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ㆍ커피전문점ㆍ영화관 할인ㆍ캐시백 등 폐지

체크카드의 부가서비스가 대폭 축소되거나 중단될 전망이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조치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유지를 위해서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보다 부가서비스 혜택이 적어 외면당해온 체크카드는 더욱 외면받을 처지에 놓였다.

6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 등 카드사들은 내년 초부터 체크카드에 대해 놀이공원이나 커피전문점, 영화관 할인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부가서비스를 대거 줄일 방침이다.

카드사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대외 압박으로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원 이하로 넓히고 수수료율을 1.80% 이하로 낮춤에 따라 수익이 감소한 부분을 메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예금 잔액만큼 쓸 수 있고 현금서비스나 할부 등을 할 수 없어,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돈을 벌어주는 카드가 아니다. 현금서비스 등을 통한 대규모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활성화 추진…카드사는 애물단지 취급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부가서비스가 매우 적다. 정부는 신용카드를 통한 무분별한 대출을 막으려고 체크카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서비스를 크게 줄임에 따라 이용자가 늘어나기 어렵게 됐다.

현대카드는 ‘H 체크카드’에 대해 내년 2월부터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50% 현장 할인 서비스와 경주월드, 통도환타지아 캐시백 서비스를 중단한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체크카드 서비스도 대거 없앤다. 현대카드는 ‘메리츠증권 CMA체크카드’에 제공했던 체크카드 사용금액의 0.5% 캐시백, GS칼텍스 ℓ당 40원 캐시백, 스타벅스 5% 캐시백,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50% 현장 할인을 내년 4월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혜택이 많이 줄어든 현대 CMA카드는 ‘굿모닝신한 명품 CMA체크카드’, ‘한국투자증권 CMA 현대체크카드’, ‘하나대투 CMA Surprice 체크카드’, ‘대우 CMA 체크카드’, ‘교보증권 PLUSα CMA 체크카드’, ‘삼성 CMA 체크카드’, ‘우리투자증권 옥토 CMA 체크카드’ 등 거의 모든 종류를 망라한다.

신한카드는 체크카드 포인트 캐시백 서비스를 대폭 줄인다. 신협, 우체국 등 은행별 기본 체크카드와 와이드패스 체크카드는 내년 3월부터 이용금액의 0.5% 캐시백 적립에서 0.2%로 감소하며 제휴, 학생증, 택시 등 특수목적 체크카드는 캐시백 서비스 자체를 중단한다.

삼성카드는 개인 및 법인 체크카드에서 대해 캐시백 지급기준에 제한 없이 승인금액에 1%를 적용했으나, 내년 5월부터는 1회 승인금액이 100만원 초과해야 캐시백을 지급하며 그나마도 지급률을 0.5%로 낮추기로 했다.

비씨카드에서 운영하는 ‘I am Cool 체크카드’는 내년부터 현금 캐시백 적립률이 0.2%에서 0.1%로 줄어든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지속적인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체크카드는 수수료율이 너무 낮아 부가서비스를 없애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412조원인데 반해 체크카드는 51조원에 그쳤다. 8분의 1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체크카드의 가맹점 평균 수수료는 1.9% 수준으로 신용카드(2.2~2.6%)보다 낮아 카드사 입장에서는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나 200여만개에 달하는 신용카드 가맹점을 이용하고 할인, 포인트 등 부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같다.

‘체크카드는 카드사ㆍ고객 모두에게 불편’

일반인들은 대개 카드라고 하면 ‘체크카드’보다는 ‘신용카드’를 떠올린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카드사들이 체크카드의 확대를 내심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체크카드의 치명적인 약점은 신용카드와 달리 은행 계좌의 잔액만큼만 쓸 수 있으며 현금서비스나 할부 구매 등이 안된다는 것이다. 현금서비스 제공시 대부업에 버금가는 이자를 받아 수익을 챙기는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체크카드가 좋을 리 없다.

체크카드 이용자 입장에서도 불편한 점이 많다. 우선 체크카드는 해당 은행의 전산 점검 시간에는 은행 계좌 잔액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결제서비스가 중단된다.

은행들이 주로 자정이나 새벽 시간대에 전산 점검을 하는데 회식 자리 등으로 밤늦게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고객 처지에서는 황당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결제 취소도 번거롭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결제 취소를 하면 은행 계좌 잔액을 확인해 환급되는데 며칠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카드사들이 그나마 있던 부가서비스마저 대폭 줄이기로 해 체크카드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현대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등은 내년부터 놀이공원 입장 할인 축소부터 시작해 캐시백 적립률을 낮추는 등 부가 서비스 줄이기에 나설 예정이다.

체크카드 활성화하려면…소득공제↑+신용카드 일부 기능 탑재

현재 유럽이나 미국은 카드 시장에서 체크카드의 비중이 60~80%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체크카드 비중은 10%대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현재의 국내 카드 시장 구조가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께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고 체크카드 사용을 늘릴 방안을 골자로 하는 카드 구조개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책은 소득공제 혜택을 늘리는 것이다. 신용카드가 대중화된 것 또한 소득공제 혜택을 늘렸기 때문인데,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비중을 높이면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체크카드로 옮겨 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총급여의 25% 이상 사용 시 신용카드는 사용액의 20%, 체크카드는 25%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체크카드는 내년에 30%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체크카드에 신용카드 기능을 일부 탑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체크카드에 할부나 현금서비스가 일부 가능하게 하거나 계좌에 잔액이 없더라도 소액 결제는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카드사들도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은행 계좌 잔액만 쓰는 체크카드로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우려도 있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체크카드에 신용카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면서 “현재의 체크카드 구조로는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회원 유치에 나설 이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남형준기자 joon@sphk.co.kr