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고급 승용차의 보닛 위에 , 안젤리나 졸리, 배트맨이 알록달록 가면을 쓴 듯한 얼굴로 얹어 있다. 색색의 줄띠로 화장한 듯한 의 얼굴도 걸려 있다.

웃는 모습 같기도 하고, 괴성을 지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 김석(48) 교수가 지난 3일부터 서울 종로구 경운동 그림슨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 개인전 'I am happy'에서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술 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김석의 근작에 대해 "표정 있는 얼굴만을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 그리고 플라스틱 질감과 반짝이며 발광하는 빛, 회화와 저부조가 긴밀하게 결합한 형식"이라고 평가했다.

손담비
조각에 과감하게 색채를 덧씌우는 새로운 작업이 주목받고 있다. 김석의 작업은 인간의 신체와 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에 회화적 기법으로 얼굴 위를 처리한 것은 얼굴의 형태를 망각시키거나 훼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행복한 웃음'을 뒤엎는 행위다. 색채 기호들이 행복과 위안을 약속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웃음 짓는 얼굴을 누르거나 억압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김석의 작품 속에 도입된 인물들은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스타들이다. 화려함 또는 아름다움, 건강함, 재력 있음으로 상징되는 인물들 역시 늘 행복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자위하며 산다.

작가의 눈에 비친 세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양면성을 평면과 공간, 색의 대비 등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이 전시는 오는 8일까지 계속된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