질을 쏟아낸 인류에 대해 보복을 할 것인가? 즉 진화가 암컷만을 선택할 것인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과학이자 미스터리인 셈이다.

"수컷 포유류에서도 난황단백질 발견"
북해 물개·바다사자
임신 실패율 증가세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수컷의 암컷화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발견되었다. 대부분 무척추동물이나 하등동물에서 발견되었으며, 자웅동체 또는 수컷의 생식능력 퇴화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국의 비정부 환경단체인 켐 트러스트(CHEM Trust)가 환경호르몬 및 암컷화와 관련된 250여 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비정상적인 진화가 척추동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포유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뿐만 아니라 포유류에서도 난황단백질(vitellogenin)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난황단백질은 암컷의 간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암컷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체내에서 활발히 작용한 결과물이다. 때문에 수컷의 체내에서 비정상적인 수치의 난황단백질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암컷화가 진행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발견된 수달과 설치류의 경우 생식기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작아지는 왜소음경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북해의 물개와 바다사자는 임신 실패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고래와 북극곰은 성인 수컷의 생식 기능을 좌우하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켐 트러스트 보고서의 대표 집필자인 귀네 라이온즈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수컷이 암컷화되면서 생식번식에 대한 수컷의 역할이 방해를 받는다면 동물 개체 수에 심각한 불균형 위협이 제기될 것" 이라며 "암컷화를 초래하는 화학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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